Life

케빈 플랭크 언더아머 창업자 

성장비결? 늘 ‘백업 플랜’을 세운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우린 젊다. 나이키를 능가할 것이다.”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Underarmour)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케빈 플랭크(Kevin Plank·44)는 자신감에 넘쳤다.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서울을 찾은 플랭크 CEO를 지난 11월 15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케빈 플랭크 언더아머 회장은 “우리는 <쥐라기월드>에 나오는 하이브리드 공룡이다. 시장과 경쟁자의 틈새를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언더아머 제공
언더아머는 국내에서는 몇년 전 ‘이재용 셔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설립 20년 만에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시장인 미국에서 2위 규모로 성장한 브랜드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4년에 아디다스를 제쳤다.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언더아머는 기능성 중심의 의류와 운동화가 인기를 끌면서 설립 후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은 38억4000만 달러(약 4조6400억원)로 전년 대비 28% 성장했다. 한국엔 효성 조현준 사장이 설립한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이 2012년부터 들여와 판매했는데, 최근 본사가 직진출을 선언했다. 기존의 국내 56개 매장은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이 계속 운영하고, 새로 여는 매장은 본사가 세운 한국 법인이 맡는다. 다음은 플랭크 CEO와의 일문일답.

대학 미식축구 선수 시절 땀에 젖어 무거웠던 언더셔츠를 떠올리며 땀이 빨리 마르는 기능성 제품을 만들었다는 창업 당시 얘기가 유명하다. 알려지지 않은 창업 뒷얘기를 들려달라.

알려진 대로 할머니 집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반응이 좋아 주문이 늘자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배송 업체인 UPS에 배송을 맡겼는데 주문량이 많아 배송 마감 시간인 오후 5시30분을 맞추기 어려웠다. 그래서 6시에 마감하는 우체국을 찾았다. 그마저도 어려워지자 밤 8시까지 영업하는 페덱스를 찾았고 나중엔 결국 오후 9시반까지 공항에 직접 운전해 갔다. 그 다음엔 공항에 가는 더 빠른 길을 찾았다. 좀 더 효과적인 방안을 찾으면서 늘 ‘백업 플랜’을 세우는 게 버릇이 됐고 지금은 기업 문화로 자리잡았다. 창업은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실패하면 어쩌지?’하는 마음은 창업 정신이 아니다. 배송 비행기를 놓쳤다면 직접 운전해 일일이 배송했을 거다. 백업 플랜, 그게 우리가 짧은 시간에 성장한 비결이다.

언더독 전략의 성공사례 표본

언더아머는 경영학자들에게 특히 ‘언더독(underdog)’ 전략으로도 유명하다. 해당 분야 1위 스타 플레이어를 모델로 쓰는 나이키와 달리 언더아머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선수와 계약해 지원하는 언더독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나이키가 계약을 해지한 직후 미국 프로농구(NBA)의 스테판 커리(28·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2012년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언더아머는 커리의 성장 가능성과 스타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나이키와의 계약 마지막 시즌에서 경기당 14.7득점을 기록했던 커리는 언더아머와 계약한 직후엔 22.9득점, 올 시즌엔 30.1득점을 올렸다. 언더아머가 출시한 커리의 농구화 ‘커리2’는 지난해 1억 달러(약 1160억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억6000만 달러(약 186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농구화 매출 1,2위를 다투는 르브론 제임스와 코비 브라이언트의 농구화 판매를 올해 앞지를 전망이다.

언더독 전략으로 유명한데.

일부러 세운 건 아니다. 우리가 후발주자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백업 플랜’에서 나온 전략이다. 커리나 앤디 머레이(테니스) 역시 한 물 간 선수란 말을 들었지만 멋지게 도약했다. 이들은 언더아머를 정의하는 선수가 됐다. 다행히 성공해 세계 3위 브랜드가 됐지만 4위, 5위와는 매출이 5000만 달러(약 580억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직 2위인 아디다스와는 150억 달러, 1위 나이키와는 250억 달러 정도 차이가 난다. 아직 전략 수정을 고민할 때는 아니다.

나이키를 이길 자신이 있나.

그렇다. 스포츠 브랜드 1위가 우리 목표니까. 우린 젊은 브랜드이고 구성원도 젊다. 이기고자 하는 의지와 근성도 있으니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시작할 때 있던 수많은 브랜드를 다 물리치고 이제 우리 위로 두 개의 브랜드만 남았다. 두 브랜드는 각각 44년(나이키), 67년(아디다스)됐지만 우린 20년이다. 영화 <쥬라기월드>에선 새로 태어난 하이브리드 공룡이 공원을 빠져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공원 벽에 부딪힌다.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우린 그 하이브리드 공룡이다. 시장과 경쟁자의 틈새를 계속 찾고 있다.

언더아머 하면 연상되는 ‘근육맨’ 이미지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소비자 기호엔 부담스럽단 지적이 있다. 오히려 몇 년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입은 슬림한 언더아머 티셔츠가 ‘이재용 셔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어떤 이미지로 자리잡길 원하나.

멜로디가 반복되면 음악이 지겨워 진다. 우리 역시 소비자에게 따분한 브랜드가 될까 두렵다. 질문처럼 한국에선 한 가지 이미지(근육맨)를 연상하는데 앞으론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일 거다. 언더아머는 전문가용, 기능성 제품 외에도 스포츠&라이프 스타일, 패션 이렇게 4가지로 제품군을 분류한다. 얼마 전 UAS라는 패션 브랜드도 선보였다. 제품에 혁신을 추가하는 건 신뢰 때문이다. 신뢰는 한 방울씩 쌓이지만 양동이 채로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창업 초기와 비교해 사업 환경은.

직원과 자원이 풍부해진 것 외엔 달라진 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2018년까지 65억 달러(약 7조5400억원)로 매출을 늘리겠다고 했다. 2년 마다 매출을 50%씩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투자도 대폭 늘리겠다고 했더니 주가가 폭락하더라. 하지만 우리는 26분기 연속 20%이상 성장했다. 만약 앞으로 ‘기업이 매년 20%씩 성장하는 법’이란 책이 나온다면 그 책의 저자는 언더아머가 될 거다.

삼성전자 IT 브랜드와 협업 희망

한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 궁금하다.

2012년에 진출했으니 소비자들과 악수는 한 셈이다. 이제 포옹할 단계라고 생각한다. 아직 언더아머가 한국에 소개 못한 제품들이 참 많다. 한국엔 멋진 브랜드가 많으니 협업도 해 보고 싶다. 가령 삼성전자처럼 혁신적인 정보기술(IT)브랜드와 협업해 제품도 선보이면 좋겠다. 언더아머가 만들어 현재 1억9000만 명이 사용중인 세계 최대 온라인 헬스 피트니스 커뮤니티 ‘커넥티드 피트니스 (Connected Fitness)’도 한국 브랜드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커뮤니티는 매일 10만 명이 새로 가입한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201701호 (2016.1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