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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엔지니어들이 꿈꾸는 일터] 독일 기업 헤레우스의 힘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1851년 독일 하나우에서 사업을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헤레우스를 아는 일반인은 드물 것이다. 이에 반해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헤레우스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헤레우스는 엔지니어라면 한 번은 일해보고 싶은 글로벌 기업으로 통한다.

▎독일 하나우에 있는 헤레우스 본사 전경. 헤레우스 본사에는 공장이나 연구소 같은 건물이 함께 들어서 있어 마치 대학 캠퍼스 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1851년 독일 하나우에 있는 약국에서 약사이자 화학자 빌헬름 칼 헤레우스가 일하고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약국이었다. 그는 약국 일보다 다른 일에 집중했다. 보석을 만드는 용도로 수요가 많았던 플래티넘을 쉽게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플래티넘은 흔히 백금으로 불리는데, 모든 귀금속 중 부식이 잘 안되는 귀금속으로 통했다. 문제는 경도가 매우 높아서 섭씨 1769도가 되어야만 녹았고, 금속으로 주조할 수 있었던 것. 당시 기술로는 플래티넘을 가공하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헤레우스는 지역 금 세공인과 손을 잡고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내 산수소 가스 불꽃(산소와 수소의 혼합 가스가 타며 내는 고온의 불꽃)으로 플래티넘을 용해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 최초의 플래티넘 용해 업체’가 탄생한 것이다. 약사로 일했던 헤레우스는 젊은 기업가로 변신을 했다. 전 세계 곳곳의 금 세공 작업장과 보석 공장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손을 잡았다. 160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독일의 히든 챔피언 ‘헤레우스(Heraeus)’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조그마한 약국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을 들여다봤다.

가족기업 장점 살리기 위해 각사 대표가 책임 운영


▎1851년 독일 하나우에 헤레우스를 설립한 창업자 빌헬름 칼 헤레우스. ‘독일 최초의 플래티넘 용해 기술’을 선보이면서 헤레우스의 성공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2016년 헤레우스의 매출은 귀금속 분야를 포함해 전체 216억 유로(약 28조8887억원)에 이른다. 전 세계 40개국에 설립된 100여 개의 지사에 1만24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일하고 싶은 독일의 ‘히든 챔피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160년 넘게 가족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자 빌헬름 헤레우스를 시작으로 2013년 얀 리너트(Jan Rinnert)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헤레우스 가문 5세대가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10대 가족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독일을 대표하는 가족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일반인에겐 여전히 낯설다. B2B 전문 기업이기 때문이다. 헤레우스 코리아 장성규 대표는 “세계적 기업이지만 전문 분야에 집중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헤레우스 코리아는 귀금속·일렉트로닉스·태양광·노블라이트·신사업 등 5개 사업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헤레우스 코리아에는 2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헤레우스가 놀라운 점은 160년의 역사와 더불어 매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헤레우스 노블라이트 볼프강 스탕 대표는 “헤레우스의 자랑은 매년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헤레우스의 성공을 보면서 임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기업의 장점을 살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헤레우스는 2013년 취임한 얀 리너트(Jan Rinnert)가 경영을 하고 있다. 헤레우스 가문의 5세대다. 그가 집중한 것은 글로벌 진출이었다. 1985년 전임 CEO 인 위르겐 헤레우스 박사가 헤레우스 홀딩을 설립한 이후 헤레우스 그룹을 5개의 핵심 분야로 재편성을 했다. 귀금속, 전자재료 및 센서, 화학, 의료, 특수조명을 포함한 산업재료 등이다. 2015년 1월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맞게 현재 9개 글로벌 사업부로 확대 개편했다.

5대째 별다른 문제없이 경영이 이어지는 것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볼프강 스탕 대표는 “가족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경영인이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게 헤레우스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중장기 목표를 점검하고, 잘된 것과 잘못된 점이 없는지를 살피고 보완하는 것도 모두 전문경영인의 몫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임직원은 얼마나 필요한지, 자본은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무엇을 개발해야 하는지 같은 세부적인 사안도 모두 각 사업부가 결정을 하게 된다. 세부적인 내용이 결정되면 이후 이사회에 이를 보고하게 되고 이사회는 이를 승인하는 구조다. 전문경영인이 세운 목표는 그룹의 오너도 쉽게 반대하지 못한다. 볼프강 스탕 대표는 “이후 헤레우스 가문과 이사회는 이를 승인하거나 보류할 수 있다. 만일 이사회가 전문경영인의 계획을 반대하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사업 목표에 대해서 충분한 협의를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것이 가족 기업 헤레우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헤레우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또 다른 요인은 기술개발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헤레우스의 글로벌 사업부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 2015년 설립된 ‘뉴비즈니스 인큐베이터(Incubator New Businesses)’다. 새로운 비즈니스 혹은 신기술을 찾기 위해 만든 글로벌 사업부다. 이 사업부는 헤레우스가 기술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볼프강 스탕 대표는 “뉴비즈니스 인큐베이터는 새로운 제품이나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는 부서”라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성장 원동력


