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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아모레퍼시픽의 꿈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의 혁신기업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한국 화장품 기업, 2016년 세계 화장품 Top 10에서 당당히 7위에 랭크되어 업계를 놀라게 한 곳이 아모레퍼시픽이다. 매년 꾸준하게 성장 하면서 K-뷰티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아모레퍼시픽,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삼성전자처럼 우뚝 설 수 있을까. 그 꿈이 흔들리고 있다.

▎이니스프리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전경. /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은 올해(2015년)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 처음으로 등장하며 28위를 기록했고, 현재 서성환 선대회장의 둘째 아들 서경배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1997년부터 서경배 회장 경영체제에 돌입한 아모레퍼시픽은 오늘날 30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14위 화장품 기업이 됐다. 시가 총액 250억 달러에 이르는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2014년 초반 이래로 무려 250% 이상 신장했다. 지난해(2014년)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전년도 대비 20% 증가한 4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특집 기사를 마련했다. 매년 포브스가 발표하는 ‘세계의 혁신기업’ 순위에 한국 화장품 업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해 아모레퍼시픽은 창립 70주 년을 맞았다. 당시 포브스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서경배 회장의 할머니 윤독정 여사가 부엌에서 동백씨를 갈아 동백오일을 생산한 지 83년이 지났다. 여전히 윤 여사의 유산은 이어지고, 동백씨는 아모레퍼시픽 혁신의 핵심에 계속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17일 세계적인 화장품 전문 매체 ‘우먼스웨어데일리(WWD)’는 ‘2016년 세계 화장품 Top 10’을 발표했다. 1위는 랑콤·비오템·슈에무라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로레알이 차지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로레알은 지난해 286억 달러(약 32조3752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5년에 이어 1위를 차지한 동력에 대해 WWD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유지한 메이크업 분야와 더불어 디지털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유니레버(2위), P&G(3위), 에스티로더(4위), 시세이도(5위), 바이어스도르프(6위) 같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영업이익 57.8%나 감소


▎1. 지난해 9월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경배 과학재단’ 설립 행사가 열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2. 지난 9월 8일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에 오픈한 설화수 단독 매장. /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이변은 7위에서 벌어졌다. 2015년 7위를 차지한 기업은 존슨앤드존슨이었다. 2016년 순위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이 존슨앤드존슨과 샤넬, LVMH 같은 강자를 꺾는 이변이 나왔다. WWD는 ‘아시안 시장에서 수출이 38%나 증가했고, 유럽 시장에서 4% 성장, 그리고 북미 시장에서 10%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포브스와 WWD의 평가처럼 아모레퍼시픽은 K-뷰티를 대표하는 기업이자,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한 삼성전자처럼,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업계의 삼성전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나왔다. 그렇지만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빨간 불이 켜졌다. 거칠 것 없이 성장하던 아모레퍼시픽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졌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0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5%(1조4434억원)가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101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7.8%나 감소했다. 올해 2분기 순이익은 774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1926억원)과 비교하면 59.8% 추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발목을 잡은 것은 ‘중국 영향’이라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해 글로벌 화장품 업계의 최대 공략처였다. 지난 6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펴낸 ‘중국 화장품, 식품 수출 핸드북’에 따르면 2015년 중국 화장품 소매 판매액은 4843억9000만 위안(약 82조8936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9.5%나 증가했다. 2011년부터 2015년 동안 연평균 증가율은 20.6%에 달했다. 2015년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화장품 소비시장으로 부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래전부터 중국 시장에 공을 들였다. 1993년 선양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였고 2002년 9월 라네즈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013년 라네즈의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선 것은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 90% 이상은 화장품에서 나온다. 중국 시장이 화장품 매출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해 한국 화장품 업계는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중국의 ODM 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호황은 한류 현상을 통한 특수였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치 1990년대 중국 소비자들이 일본 뷰티 제품을 선호했던 현상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해 LG생활건강같은 화장품 업체는 중국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손성민 연구원은 ‘K-뷰티의 글로벌 시장 전략과 장애물’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패스트 패션(Fast Fashion)과 같은 빠른 신제품 출시 ▶매스티지(masstige, 일반 대중 제품과 명품 사이의 대중적인 중가 명품) 성격의 가격 책정 ▶단독 부티끄(Boutique) 매장 중심 유통 등을 한국 화장품 업계의 성장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모든 화장품 업계가 중국에 올인했다”고 말할 정도다.

언제나 호황일 줄 알았던 중국 시장이 지난해 중반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한국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1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한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다.

