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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지켜낼 ㈜한화의 자존심 

몸집 키워 세계 방산 시장 파고든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삼성·두산이 차례로 방산업을 매각했다. 한화는 이들의 바통을 넘겨받았다. 생각보다 성과가 좋다. 특히 무기 분야라면 손대는 사업마다 잘 풀린다. 한화가 던진 인수합병(M&A) 승부수는 국내 중공업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은 내수형에 머물던 방위산업을 수출형 글로벌 방위산업으로 바꾸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 방산계열사 맏형 격인 ㈜한화는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의 큰 축을 맡는다.

▎㈜한화의 대표무기체계 천무 생산 공장. / 사진:㈜한화 제공
장면 1. “불과 반세기 전 소총 한 자루도 제대로 만들 수 없어 군사원조에 의존했지만 이제 초음속항공기를 직접 만들어 수출까지 하는 나라로 우뚝 섰습니다. (중략) 차세대 다연장로켓인 ‘천무’도 세계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0㎜급 다연장 ‘천무’를 치켜세우며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10월 17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에 직접 참석했다.

장면 2. 올해 10월 워싱턴DC 시내에서 각종 무기체계들이 의회 앞을 지나는 풍경이 펼쳐졌다. 자주포 K-9, 단거리 30㎜ 포 ‘비호’와 대공 유도 무기체계 ‘비호복합’ 등 한국산 무기였다. 10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방위산업전시회 ‘AUSA 2017’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전시회는 록히드마틴·제너럴다이내믹스·에어버스 등 전 세계 600여 곳에 달하는 방산업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지상군 무기 전시회였다. 한국 방산업체로는 최초로 참가했다.

모두 한화그룹 방산계열사 무기다. 이는 정부의 ‘자주국방’ 의지와 맞물려 방산업은 한화의 효자 산업으로 뜨고 있다. ‘맏형’ 격인 ㈜한화는 1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03년 1분기 111억을 시작으로 올해 2분기 776억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2%나 급증한 1조6859억 원이다. 당기순이익(1조2887억원)은 무려 10배 가까이 올랐다.


한화그룹이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택한 인수합병 덕분이다. 2015년 삼성과의 빅딜이 있었다. 한화테크윈(구 삼성테크윈)·한화탈레스(구 삼성탈레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해엔 두산DST(현 한화디펜스)도 인수했다. 이후 한화그룹은 재계 순위(8위)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실 한화는 방위산업으로 출발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설립된 ‘한국화약’이 전신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만들던 한국화약은 1974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후 국내 대표 방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1993년엔 ㈜한화로 사명도 바꿨다.

지난해 ㈜한화는 잇따른 수주 행보를 이어갔다.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대탄도탄용 유도탄 체계 종합 탐색개발 사업, 공대지유도탄 체계종합개발사업을 따낸 것이다.

9월 29일 ‘천무’ 개발 공장과 한화종합연구소를 찾았다. ㈜한화는 전국에 5개 사업장, 1개 종합연구소 등 총 6개의 생산·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천무 다연장로켓 체계는 기존 육군 다연장로켓(MLRS)보다 정확도와 사거리가 크게 개선된 무기 체계로 북한의 방사포와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가재웅 한화 대전사업장 운영팀장의 설명이다. 실제 북한의 무기 중 가장 위협이 되는 무기로 방사포와 장사정포가 꼽힌다. 개전 직후 북한이 두 무기를 사용할 경우 파주와 고양, 김포, 인천, 서울 지역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230㎜ 다연장로켓포 천무는 2015년부터 전력화됐다.

천무는 높은 정밀도를 자랑한다. 표적의 성질과 형태에 따라 다양한 탄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 팀장은 “정밀유도체엔 위성항법안테나와 항법유도장치가 있다”며 “위성신호를 위성항법안테나를 통해 수신하면 사격통제 콘솔의 명령에 따라 항법유도장치가 목표물을 찾아가는 식이다”고 답했다.

