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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에 입학한 아모레퍼시픽 장녀 서민정 

중국 시장 전략은 ‘꽌시(關係·관계)’ 구축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중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100개 브랜드 중 20여 개 브랜드의 오너·CEO가 장강경영대학원(CKGSB) 졸업생이다. 지난 가을학기 이 대학에 아모레퍼시픽그룹 장녀 서민정씨가 입학했다. ‘꽌시(關係·관계)’를 구축해 중국 시장의 중장기 전략을 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7일 베이징 캠퍼스에서 진행된 장강경영대학원의 졸업·입학식 장면. 김상헌 네이버 경영고문, 문국현 뉴패러다임 인스티튜트 이사장, 신영수 동원홈푸드 대표 등 한국 동문 20여 명도 졸업장을 받았다.
중국 베이징시 왕푸징 지역 오리엔탈플라자에 위치한 장강경영대학원(CKGSB)은 아시아 최대 갑부로 꼽히는 리카싱 청쿵실업 회장의 ‘리카싱 재단’이 2002년 11월 세운 중국 최초의 비영리 사립 MBA다. ‘꽌시(關係·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에서 독보적인 동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데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리둥성 TCL그룹 회장, 스위주 쥐런그룹 회장 등 중국 거대 그룹의 CEO들이 이 학교 출신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펼치려는 각국의 경영자가 이 학교 캠퍼스로 모여드는 이유다.

지난해 8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28)씨가 이 학교의 MBA 프로그램 과정에 입학했다. 민정씨는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 오산 뷰티사업장 SC제조기술팀에 입사했다가 6개월 만에 사직하고 중국 유학을 택했다. 그가 입학한 MBA 프로그램은 14개월 풀타임 학위 코스로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의 이론과 실행을 공부한다. 현장 체험을 중시해 중국 내 주요 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기업가들과 교류를 진행한다. 특히 중국·아시아 내 사업과 관련해 문화·윤리적인 관점을 강조한다. 수업료는 40만9000위안(약 7000만원)으로 기타 비용을 포함하면 52만 위안(약 8800만원)에 이른다. 민정씨는 60명의 동기와 함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종일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이뤄진다.

중국 기업 오너들이 동문 네트워크


민정씨의 중국 유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시기에 결정됐기 때문이다. 최근 2년 새 화장품업계는 중국의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2017년 매출 5조1238억원, 영업이익 5964억원, 당기순이익 398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2%, 29.7%, 38.4% 하락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주춤하는 사이 해외 경쟁사들은 3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민정씨의 중국행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중장기 전략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인적 네트워크 즉, 시를 형성해 안정적인 마케팅·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꾸준히 제기되는 중국 내 시설 투자의 기초 전략을 세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가 3세의 경영권 승계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민정씨의 유학 덕분에 장강경영대학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강경영대학원은 하버드·와튼·예일 등 유명 비즈니스스쿨에서 종신교수직을 보장받은 40명 이상의 전임교수진을 갖추었다. MBA, EMBA(Executive MBA), FMBA(Finance MBA), DBA(공상관리학) 등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자랑한다. 베이징·상하이·선전에 캠퍼스가 있으며 홍콩·뉴욕·런던에 해외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2014년 가을 베이징 장강경영대학원에서 만난 샹빙 총장은 “중국에 진출해 성공하려면 중국 시장에 대한 깊고 넓은 식견이 필요하다. 장강경영대학원의 동문이 된다는 것은 중국 내 인적 네트워크의 기회를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정씨가 수강하고 있는 MBA 프로그램은 첫 28주 동안 주요 과목의 기초 기반을 다진다. 이어 5주 동안 중국과 미국 뉴욕시를 방문해 글로벌 시야를 넓히고, 다음 5주간은 그동안 배웠던 지식을 실제 경영 프로젝트에 적용한다. 마지막 18주간은 MBA 학생들이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기간으로, 기업에 다시 안착할 수 있는 전략과 함께 창업 초기에 필요한 개념과 기술·정보·대안을 공유한다. 눈에 띄는 것은 컬럼비아·프린스턴·UC버클리·스탠퍼드 등의 파트너 비즈니스스쿨에서 3주간 진행되는 ‘미국 모듈’이다. 필수 수강 항목으로, 구글·링크드인·인텔·마이크로소프트·에어비앤비 등 업계 선두 기업을 방문한다.