제품이 아닌 브랜드로 승부를 볼 때


▎2010년 완공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제 2연구동 미지움. 아모레퍼시픽 혁신의 심장부로 꼽히는 곳이다. /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사드 영향이 추락의 모든 원인일까. 화장품 업계 전문가들은 “사드 영향만으로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을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임원은 “얼마 전 아시아 업체와 미팅을 했는데,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이 사드 때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면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설화수를 제외하고는 브랜드로 정착한 것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로레알이나 시세이도처럼 브랜드로 알려진 게 아니라, 제품이 유니크하고 한류라는 문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데는 한계가 뚜렷했다”고 진단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의 이유로 ‘유통 채널’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단독 부티크 매장 확대는 브랜드를 알리고 시장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 단독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리브영 같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의 출현은 큰 타격을 줬다.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요즘 힘을 발휘하는 것은 헬스앤뷰티 스토어다. 중국 ODM 업체 관계자는 “마몽드 매장만 늘려나가는 전략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 내 인프라가 잘 갖춰진 유통기업과 손을 잡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이 펴낸 화장품 업계의 2017년 3분기 예측 보고서에서도 설화수·이니스프리·에뛰드의 성장세는 좋지만 마몽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1일부로 중국 정부가 제도화한 ‘수입화장품 국내 수취인 등록, 수입기록 및 판매기록 관리규정’ 같은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가 수입 화장품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로컬 브랜드를 살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연구소 백대균 대표는 “중국 정부의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혁신적인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갖추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생존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수 시장도 중국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된 3월 이후 중국인 관광객은 확연하게 줄었다. 지난 7월 전년 동기대비 69%, 8월에는 61%나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매출 하락 이유다. KB증권 자료에 따르면 7월 면세점 매출액이 지난해 7월과 비교했을 때 40% 하락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외부적인 요인에 쿠션이나 비비크림을 이을만한 빅히트 제품이 없었다는 점도 아모레퍼시픽을 힘들게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내실화’에 우선 집중한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는 내실을 다져야 할 타이밍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정치적인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로 비화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12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정기 임원 인사를 3~4개월 앞당겨 시행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 심상배 대표가 물러나고 이니스프리를 총괄한 안세홍 부사장이 그 자리에 올랐다. 불확실한 경영과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발 리스크와 내수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수출 다변화’ 카드를 내놓았다. 쉽게 말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이 전략에 동의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야 한다”며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중국 시장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역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오래전부터 수출 다변화 정책을 펴왔지만, 그 성과는 미약하다.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세계 화장품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레알의 세계화 전략에서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레알의 성공 키워드는 ‘적극적인 M&A’다. 아모레퍼시픽이 부족한 부분이다. 로레알은 1907년 프랑스 화학자 외젠 슈엘러가 ‘로레올(L’Aureole, 후광이라는 뜻)’이라는 모발 염색제를 히트시키면서 시작됐다. 어쩌면 모발 염색제 회사에만 머물 수 있었지만, 1964년 프랑스의 화장품 기업 랑콤을 인수하면서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헬레나 루빈스타인, 가르니에, 비쉬, 슈에무라 등의 화장품 기업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로레알이 탄생했다. 로레알에는 백화점에서만 판매되는 럭셔리 브랜드 랑콤과 입생로랑, 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는 라로슈포제 같은 브랜드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30여 개의 글로벌 브랜드 중 로레알이 직접 만든 것은 3개뿐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시장 1위 로레알은 적극적인 M&A가 성장의 키워드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로레알은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1997년 처음으로 진출했다. 중국 시장에 빠르게 뿌리내리기 위해 M&A 카드를 내밀었다. 2003년 중국 3대 스킨케어 브랜드인 샤우후스(小護士) 인수로 중국의 중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2010년 대에도 마스크팩을 제조하는 중국 스킨케어 업체인 매직홀딩스 인터내셔널 등의 인수 소식을 전했다. 중국의 ODM 한국 기업 관계자는 “로레알이 새로운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M&A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오래전부터 세계 시장에 도전했다. 5대 글로벌 브랜드(설화수·라네즈·마몽드·에뛰드하우스·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중화권·아세안·북미 등 3대 주요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중국과 아세안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 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북미 시장과 프랑스에서의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역사도 짧지만, M&A 대신 독자 활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2010년 6월 설화수를 뉴욕 버그도프굿맨에, 2014년 라네즈를 미주 대형 종합 유통 경로인 타깃(Target)에 입점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6월 라네즈의 세포라닷컴, 9월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다. 이니스프리는 9월 뉴욕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에 매장을 오픈했다.

프랑스 진출 역사는 1988년 브랜드 ‘순’을 수출한 것이 시초지만, 브랜드 철수로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시 프랑스 시장에 도전한 것은 화장품이 아닌 향수였다. 2011년 8월 아닉구딸의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후 지난 9월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설화수 브랜드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그동안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았던 이유를 분석한 결과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면서 “미국 시장의 경우 기존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자연주의 이니스프리 같은 새로운 브랜드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설화수로 대표되는 한방 화장품은 동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현지화의 부족’과 ‘낮은 브랜드 이미지’라고 평가한다. 백대균 대표는 “브랜드 이미지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다. 오랫동안 투자하고 혁신을 하면서 키워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화장품 업체의 한 임원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 성공하려면 현지화가 필수”라며 “로레알처럼 적극적으로 현지의 좋은 기업을 인수해 빠르게 안착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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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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