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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열정(3)]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 박제환 루미르 대표 & 김주윤 닷 대표 

“초보 사장만 이해하는 이야기가 있다” 

조용탁 기자
대한민국 리더들의 특별한 우정과 성공 스토리를 다루는 ‘우정과 열정’ 세 번째 주인공은 스타트업 유망주 분야에서 나왔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와 박제환 루미르 대표, 김주윤 닷 대표다. 이들은 초보 사업가다. 최고참인 류 대표가 7년 차, 김 대표와 박 대표는 3년 차다. 초보임에도 이들은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성장 중이다. 그리고 서로의 애환과 고민을 이야기하며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이 있다. 같은 병자(病者)끼리 서로를 가엾게 여긴다는 의미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얼굴만 봐도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는 일이 많다. 박제환 루미르 대표와 김주윤 닷 대표가 그렇다. 이들은 3년 차 사업가다. 풍운의 꿈을 안고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국내 주요 스타트업 대회에서 우승했고,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했다. 이들에겐 모든 일이 새롭고 어려웠다. 회사 설립, 투자 유치, 제품 제작, 유통과 판매, 수출까지 모든 일을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했다. 눈앞이 캄캄한 일도 여러 번 겪었다. 이들은 서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우정을 쌓았다. 믿고 의지하는 든든한 선배도 생겼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다. 7년 차 사업가인 류 대표는 “저도 초보라 조언자로 소개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도 “창업 초기에 제가 겪은 수많은 실수를 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데 다행히 몇 개 정도는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이카 CTS 프로그램을 통해 가까워졌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이 제3세계에서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류 대표는 베트남에서 모바일 초음파 검진기를 제공했고,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에 초소형 자체발전 LED 램프를, 김 대표는 캐냐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 시계 공급사업을 벌였다. 코이카 CTS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이들이 가까워진 까닭은 실제 제품을 제조해 공급하는 하드웨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류 대표는 후배들에게 마음이 담긴 조언을 전하곤 했다. 코이카 프로그램에서 만난 후배 CEO들에게 특별히 강조한 이야기가 있다.

“개발도상국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명심할 점이 있습니다. 지원하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면 끝입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지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옷을 만들어 전하는 일은 좋지만 이들이 자생할 기반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지역의 옷 제조 경제 기반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류 대표는 낙엽으로 제품을 만들어주는 사회적 기업 ‘나무리프’가 좋은 사례라고 한다. 나무리프는 방글라데시에서 활동을 마친 다음 접시 만드는 공장을 지어 주고 귀국했다. 현지 사람들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와 김 대표는 2014년 열린 창업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중기청에서 창업 지원을 위해 주최한 벤처대회였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창업자에게 주어지는 독일 연수도 함께 다녀왔다. 박 대표에겐 곧 문제가 생겼다. 영어 실력이 달렸던 것이다. 이때 미국 유학생 출신의 김 대표가 도움을 줬다. 박 대표는 “설익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말할지 고생했는데, 김 대표가 와서 영어 발표를 거들며 내게 부족한 점들을 도와줘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금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최근 투자 유치를 받는 중인데 한 발 앞서 투자를 받은 김 대표가 기꺼이 상담에 나섰다. 박 대표는 “IR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지도 몰랐는데, 김 대표가 자신이 받았던 투자 자료를 넘겨주며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해줬다”며 고마워했다. 김 대표는 “모두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며 “살아남아 좋은 스타트업 사례가 되면 좋을 것 같아 서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도 박 대표를 신기해했다. 3년간 투자 한 푼 안 받고 살아남은 스타트업을 처음 봐서다. 박 대표가 제작하는 자체 발전 루미르 LED 램프는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으론 역시 드문 사례다. 한국이 아니라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점도 그렇다. 박 대표는 2년간 창업대회 7개를 휩쓸며 약 2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것이 시드머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에서 진행하는 소셜 대회에서 우승하며 1억원을 받았다. 3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매출을 올리며 버텼다. 지금은 성장을 위해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 김 대표와 류 대표는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자신들의 경험을 나눴다.

박 대표가 “밸류에이션을 어느 정도 어떻게 받으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자 곧장 답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사업 진행 속도가 중요하다 한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속도를 올려야 할 때 투자를 받으라는 것이다. 류 대표도 비슷한 의견이다.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아 투자를 많이 받아도 나중엔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류 대표는 “투자 기간이 보통 3년인데, 2년 차부터 VC 눈빛이 매서워진다”며 “회수 시점이 다가오면 투자자의 경영 압박 강도가 높아짐을 잘 알고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투자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며 “외부에는 잘 받았다 하지만 속상해하고 안타까워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돈을 받아 사업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힘든 일을 떠올리던 류 대표가 불쑥 말했다. “한 달이 이렇게 짧을 줄 몰랐어요.” 그러자 김 대표가 받는다. “월급날이 제일 무서워요.” 박 대표가 류 대표에게 질문을 던진다. “직원 월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당연히 고생한 만큼 더 챙겨주고 싶은데….”

이렇게 고민을 나누며 이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고 있다. 회사 대표에겐 비밀이 있다. 이들은 가족에게 못 하는 이야기가 있고, 직원들에게 결코 보여줄 수 없는 모습도 있다. 이들이 가끔 서로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사장은 정말 외로운 자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서로 더 잘 통합니다. CEO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우리끼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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