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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한국 제조업의 나아갈 길(3) 

무인공장 시대의 일자리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 대표
사회의 발전이란, 사람이 신기술을 발전시키고, 이 발전된 신기술이 다시 사람을 발전시키는 변화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전통적인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형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혁명은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에서 시작된다. 스마트 팩토리의 넓은 의미는 외부에서 구매한 원자재의 입고부터 생산한 제품을 국내외 수요처로 운송하는 모든 단계까지 ICT·IoT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의미를 좁혀보면 공장 내에서 설비·공정 사이의 생산과 연계된 여러 단계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얻어 조정·통제할 수 있게 되면, 비즈니스 전 과정이 가치사슬로 연결되고 통합되어 스마트 팩토리의 철학이 이루어진다.

스마트 팩토리, 새로운 형태 일자리 창출

스마트 팩토리의 가치사슬이 연결과 통합을 이루면 제조에서 물류를 거쳐 소비자까지 이르는 빅 매니지먼트(Big management)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휴먼 제로베이스’가 이뤄져 공장에 정비기술자 외에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공장이 된다. 이런 형태의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의 최종 모습이다.

연결과 통합과정이 개별 공장은 물론 앞뒤의 금융과 유통까지 확대·연결되면, 사실상 사회 전체의 영역을 연결하게 된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전개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되기까지 수많은 근로자의 퇴출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하는데, 일반인이 근접하기 어려운 소수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뿐이다. 대신 대부분의 기존 일자리는 파괴되어 없어지게 된다. 일부 특수직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근로자는 지금과 다른 형태의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므로 퇴출된 근로자가 다시 일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일자리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향후 산업발전은 농업·제조업·서비스업 가릴 것 없이 모든 업종에서 사람을 AI로봇으로 대체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발전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생산성(生産性)’ 개념은 Input과 Output에서 Output을 극대화하기 위해 Input을 줄이는 개념이었다. Input은 사람과 시간을 곱한 맨아워(Man Hour)인데, 맨아워를 줄이기 위해 경영자는 지금까지 사람 수를 줄여 생산성을 높여왔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빠른 속도로 사람을 빼기 위한 수단으로 AI 로봇의 대체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일자리가 전부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없어져도 다른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진 직업은 영원히 없어질지 모르지만, 인공지능 덕분에 먹고사는 사람들이나, 관련 산업을 발전·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게 되어 구매력이 생성되므로 이들이 원하는 것을 공급하는 일자리가 다시 생길 것이다. 그 과정이 좀 혼란스럽기는 하겠지만 영원히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공급은 자신의 수요를 창조한다’는 세이(Say)의 법칙에 따르면 영구적으로 일자리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9세기 영국에서는 방직 부문의 기계화로 ‘마직(coarse cloth)’을 수작업으로 짜는 노동자의 수가 98%나 줄었다. 이에 반해 기계화로 생산성이 50배 증가하면서, 제조원가의 인하가 판매가격을 떨어뜨려 대중화되면서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나 공장의 증설 등으로 설비 제작과 기계부품 생산 등의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노동자 수가 1830년에서 1900년 사이에 4배나 증가했다. 이런 예를 보면 세이(Say)의 법칙대로 새로운 기술이 노동시장의 문을 좁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의 변화를 보면 과거 80년대는 오늘날과 같이 OHP나 프로젝터가 없던 시절이라 윗사람이나 여러 사람에게 프레젠테이션(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차트’라는 것을 사용했다. 이때 전문가가 전지에 손으로 직접 써서 차트를 만들었다.

당시 기업이나 관공서, 학교 등 모든 공공기관에는 차트 작성 전담 조직과 3~4명 정도의 전담 인원이 있었다. 전국적으로 상당한 인원이 이 일에 종사하며 생활을 영위했다.

아무나 차트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었고 글씨를 잘 쓰는 차트사라는 전문가가 있었다. 이 사람들은 특수기능인으로서 프라이드가 대단해 “손을 움직여 글을 쓸 수 있는 한 굶어 죽지 않는다”라고 큰소리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OHP라는 사무기기가 등장하면서 큰소리치던 그 많던 차트사가 자취를 감췄다. 기술 발전이 차트사들을 실업으로 내몬 것이다. 그 후 타자기가 등장하면서 차트사 못지않게 조직의 임원실이나 각 부문 곳곳에 전문 타자수가 등장했다. 각 기업에 엄청난 일자리가 생겨났으며, 당시에는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90년에 들어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피스 파워 포인트’가 등장하면서 수많은 타자수가 또다시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사람이 만든 기술이 사람을 내쫓는 역할을 한 것이다.

