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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7년의 도전, 아프리카에서 결실을 보다 

조득진 기자
한때 사업 철수까지 검토했으나 현지화 전략으로 반전을 꾀했다. 죽어가던 세네갈의 참치회사는 7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미국·유럽·중동의 수출 전진기지로 탈바꿈 중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글로벌경영이 식품기업 불모지인 아프리카에서도 결실을 보고 있다.

▎‘현대판 장보고’로 불리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글로벌경영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싹을 틔우고 있다.
“스카사의 흑자전환 소식을 알려드리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통령님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메이드 인 세네갈’ 제품 수출을 통해 세네갈 국가 브랜드 제고에 기여하고, 고용과 투자 확대를 통해 세네갈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세네갈 사업 성장과 고용 창출에 감사드립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네갈 정부가 협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의 글로벌경영이 아프리카에서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세네갈 ‘스카사(S.C.A SA)’가 초반 어려움을 딛고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16년 여름 사업 철수까지 검토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를 극적으로 극복해내며 김 회장 특유의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김재철 회장은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에게 감사 서신을 보냈고, 대통령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답신했다.

동원그룹은 2011년 11월, 세네갈 국영기업이었던 스카사(옛 SNCDS)를 인수하며 아프리카 대륙에 진출했다. 이후 약 2600만 유로(약 340억원)를 투자해 2013년 10월 대규모 공장을 준공했다. 당시만 해도 스타키스트를 통해 미국과 중남미(에콰도르) 사업을 성공적으로 개선한 경험이 있었기에 아프리카 진출 역시 우려보다는 자신감이 강했다.

그러나 세네갈에서의 경영은 쉽지 않았다. 품질관리는 엉망이었고, 현지 임직원은 한국인들이 보기에 근로 마인드가 턱없이 부족했다. 노사관계는 최악이었고 품질과 생산성은 계속 떨어졌다. 그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현지 직원들의 정시출근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성실한 근태에도 직원들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근태나 업무의 실수를 지적당하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가 결국 ‘인샬라(알라의 뜻대로 하다)’라며 회피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일부다처제 문화 탓에 각종 가족행사를 핑계로 무단결근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복지와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현지 당국과의 관계도 중요했지만 아프리카 진출 경험도, 마땅한 전문가도 없었다. 당초 동원그룹은 스카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유럽 등 인접 선진국 수출을 목표로 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세네갈’에 대한 신뢰와 인지도는 예상보다 낮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처음 진출 당시의 생각과 달리 적자경영을 거듭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해마다 적자폭은 커져만 갔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개선의 여지를 찾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더욱 힘든 상황이었다”며 “총체적 난관에 부딪치자 그룹 내부에서 세네갈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국 2016년 여름 무렵 동원그룹은 사업 철수 검토에 나섰다.

총체적 난국에도 철수 대신 도전 선택


▎1. 2013년 10월 세네갈 스카사 공장 준공식에서 만난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김재철 회장. 최근 대통령과 김 회장은 감사의 서신을 주고받았다. / 2. 세네갈 스카사 공장 전경. / 3. 공장 벽에 그려진 김재철 회장 캐리커처.
그러나 실패만 거듭하다 철수할 수는 없는 노릇. ‘도전’이 기업정신인 동원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경험이 많다. 게다가 세네갈에서 철수하게 되면 아프리카 기지를 잃게 되는 것이고, 결국 동원이 꿈꾸던 글로벌경영이 무산되는 셈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우리의 사업 실패와 철수가 국내 다른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에 나쁜 선례가 될 수도 있어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동원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전체적인 경영의 틀을 바꾸는 혁신을 시도했다. 이른바 ‘스카사 2.0’이다. 동원은 2016년 8월 아프리카 현지 사정에 밝은 이종오 대표를 스카사의 대표로 영입했다. 식품과 인연이 없었지만 아프리카 주재원 경험이 있는 이 대표의 영입은 아프리카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동원의 도전적인 성향이 묻어나는 인사였다. 이 대표는 입사와 동시에 국내 최대 참치공장인 동원F&B 창원공장의 생산라인 현장에서 참치 가공 사업을 학습했다. 이후 곧장 세네갈 현지에 합류해 ‘스카사 2.0’을 수립하고 스카사의 경영혁신에 나섰다.