생산 공정은 꽤 복잡했다. 탄두와 추진체 공정은 별도로 진행된다. 탄이 날아가서 터지는 부분이 탄두, 탄이 멀리 날아가기 위해 장약을 채우는 부분이 추진체다. 추진체 공정은 연소관 하나하나를 코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내열재를 바르고 코팅 과정을 마친 연소관은 진공 장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추진체 공정에서 장약 충전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탄을 멀리 내보내기 위한 폭발력이 균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불순물이나 기포가 생겨선 안 되기 때문이죠.” 설명을 마친 가 팀장은 장약 충전을 마친 연소관을 보여줬다. 3일가량 창고형 오븐(방화룸)에서 구우면 장약은 고무처럼 탄성을 지니게 된다. 금형을 제거해도 장약이 균일하게 채워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 비 파괴 검사를 한다. 100% 이상 없다고 검수가 끝나야 탄두와 결합한다. 이 추진체에 날개와 통신장비를 달고 점검하면 비로소 천무가 완성된다. 한 발이 만들어지는데 일주일이 걸린다.

물론 모든 과정은 철저한 안전관리 하에 진행된다. 한 건물 안에 공정별 생산 시설은 두꺼운 방호벽으로 이뤄진 각각의 독립된 형태에 설치돼 있었다. 한 방에서 폭발사고가 나도 2차 폭발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각 방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모두 외부로만나 있었다. 가 팀장은 “가장 얇은 격벽 두께만 철근콘트리트 구조로 50㎝에 달한다”며 “직원들은 정전기 등으로 스파크 자체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신발 뒤꿈치에 패드를 붙인다”고 했다. 대전사업장은 천무 전력화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화의 다음 목표는 L-SAM이다. 정부 주도 하에 탐색개발 중인 L-SAM은 최근 사드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주목 받은 무기체계다. 종말 단계(고도 40㎞)인 탄도탄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유도탄으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이기도 하다. 지난 5월 NSC 회의에서 문 대통령도 “KAMD와 킬체인을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일까. ㈜한화의 어깨가 무겁다. ㈜한화는 L-SAM을 2022년까지 개발하고, 다음해인 2023년부터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L-SAM에 들어가는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발사체계 연구개발은 한화디펜스가 각각 맡고 있다.

연구개발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한화는 역량을 한데 모아 KAMD 전력화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지난 7월 준공식을 마친 대전 한화종합연구소가 그 산물이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이곳은 대지면적만 1만1202평에 이르고, 4개 연구센터에 600여 명의 인력이 기술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전체 연구 인력 중 석·박사 비중이 80%나 되는 국내 몇 안 되는 곳으로도 통한다. 한국 방산업계에선 최고 연구조직을 갖춘 셈이다.

홍계정 종합연구소 연구기획팀장은 “연구개발동은 안전을 위해 무진동구조로 설계했다. 특히 정밀측정실·통신차폐실·클린룸·항온항습실 등 정밀 연구환경이 필요한 특수환경 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조항주 연구소장은 “비록 군사기술 개발 시설로 연구소가 일반에 완전히 공개하는 것은 어렵지만, 홍보전시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방산업계에 드리운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최근 방산비리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조 연구소장도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연구개발 업체 비리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라며 “마치 전체의 문제처럼 여겨져 산업 자체가 위축돼선 안 된다. 연구개발은 사업의 성공보다 실패일 때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방산업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의 고충도 전했다. 불철주야 연구해 내놓은 논문도 국가 기밀로 분류돼 학계에 등재될 수 없다. 조 소장은 “방위산업 종사자들이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일할 수 있게 사회적 인식이 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제조업계에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 열풍은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겨줬다. 미래 먹거리를 찾는 거다. 방산업은 신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뜨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방산업 육성을 위해 주요 국가들은 해외 시장 진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기술 개발 및 고부가 가치 군사장비 개발에 따른 무기체계 다양화 및 첨단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군용 무인기 시장도 2015년 연평균 10%씩 성장해 2025년 15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도 잰걸음을 걷고 있다. 5곳에 이르는 방산계열 자회사의 사업영역도 대폭 조정했다. ㈜한화는 정밀 타격체계 전문 기업으로 탄약·유도무기 사업을, 한화디펜스는 항법 사업 역량에, 한화시스템은 레이저 사업에 중점을 둬 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발휘해 효과적으로 개발한 무기로 수출형 글로벌 방산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711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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