사회의 발전이란, 사람이 신기술을 발전시키고, 이 발전된 신기술이 다시 사람을 발전시키는 변화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의 육체노동(肉體勞動)이라는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2차 산업혁명은 사무관리(事務管理)직을 새로 만들었고, 3차 산업혁명에서는 서비스(service)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일자리의 안정을 가져왔다. 그러나 “1·2·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교체로 비교적 큰 마찰 없이 안정을 찾았으나,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계와 사람이 교체되므로 인간이 AI 로봇에 쟁탈 당하는 상태가 되어 19세기 초 영국 산업화 과정에서 등장한 ‘러다이트(Luddite)’ 운동과 유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대책과 급격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고정된 직장은 ‘자유업 형태’로 전환


▎우버는 산업 현장의 필요에 따라 인터넷으로 인력을 구해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유연성 고용 방법을 대표하는 사례다. / 사진:위키미디어
이런 고민은 한두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변화가 일어나므로, 근로자들은 직업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려는 노력 없이는 지금처럼 고정된 직장 개념의 새로운 직장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향후 직장의 형태는 일정한 조직에 매이는 고정된 직장이 아니라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업(freeter)’ 형태로 점점 변해갈 것이다.

1·2·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직(職)과 업(業)이 통합된 직업(職業)이라는 용어가 존재했으나, 4차 산업혁명의 사회구조에서 미래 일자리는 기업이라는 직(職)은 없어지고 개인의 역량에 기초한 업(業)만 존재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업(業)만 존재한다는 의미는 집단화된 전문조직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고, 개인이 업무 역량을 갖추면 언제든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프리터(Freeter)족이 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자동차와 핸드폰만 있으면 사무실 없이 얼마든지 업(業)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산업 현장의 필요에 따라 인터넷으로 인력을 구해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유연한 고용 방법이 일반화될 것이다. 대표적인 비즈니스 사례가 우버(차량공유)나 에어비앤비(숙박공유) 사업이다. 이처럼 개인의 여가와 특수 기술이나 기능을 요청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업(業)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런 경제활동 형태를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하며, 필요에 따라 인력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합집산하는 ‘독립형 일자리 프리터’를 의미한다. 원래 ‘긱(gig)’이라는 단어는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 시 유능한 연주자를 상시 고용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연장 주변에 일거리를 구하려고 모여든 연주자 중 그때그때 알맞은 연주자를 구해 단기 공연을 위해 맺는 계약을 말한다. 요즈음 인력시장에서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과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고용형태를 말한다.

미국에선 ‘긱 이코노미’가 2015년 직업의 16%에서 2020년 4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모바일과 IT 기술 발달로 ‘긱 이코노미’는 생계 보조형 직업에서 정규 직업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도 이런 형태로 변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긱 이코노미’가 부상하면 피라미드식 구조의 인력을 고용해온 기존 기업들은 조직을 긱 경제에 맞게 새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계열화 등으로 전체 가치사슬을 내부화했던 인하우스(In House) 생산방식의 거대 기업조직은 점차 와해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협력업체에서 부품만 공급받는 outsourcing 형태가 아닌 내부 핵심 역량만 남기고 외부와 연계·협조하는 ‘통합과 융합 경영’이라는 신개념 아웃소싱(New outsourcing) 형태로 조직이 변모할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는 창고형 매장과 글자 없는 조립설명서로 유명하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가구 부품을 고른 뒤 집에서 직접 조립하는 것이 이케아의 오랜 방식이었다. 이런 이케아가 조립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개념을 도입해 모바일 주문 시 필요한 시간에 배달과 조립까지 해주는 긱 작업(Gig work) 방법을 운영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속 고용이던 동네 음식 배달원들이 지금은 풀(pool) 개념으로 전환하여 긱 이코노미화한 것이 우버이츠인데, 성업 중이다. 음식점들은 긱 작업자(gig worker)를 이용하여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배달원은 일감을 늘리는 상호 이익의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국내에 최근 등장한 ‘숨고(숨은 고수)’, ‘탈잉(탈출 잉여)’ 등 재능을 공유하는 앱과, 외국어·악기 등 필요한 사람을 찾아 직접 돈을 받고 가르칠 수 있는 ‘오투잡’ 등은 자기 재능을 필요한 사람과 연결해주는 긱 이코노미의 형태다.

긱 경제 방향으로 인재 활용 방식 진화

‘프로파운드’는 사업 컨설팅을 하려는 기업들에 글로벌 컨설팅 전문가들을 직접 연결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향후 산업 발달에 따라 IT기술자, 변호사, 요리사, 의사와 같은 고급 전문성을 가진 직종도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긱 경제의 방향으로 인재 활용 방식이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긱 경제만으로 퇴출되는 전체 인력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이 진행됨에 따라 기업에서 퇴출된 근로자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정부적 지원이 잘 이루어져야 ‘러다이트(Luddite)’ 운동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기업 유다시티(udacity)는 온라인 공개강좌(MOOC)를 6개월 내외 학습과정으로 운영하고 인증을 주는 ‘나노 디그리’를 운영하고 있다. ‘나노(nano)’는 학습내용 세분화에 따른 학습 기간의 조정, ‘디그리(degree)’는 학습내용에 관한 ‘기업의 인증을 의미하는 수료증’이며, 기업의 호응도가 좋다.

한국도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대비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인증서를 주는 ‘한국형 나노 디그리’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직무 능력을 선택해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운영방식이므로 퇴출되는 근로자의 재취업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 백대균은… ‘죽은 공장도 살린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컨설턴트다. 1989년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를 설립했다. LG전자 창원공장의 생산 라인을 시작으로 국내 1000여 개 업체의 컨설팅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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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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