세네갈 사람들에겐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모슬렘의 특성과 함께 부족문화가 남아 있었다. 동원은 스카사 2.0 선포와 함께 하나의 가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ONE 스카사’ 활동을 시작했다. 이종오 대표 등 포함한 주재원들은 주말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지 직원들의 경조사를 챙겼다.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해 대여섯 시간을 달려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주재원을 보며 현지 직원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축구와 음악, 춤도 소통 도구였다. 동원은 사내 축구동아리를 만들어 토너먼트 대회를 개최하고 직원들에게 축구장과 축구화, 운동복을 제공했다.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며 스킨십을 나누며 신뢰를 쌓았다. 여직원을 위해서는 구내식당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파티를 여는 등 화합의 장을 만들어나갔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흑자전환 성공


▎동원 주재원들은 사내 축구동아리에 소속되어 함께 뛰며 스킨십 경영을 하고 있다. / 사진:동원그룹 제공
글로벌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를 도입해 투명경영제도도 정착시켰다. 그룹 관계자는 “생산과 품질 등 전체 12개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KPI(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하고 평가를 통한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했다”며 “이러한 노력 끝에 성과 보상 체계를 확립하면서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조직으로 혁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카사 2.0의 핵심사항 중 하나인 품질 향상을 위해 동원그룹의 글로벌 역량을 총집결하기도 했다. 질 좋은 원어의 수급부터 제품 생산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참치 원양선단을 운영하고 있는 동원산업은 스카사에 안정적인 원어 공급을 위해 조업선 세 척을 대서양으로 내보냈다. 대서양에서 어획한 참치 가운데 가장 양질의 원어들을 우선적으로 스카사로 납품했다. 올해 들어 스카사 2.0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동원산업은 조업선 한 척을 추가로 대서양에 투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생산기술과 품질관리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은 현지에 파견된 동원그룹과 미국 스타키스트 전문가들의 몫이었다. 한국과 미국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진행했고, 미국 FDA의 식품안전 관리인증기준(HACCP)을 모델로 품질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미국 FDA와 영국 BRC, 유럽의 IFS 등 수출을 위한 품질인증도 획득했다.

스카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미국에 정상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품질 수준에 이르자 미국의 스타키스트는 주저 없이 제품을 구입해 글로벌 시장 신뢰 확보 지원에 나섰다. 스타키스트가 품질을 보증하자 유럽의 고객사도 스카사와 거래를 시작했다.

스카사 2.0 경영혁신의 결과는 실적으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수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올해 1분기 스카사는 매출 114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올렸다. 인수 당시 연간 5000톤에 불과했던 원어 처리량은 현재 1만5000톤 수준으로 3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아프리카 시장 판매를 위한 ‘캡 아프리카(CAP AFRICA)’라는 자체 브랜드도 선보였다.

스카사의 성공은 세네갈 경제에도 활력이 되고 있다. 세네갈 스카사의 현지 인력은 2011년 동원그룹 진출 당시 400명에서 현재 600명으로 늘었다. 올 하반기에는 1000명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세네갈 내 경제유발효과 역시 연간 3000만 유로(약 40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그룹 관계자는 “노사 조화를 통한 생산 안정에 흑자전환까지 성공하자 스카사의 사내 분위기는 최고조”라며 “올 초에는 스카사 현지인 책임자가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원의 아프리카 진출 결실에는 김재철 회장의 물밑 경제외교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스카사 인수와 현지 투자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4월 세네갈 국가공로훈장을 받았다. 또 그해 10월 스카사 공장 준공식에 마키 살 대통령을 초청해 극진한 환영식을 열기도 했다. 이 같은 민간외교는 2015년 마키 살 대통령의 방한 당시에도 이어져 두 사람은 별도의 만남을 가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김 회장과 마키 살 대통령의 긍정적 관계 덕분에 스카사 기업이 세네갈 관련 부처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미국·유럽·중동 수출 전진기지 확보하다


이종오 스카사 대표는 “실적 개선보다 중요한 것은 이질적 문화로 인한 갈등을 지속적인 소통으로 이겨냈다는 것”이라며 “스카사의 성공스토리와 성과는 향후 아프리카 사업을 펼칠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스카사의 경영 목표는 매출 4400만 유로(약 600억원), 영업이익 330만 유로(약 45억원)다. 현재 1만 5000톤인 원어 처리량을 향후 연간 3만 톤 수준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도 세웠다. 동원그룹은 이를 발판으로 미국, 유럽으로 나가는 수출량을 늘리고 중동 등 신규 수출지역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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