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빈브라더스 오마카세 커피 바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 디저트 코스요리 

양미선 기자 yang.misun@joongang.co.kr
커피 없이는 못 산다는 많은 사람들이 커피가 산지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는 것은 잘 모른다. 커피도 식재료고 요리다. 커피 만드는 일에만 머물던 바리스타의 역할을 더욱 확장시킨 오마카세 커피 바를 만나봤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빈브라더스(BEAN BROTHERS) 강남점 ‘테이스트’에 들어섰다. 바리스타가 다가와 기자의 커피 취향을 물었다. 신맛을 싫어하고 진한 커피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블랙수트(Black Suit)를 추천했다. 입맛에 꼭 맞았다.

그러고 보니 메뉴가 참 단출했다. 블랙수트, 벨벳화이트(Velvet White), 제임스(James), 제이비(J.B.). 블랙수트와 벨벳화이트는 빈브라더스 하우스블렌드다. 그럼 제임스와 제이비는? ‘이달의 커피’라고 했다. 매달 빈브라더스가 제철 원두 50여 종을 테스트해 그중 최상의 맛을 내는 2종을 엄선, 헤드 로스터(head roaster)와 헤드 바리스타(head barista)의 이름으로 선보이는 커피다. 고객에게 다양한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이달의 커피는 상반된 특성을 가진 원두 2종으로 구성한다고 했다. 7월엔 에티오피아 첼첼레와 콜롬비아 산투아리오를 선보였다.

커스텀 커피도 눈에 띄었다. 빈브라더스는 매장마다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빈브라더스 강남점 테이스트는 ‘취향의 편집’이라는 콘셉트로 기획되었는데,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바로 커스텀 커피다. 말 그대로 고객의 커피 취향에 따라 바리스타가 만들어 준다. 커피를 잘 모르는 고객은 바리스타와 함께 취향을 찾기 위한 ‘스무 고개’를 시작한다.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지, 단 커피를 좋아하는지, 연한 커피가 좋은지,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지 바리스타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하며 자신의 커피 취향을 찾아간다.

바리스타가 만들어 주는 맞춤형 커피


▎커피 약과
빈브라더스는 이렇게 고객 개개인의 커피 취향을 찾아주는 커피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다. “좋은 커피란 개인의 취향에 맞는 커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원두 정기구독서비스 (subscription)로 시작했던 커피 사업은 카페로 확장돼 “커피와 바리스타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빈브라더스엔 50~60명의 바리스타가 있는데,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이들은 단순히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커피와 관련된 총체적인 경험을 설계하고 전달하는, ‘바를 넘어서는 바리스타(Barista Beyond Bar)’를 지향한다고 한다. 그래서 빈브라더스 내부에서는 바리스타를 ‘테크니션(technician)’이라고 부른다. 빈브라더스는 바리스타의 좁은 개념을 셰프(chef)의 개념으로 확장했다. 그 정점에 ‘오마카세 커피 바’가 있다.

이제 커피도 오마카세(당신에게 맡깁니다) 시대


▎브루잉 커피와 콘파냐 / 사진 : 빈브라더스 제공
‘오마카세’란 ‘당신에게 맡깁니다’라는 뜻의 일본어다. 주로 일식에서 쓰이는 용어지만, 외식업계에선 ‘셰프가 알아서 내오는 요리’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오마카세 커피 바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 시즌마다 메뉴의 컨셉과 종류가 바뀐다. 이번 시즌은 딘(Dean·김항진 바리스타)이 메뉴 개발과 진행을 맡았다. (빈브라더스엔 서로 존칭 없이 영어 이름만 부르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정착돼 있었다.) “이전 시즌과 달리 로컬 푸드를 커피에 접목해 봤어요. 약과, 천마, 팥양갱 등 한국적 식재료를 많이 이용했죠.” 딘이 말했다.

오마카세 커피 바는 일반 코스 요리처럼 스타터, 메인, 디저트로 구성돼 있다. 딘은 먼저 ‘스파클링 콜드 브루’를 만들었다. 시럽을 넣은 낮은 농도의 콜드 브루에 탄산을 주입하고 샴페인잔에 따라줬다. 한 모금 마시자 진짜 식전주처럼 입안이 깔끔해졌다. 다음은 ‘커피 약과’였다. 적당히 바삭한 고급 약과에서 커피 향이 났다. 기자가 커피 약과를 먹는 사이 메인 전 마지막 메뉴로 ‘콘파냐’를 준비한다던 딘이 에스프레소가 아닌 에스프레소 젤리를 가져왔다. 콘파냐는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에 생크림을 올린 커피를 말한다. 하지만 딘이 가져온 건 유리잔에 반쯤 담긴 블랙수트 에스프레소 젤리였다. 딘은 젤리 위에 팥 양갱을 조심스럽게 올리고 생크림 대신 우유크림 거품으로 빈 공간을 가득 채웠다. 티스푼으로 젤리와 팥 양갱과 우유크림 거품을 한 번에 떠서 입에 넣었다. 젤리와 비슷한 질감의 팥 양갱은 달지 않아서 튀지 않았고, 우유크림은 생크림보다 가볍고 부드러웠다.

메인은 이달의 커피를 핸드 드립으로 즐길 수 있는 ‘브루잉 커피’였다. 딘은 하리오 드리퍼를 이용해 에티오피아 첼첼레(제임스)를 차갑게, 콜롬비아 산투아리오(제이비)는 따뜻하게 내려줬다. 두 커피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딘이 디저트로 내온 커피 슬러시는 천마가 들어있어 우유보다 더 고소한 맛을 냈다. 원두도 함께 갈아넣어 검은 알갱이가 콕콕 박혀 있었다.

오마카세 커피 바를 체험해 보니 고객도 커피 지식이 풍부해야만 할 것 같았다. 딘은 그런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고 말했다. 물론 기본적인 메뉴 설명은 한다. 다만 고객이 커피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될까봐 되도록이면 자세한 설명은 자제하려고 한다고. 맛이란 오롯이 자신만의 느낌인데, 바리스타가 먼저 맛을 설명하면 고객은 바리스타의 말을 정답처럼 여기게 된다. “맛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딘이 말했다.

커피 가이드를 자처하는 빈브라더스의 바리스타답게 딘은 오마카세 커피 바를 진행하는 동안 핸드 드립 과정 등 메뉴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커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맛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 양미선 기자 yang.misun@joongang.co.kr

201708호 (2017.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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