헤레우스는 조그마한 약국에서 성공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약국을 넘어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한 데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장 먼저 얻은 기록은 ‘독일 최초의 플래티넘 용해 업체’라는 타이틀이다. 이후 1899년에는 기포가 상대적으로 적고 순도가 높은 석영유리를 만드는 공정을 발견하면서 헤레우스라는 이름을 업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헤레우스의 글로벌 사업부에 ‘석영유리(Quarzglas)’ 사업부가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20세기 전반 가장 훌륭한 기술혁명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진공에서 금속 재료를 녹이는 공정’이다. 바로 헤레우스의 작품이다. 이 공정 하나를 만들기 위해 취득한 특허가 84개나 된다.

헤레우스 기업문화에서도 기술혁신에 대한 욕심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2003년 만들어진 ‘헤레우스 신제품 & 신공정 혁신상’이다. 헤레우스 코리아 장성규 대표는 “헤레우스의 글로벌 사업부들은 진입 장벽이 높고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집중을 한다”고 설명했다.

2010년 헤레우스는 ‘2020년 원칙’이라는 목표를 도입했다. 여기에는 ‘인수를 통한 평균 이상의 성장률 달성’ ‘국제 시장 입지와 고객 파트너십 강화’ ‘혁신 선구자로서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헤레우스의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또 다른 것은 ‘글로벌 행동 강령(Global Code of Conduct)’이다. 임직원들이 준수해야 할 내용이 담겨 있다. 볼프강 스탕 대표도 “글로벌 행동 강령은 우리의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행동 강령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최고라는 점과 임직원 모두가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스기사] 헤레우스 노블라이트 볼프강 스탕 사장 - “삼성·LG와 직접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 보유”


▎1980년대 처음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헤레우스 노블라이트 볼프강 스탕 대표. / 사진:헤레우스 제공
헤레우스의 9개 사업 부문 중 하나인 노블라이트(Nobleligth) 사업은 빛을 근간으로 하는 제품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노블라이트의 제품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 전지·자동차 등을 포함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삼성·LG 같은 글로벌 기업은 헤레우스 노블라이트와 직접 소통을 할 정도로, 한국 기업의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4년 헤레우스 노블라이트 부문 사장으로 승진한 볼프강 스탕(Wolfgang Stang)은 1988년 삼성종합기술원(SEIT) 설립에 도움을 준 엔지니어였다는 인연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었다는데.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30년이 넘었다. 1987년 처음 한국에 왔는데, 그때 올림픽을 준비하던 때였다. 당시 나는 젊은 엔지니어였다. 삼성이 삼성종합기술원을 설립했는데, 나는 당시 플랫 패널에 대한 연구에 관여하면서 한국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한국의 GDP가 150달러에 불과했는데(2016년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7500달러), 한국의 발전 속도를 보면 놀랍기만 하다.

헤레우스가 1984년 한국에 진출했다. 이렇게 빨리 한국에 진출한 이유가 뭔가.

1984년 헤레우스는 한국에 공장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 헤레우스 코리아의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했고, 이때 연구소도 함께 설립했다. 한국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우리의 중요한 고객이다. 한국은 헤레우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국에서 매출을 두 배로 올리는 게 우리의 목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헤레우스는 일반인은 잘 모르는 독일 기업이다. 어떤 사업들을 펼치고 있나.

1851년 귀금속 가공을 시작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기술혁신을 거듭해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는 귀금속·일렉트로닉스·태양광·메디컬·노블라이트·석영유리 같이 9개 글로벌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헤레우스의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헤레우스 노블라이트 사장을 맡고 있다. 노블라이트는 어떤 사업을 펼치고 있나.

빛을 기본으로 하는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우리의 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 전지·의료 및 미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은 우리에게 중요한 고객이다.

한국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헤레우스 노블라이트의 제품과 솔루션은 무엇인가.

크게 적외선을 이용한 솔루션과 자외선을 이용한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적외선의 경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정 등 첨단산업 분야의 열처리 및 건조에 우리의 제품과 솔루션이 이용된다. 예를 들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중 정밀한 온도 제어를 필요로 하는 건조 과정이 우리의 핵심 공략 시장이다. 적외선램프를 파장대별로 개발해 고동의 품질을 요하는 공정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2차 전지 분야에는 전극판 코팅을 납품하고 있다. 전극판 품질은 배터리의 충전 효율과 수명을 좌우한다. 자동차 분야에는 라커, 시트, 포면 처리 공정에 적외선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자외선 사업부는 인쇄나 코팅 그리고 도장 등의 분야에 우리의 솔루션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헤레우스가 160년 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배경이 뭔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하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R&D에 집중하고 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711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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