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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개구리, 금융지주사(1) 

‘탈(脫) 은행’한다면서 이자 이익만 늘어난 이유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한국 금융 역사상 최초로 3조원 실적을 달성할 금융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두 곳이다. 하나·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한 4대 금융지주사 실적(지난해 3분기 누적)도 벌써 7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출범한 금융지주사는 18년째 ‘예대마진’에 얽매여 있다.

“더는 과거의 방식으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과 체계를 갖춰 소호(SOHO)·중소기업(SME)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겠습니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업 포트폴리오는 무엇인지, 보유하고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는 수익성과 리스크 측면에서 최적인지,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채널 전략과 조직 운영 방식은 무엇인지, 심도 있는 검토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10년 후 글로벌 금융회사에는 애플,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등장합니다. 이제는 금융기관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타 업종과 무한 경쟁을 펼쳐야 되는 것입니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수익원 다변화를 통한 영업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4대연금과 결제성계좌, 가맹점계좌 유치를 통한 저비용성예금 증대에 집중하고, 자산관리시장과 핀테크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수수료를 비롯한 비은행 수익을 제고해야 합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최고경영진들의 2017년 신년사다. 이구동성, 한목소리로 전통적인 은행 테두리를 벗어나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1년 후, 한국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구조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일단 돈은 벌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을 보면 KB금융(2조7577억원), 신한금융(2조7064억원), 하나금융(1조5410억원), 우리은행(1조3785억원), IBK기업은행(1조2476억원) 등은 모두 전년 동기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연간 실적이 3조원을 넘어설 거란 기대까지 팽배하다.

하지만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탈(脫)은행’ 공약은 무색해졌다. 금융지주사가 거둔 이익 중 대부분이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에서 나왔다. 금융지주사의 주요 축인 은행이 제로금리 시대를 끝내고 완만한 금리 상승기를 맞아 예금금리는 유지하되 대출금리는 일제히 올리는 쪽에 섰기 때문이다. 실제 재작년 3분기와 지난해 3분기 예대마진을 비교하면 더 극명해진다. 신한은행(1.68→1.82%포인트), 국민은행(1.79→2.01%포인트), 하나은행(1.34→1.47%포인트), 우리은행(1.69→1.84%포인트), 기업은행(1.86→1.92%포인트)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금리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대출 규모도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341조1515억원으로 재작년 3분기(9월 말)보다 9.16%(112조5778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은 더 크다. 지난해 3분기(9월 말) 75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약 66조9000억원)나 증가했다.

대표 금융지주사만 보면 대출 ‘쏠림’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이 내준 대출 중 70% 가까이가 보증서나 담보를 끼는 식이다. 그럴만한 배경도 있다. 주요 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로 큰 피해를 입은 후 기업 여신심사 자체도 줄여나갔다. 실제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 은행 대출 중 기업금융은 80%에 달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47%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빈자리는 가계대출이 빠르게 파고들었다. 전체 가계대출의 7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인데다 기업대출마저 기업보다 부지나 공장을 담보로 한 대출이 50%에 달한다. 기업대출도 말이 자영업자 대출이지 사실상 담보대출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자영업자가 입주한 건물이나 대표가 가진 부동산 등을 담보로 잡아 돈을 내주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70%, 기업대출 50% 이상이 담보대출


결국 주요 금융지주사는 안전한 ‘담보물’ 중심의 대출 이익구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주요 금융사들의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 행진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한국은행도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발맞춰 기준금리를 올릴 계획이라 은행도 대출금리를 더 올릴 여지가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앞으로 대출 규모가 다소 줄어들 수 있으나 금리 방향성이 이미 인상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대출이자 이익은 은행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파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침에도 4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은 126조6000억원으로 그해만 3조 2200억원이 늘었다. 신한은행은 2조7810억원, 하나은행은 3조860억원, 우리은행은 1조4700억원이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은행 이자 수익의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정희수 KEB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도 “올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면서 은행의 순이자마진 개선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최근 수년간 대출 규모가 연평균 6%대 성장을 하고 시장금리와 연동하여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의 이자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M&A로 다시 사업다각화 꾀하겠다는 금융사

정부는 은행에 칼을 빼든 상태다. 6·19 부동산 대책, 8·2 부동산 대책, 10·24 가계부채 대책. 지난해부터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잡겠다며 내놓은 대책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정부가 수요자 아닌 공급자 측인 은행 돈줄을 직접 잡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자본규제 3종 세트’로 은행의 자본 규제를 강화해 가계대출 돈줄을 조이겠다는 심산이다.

올해 1월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신년인사회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자본규제를 강화하고, 은행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에 차등화된 가중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풀어서 얘기하면 우선 고(高)LTV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현재 30~40% 수준인 위험가중치를 대폭 높인다. 은행들은 BIS 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고 LTV 주택담보대출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소리다.

정책을 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금융지주사에 담보 위주의 대출영업을 마치 피해야 할 리스크라며 줄이라고 압박하는 건 은행의 본질적 특성에 대치된다”며 은행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자수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은 여전하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를 계기로 외국처럼 금융회사들의 사업부문제를 활성화해서 비은행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주사도 구조를 개편하는 동시에 정부가 내놓을 관련 정책 역시 통합감독체제로 변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금융지주사의 숨통을 조여오자 사업다각화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바로 인수합병(M&A)이다.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금융인 송년의 날·대한민국 금융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5대 금융지주 회장은 2018년 경영 화두로 국내외 인수합병(M&A), 디지털 사업 강화, 포용적·생산적 금융을 꼽았다. 3조원 클럽에 올라선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계획은 더 구체적이다. KB금융은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관련 인수 대상 기업을 물색하는 중이고, 신한금융은 아시아 지역 보험과 금융투자사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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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호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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