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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EO의 CES 참관기(1) 

인간의 고통을 혁신으로 개선하다 

글·사진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이 열렸다. 글로벌 시장의 ICT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전시회다.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한 한국의 스마트 재활 솔루션 스타트업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가 CES 참관기를 보내왔다. 글로벌 시장의 헬스케어 기업들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편집자 주]

▎네오펙트는 CES 2018에 참가해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라파엘 스마트 재활 솔루션 시리즈 5개 제품의 ‘홈버전’을 선보였다.
CES는 전 세계 테크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장이다. 그래서 CES를 보면 전세계 기술 진보의 방향과 혁신 제품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소비자가전박람회라는 이름을 가진 CES에서 헬스케어가 중심이 되는 품목은 아니지만 Health & Wellness 카테고리에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였다.

최근 헬스케어에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IoT·인공지능·가상현실 기술 등이 접목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트렌드가 되고 있고, CES에 전시되는 헬스케어 전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Digital Healthcare Summit’과 같이 CES 콘퍼런스의 한 축을 헬스케어 관련 주제가 맡을 정도다.

헬스케어 CES 콘퍼런스 한 축


▎리듬사의 ‘Dreem’이라는 제품은 헤드밴드형태로 사용자가 머리에 착용하면 수면 뇌파를 분석한다. 뇌 전기 신호의 세기와 뇌파의 유형을 분석하고 수면에 도움을 주는 소리로 숙면을 유도한다 / 사진:네오펙트 제공
CES에 전시되는 제품들은 병원에서 사용되는 무거운 주제의 헬스케어 제품보다 가정 내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Wellness 위주의 제품이 대부분이다. 일반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은 제품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CES 2018에 참여하면서 기술 진보의 방향과 혁신 제품의 트렌드를 통해 이 시대 사람들이 관심있고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알 수 있다. 특히 CES에서 소개된 헬스케어 제품을 보면 이 시대 현대인이 느끼는 고통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헬스케어 솔루션을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헬스케어 제품이 무엇인지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현대인의 고통으로 꼽히는 불면증 해결을 위한 슬립테크 제품이 많이 출시됐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현대인은 PC나 스마트폰 등을 많이 하는 탓에 일자목이나 거북목 등이 되거나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많이 시달린다. 이를 위한 슬립테크 제품을 한데 모은 슬립테크 전시관이 마련됐다. 여기에서 수면을 도와주는 매트리스 및 베개, 음향 시스템, 아로마 테라피 등의 기술을 살펴볼 수 있었다.

불면증 해결 위한 슬립테크 제품 눈에 띄어


▎사용자의 질 높은 수면을 위해 수면을 분석해주는 제품인 EMFIT QS. 매트리스 아래에 깔아놓고 자면 심장 박동 수 모니터링을 통해 수면을 분석해준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슬립 넘버(Sleep Number)360을 꼽을 수 있다. 사용자의 수면을 분석해서 숙면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침대다. 이 침대는 사용자 신체의 굴곡에 맞춰 주고, 사용자의 몸 상태를 파악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 움직인다. 사용자의 체형에 맞춰 주고, 사용자의 움직임, 호흡·맥박 등을 분석해 온도와 조명 그리고 음악을 조절해주는 기능도 있다.

리듬(Rhythm)사의 Dreem이라는 제품은 헤드밴드 형태로 사용자가 머리에 착용하면 수면 뇌파를 분석한다. 뇌 전기 신호의 세기와 뇌파의 유형을 분석할 수 있다.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소리를 뇌에 전달해 숙면을 유도한다고 한다. 또한 섬녹스가 개발한 스마트 수면 로봇 역시 숙면을 유도하며 이 로봇 베개는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자연소리, 심박소리 재생 등 알맞은 사운드를 제공한다.

또한 이들과 유사한 다양한 방식의 스마트 매트리스, 수면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제품을 여러 기업에서 선보였다. 스트레스 많고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통을 기술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의 숙제인 ‘다이어트’와 관련된 제품도 주목을 많이 받았다. 사실 다이어트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뇌파를 이용한 솔루션을 제공한 스타트업이 있었다. 대표적인 제품이 뉴로밸런즈의 모디우스(Modius)라는 제품이다. 시상하부를 자극해서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헤드셋이다. 귀 뒤에 패치를 붙이고 헤드셋과 연결하면 전기신호를 보낸다. 시상하부를 전기신호로 자극하면 체지방 유지 호르몬인 렙틴(Leptin)을 시상하부에 전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된다고 한다. 몸의 신진대사에 변화를 주면서 살을 뺄 수 있는 것이다. 필자도 부스에서 사용해봤지만, 전기 자극의 세기를 강하게 하니 어지러움을 좀 느꼈고 이후 약하게 했지만 안전성에 의문이 들었다.

이 외에도 뇌자극을 주는 다른 목적의 제품도 많았다. 스타트업 마인드셋이 선보인 마인드셋은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고안된 헤드폰이다. 뇌파 센서를 이용하여 뇌파를 측정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사용자의 집중 상태를 구분한다고 한다. 국내 스타트업인 룩시드랩스의 ‘룩시드VR’ 헤드셋은 사용자 뇌파, 동공, 시선 정보를 측정해 선호도·몰입도·스트레스 등을 파악하는 제품이다.

네오펙트 재활 솔루션 5개 제품 선보여


▎뉴로밸런즈의 모디우스(Modius)는 시상하부를 자극해서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헤드 셋이다. / 사진:네오펙트 제공
CES에 선보인 헬스케어 제품의 핵심은 인간의 고통을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네오펙트가 전시한 다양한 디지털 재활 제품들도 같은 맥락으로 연결된다. 필자의 아버지와 큰아버지 모두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뇌졸중 발병 이후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 고통받는 것을 경험하고 ‘재활 현장에 이런 제품들이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재활훈련은 보통 아날로그 기기를 사용하게 된다.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지루하고, 재활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이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크고 무거운 장비들을 개발할 때 우리는 가볍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비를 개발했고, 소프트웨어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자라는 관점을 가지고 시작했다.

네오펙트는 이번 CES에 라파엘 스마트 재활 솔루션 시리즈 5개 제품의 ‘홈버전’을 선보였다. 스마트 재활 솔루션에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해 병원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재활훈련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에서 개인에게 판매 중이다. 환자의 재활훈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적화된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하도록 개발했다. 이번 CES에 네오펙트가 참여하면서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아 미국 시장을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CES 2018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결국 많은 헬스케어 제품들이 IoT·인공지능·VR/AR·뇌전류 등 다양한 기술과 접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스타트업과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보면서 결국 현대인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 고통을 많이 받고 있는 게 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기술은 사람의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개발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혁신은 탄생한다.

※ 반호영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다. 삼성전자 TV 사업부에서 4년 동안 근무한 후 미국 LA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바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2010년 6월 헬스케어 스타트업 네오펙트를 창업했다.

201802호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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