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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기 정승기정형외과 원장 

비수술 치료로 활로 개척 

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정승기 정승기정형외과 원장은 국내 정형외과에 비수술 치료 시장을 열어젖힌 선구자로 꼽힌다. 많고 많은 ‘동네 정형외과’ 중 하나였던 그의 병원이 전국의 환자들을 끌어모으는 비수술 치료의 ‘메카’로 거듭난 비결을 들어봤다.

흔히 의사라 하면 수술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메스를 손에 든 채 수술을 집도하는 전문가의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의사가 하는 일이 수술과 진료뿐만이 아니다. 특히 직접 병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개원의는 신경 쓸 일이 산더미다. 한정된 시간과 물자를 어떻게 분배해야 많은 환자들에게 최대의 만족을 줄 수 있을지, 병원에 어떤 시설을 들여오고 공간은 어떻게 구성할지, 직원은 어떤 사람을 얼마나 뽑아서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모두 경영의 영역이다.

비수술 치료 전문 정형외과로 유명한 서울 은평구 정승기정형외과의 정승기 원장이 “의사도 경영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지난 1월 10일 정승기정형외과 사무실에서 만난 정 원장은 병원 운영에서 경영자의 시각이 갖는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07년, 정 원장이 당시로선 보기 드물었던 비수술 치료 전문 정형외과를 열게 된 것도 경영자의 관점에서 고민한 결과였다. “1995년 개인병원을 처음 열었을 때는 다른 병원처럼 입원실을 두고 수술도 많이 했죠.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까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입원실이 있는 병원은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수술 치료 환자는 돌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정 원장의 말이다.

정 원장은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입원실을 아예 없앤 비수술 치료 전문 병원을 세우면 환자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주변에선 만류했다. “입원실이 없는 정형외과에 손님이 오겠느냐”는 걱정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경제구조와 기술적 기반, 사업모델과 사회적 역학관계도 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시대정신은 혁신과 변화, 소위 경장에 있다.
정 원장의 뜻은 확고했다. “일시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새로운 분야로 정착이 되고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란 신념을 가지고 비수술 치료 전문 병원을 열었다”고 정 원장은 돌이켰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병원 경영에서도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주목하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레드오션인 수술 치료 병원을 떠나 비수술 치료라는 블루오션을 찾아간 거죠.”

정 원장은 2007년 자리를 현재의 은평구 불광동으로 옮겨 병원을 새로 열면서 비수술 치료에 걸맞도록 병원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입원실을 없앤 공간에 통원 치료 환자들을 위한 1대1 치료실을 10개 만들었다. 1대1 치료실은 환자가 30여분 간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 치료사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이다. 입원실 체제에선 불가능했던 환자와의 1대1 소통이나 개별 환자 집중 관리를 위해 정 원장이 직접 고안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도전을 추구하는 정 원장의 ‘기업가 정신’은 정 원장이 남들보다 한발 앞서 비수술 치료 전문가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정 원장은 국내 대학원에서 벌침을 치료에 이용하는 봉독요법 전문과정을 수료하고 줄기세포 치료법을 연구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왔다.

의사들 사이에서 ‘대체의학’쯤으로 여겨져 주목받지 못했던 도수치료도 정 원장은 한발 앞서 정형외과에 도입했다. 정 원장은 “내가 도수치료를 우리 병원에 도입했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도수치료에 대한 의료계의 매도가 아주 심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해보니 효과가 아주 좋았다”며 “지금은 의사협회가 직접 나서서 가르칠 정도로 도수치료가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016년에야 비로소 도수치료학회를 설립하고 도수치료를 의료계에 적극 권장하고 있다.

최근 정 원장이 주목하는 의료기술은 체외충격파다. 체외충격파는 말 그대로 몸 밖에서 기계를 이용해 몸 속에 충격파를 보내는 기술을 뜻한다. 90년대 후반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시작돼 근래에 들어서야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첨단 기술이다.

2005년부터 체외충격파 기기를 도입해 사용해왔다는 정 원장은 “체외충격파는 화학 약품이 동반하는 부작용 없이 조직을 재생하고 면역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지난 10여년 간 써보니 체외충격파가 족저근막염, 석회성건염 등 좀처럼 낫지 않는 난치성 질환 치료에 아주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지난해 5월 대한체외충격파학회를 설립하고 학회장을 맡아 관련 분야 연구 및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 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201802호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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