장강경영대학원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국경과 업계를 넘어서는 독보적인 동문 네트워크다. 대학원 관계자는 “1만 명이 넘는 동문 중 절반 이상이 기업의 대표 또는 회장”이라며 “이들은 중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100대 브랜드의 20%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마윈 회장은 2006년 장강경영대학원에 입학해 차이나 CEO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 치후 360(Qihoo 360)의 회장 겸 CEO 저우홍이, 중국 대표 유제품 기업 몽우그룹의 CEO 선이핑, 중국 최대 민영기업 포선그룹의 전 부회장 겸 CEO 량신쥔 등도 동문이다. 중국의 인터넷기업 텐센트의 천이단 공동창립자와 택시 예약 애플리케이션 업체 디디추싱의 CEO 청웨이는 DBA(공상관리학) 2기 출신이다.

국내 동문의 면면도 화려하다. IT업계의 혁신을 이끌어온 김상헌 네이버 경영고문, 국내 식품업계 빅5 중 하나인 동원홈푸드의 신영수 대표, 문국현 뉴패러다임 인스티튜트 이사장, 뷰티 브랜드 코스토리 창업자 김한균 대표 등이 장강경영대학원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이 개설한 ‘CKGSB-aSSIST 차이나 EMBA’ 과정을 이수했다. 이 과정은 중국을 무대로 활약하는 CEO,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창업가를 위한 교육이다. 국내 그룹의 오너 일가로 중국 캠퍼스에서 이뤄지는 MBA 프로그램에 입학한 것은 민정씨가 처음이다.

중국 시장 투자 밑그림 그릴까


▎장강경영대학원은 독보적인 동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두터운 인맥에 맞게 MBA 학생들은 멘토링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기회를 갖는다. 대학원 관계자는 “주로 DBA·EMBA 과정의 유명 동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실무를 경험한 멘토에게 커리어와 관련된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며 “단순히 멘토·멘티 간 정보 공유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계를 유지해 중요한 사업 기회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멘토링 프로그램에는 텐센트의 천이단 공동창립자와 완퉁그룹의 펑룬 회장 등 쟁쟁한 동문이 참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오너가 3세인 서민정씨는 아직 28세에 불과하지만 승계를 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 중이다. 이는 주요 기업의 지분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민정씨는 부친 서경배 회장(지분율 53.9%)에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 2대 주주(2.93%)다. 2006년 서 회장으로부터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증여받았는데 2016년 아모레G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지분율이 껑충 뛰었다. 지난 1월초 기준 민정씨의 아모레퍼시픽그룹 241만2710주의 가치는 3305억원에 달한다.

민정씨는 이 외에도 그룹 내 비상장기업인 에뛰드(지분율 19.5%), 이니스프리(18.18%), 에스쁘아(19.53%)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 2012년 서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산이다. 또 외할아버지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에게서 농심홀딩스 주식 0.28%를 받아 보유하고 있다. 민정씨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하면 1월초 기준 4500억원에 달한다.

오산공장에서 일하며 글로벌 수요에 맞춘 생산시스템을 효율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정씨는 입사 반 년 만에 퇴사했다. 중국 시장이 화장품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영 전략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나라와 학교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사드 불똥’이 아모레퍼시픽에는 급하게 꺼야 할 불이라는 이야기다. 업계에선 민정씨가 중국 유학 중에 맺을 시의 효과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오래전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내 마케팅·홍보 투자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브랜드 신뢰도 회복 등 지속성장을 위해 시설 투자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우호 기업인을 찾고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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