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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경영 전문가 최원호 박사 인터뷰 

한국 기업, 이젠 인성으로 경영하라 

이기준 기자
이윤 창출과 성장에 치우쳐 있는 한국 경영계에서 인성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이가 있다. 『인성경영 질문』등 책을 출간하며 인성경영 전도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최원호 박사다.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갑질 사태로 경영계에서 인성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 5월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최 박사를 만났다.

▎최원호 박사는 경영진과 직원 모두가 인성경영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창동 자택에 서서 포즈를 취한 최 박사.
“경영능력과 인성이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인성이라는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조직은 무너집니다.”

한국에서 인성경영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최원호 박사의 말이다. 최 박사는 “인성경영이란 자기 스스로를 경영하는 것, 자기 스스로 오너가 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 삶에서 주도권을 갖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경영자는 직원이 시키는 대로만 할 것을 바라지 말고 자기 주도성을 갖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갑질 사태로 경영계에서 인성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 5월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최 박사를 만났다.

최 박사는 최근 경영계에서 인성교육과 인성경영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기업 연수원에서도 인성교육은 아주 뜨거운 화제다. 지난번에 한 포럼에 초청받아서 갔는데 다들 인성교육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인성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사람 하나 잘못 뽑으면 회사가 망할 수 있고, 잘 뽑으면 망하는 회사를 살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가 말하는 인성교육의 핵심은 오너와 직원이 함께 회사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다. “오너는 기업이 무조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직원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물과 기름이에요. 이 둘을 어떻게 섞을지가 문제죠. 회사에선 흔히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교육하지만, 그렇게 백번 강조해놓고 정작 사무실에서 직원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 ‘내 회사에서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며 잘라버리곤 하죠. 오너와 직원 모두 회사는 자기 것도, 남의 것도 아니라 우리 것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돼요.”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과 직원들이 모두 인성경영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최 박사는 강조했다. “MBA만 경영교육이라고 알고 오너 일가만 경영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전 직원이 경영자 입장에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인성경영 수업을 받아야 돼요. 노사관계가 주종관계로 가는 한국 기업엔 답이 없습니다.”

최 박사는 이어 “요즘 대학생의 스펙은 역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그런데 기업은 그런 인재를 뽑아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시키는 대로만 일할 것을 종용하기 때문”이라며 “의문을 품거나 질문을 하면 시키는 대로나 하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는 타박을 받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최 박사가 제시한 것이 하브루타 인성경영이다. 유대인의 공부 방법인 하브루타는 나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여러 명이 서로 격렬한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것을 의미한다. 주인의식은 이 같은 과정에서 길러진다고 최 박사는 설명했다.

치열한 토론에서 주인의식이 나온다

최 박사는 “하브루타의 좋은 점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질문을 통해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위를 가리는 교육만으로는 안 됩니다. 소통과 신뢰를 이끌어내는 교육이 하브루타죠.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서로 말하고 들어주고를 반복하면서 끝없이 토론하는 겁니다. 신뢰는 그런 과정에서 형성됩니다.” 최 박사는 기업 오너도 예외 없이 하브루타에 참가해 자신을 정확히 드러내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도질을 당할 만큼의 피드백을 구성원으로부터 받을 정도로” 자기 자신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영진의 인성 논란에 불을 지핀 대한항공 사태에 대해 의견을 묻자 최 박사는 “인성경영과 관련해서 많은 강연을 하고 글을 쓰지만 대한항공 얘기를 내가 먼저 꺼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그 이유는, 오너의 인성이 엉망인 기업은 그 밖에도 많은데 마치 대한항공만 그런 것처럼 얘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만 갑질의 대명사인 줄 아는데 그보다 더한 대기업, 중소기업도 수없이 많다.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경영진의 인성 부족이 계속해서 터져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또 최 박사는 경영진 갑질의 원인을 오너 경영체제에서 찾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한국 기업의 경영 문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갖춰져도 끝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이라고 해도 인성이 엉망이면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오너는 주인의식이라도 있지만 전문경영인은 그조차도 없기 때문에 더 크게 실패할 수 있다. 또 한국에선 오너 일가가 전문경영인을 세워놓고 뒤에서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사유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전문경영인 체제냐 가족기업이냐가 아니라 경영진이 능력과 인성을 두루 겸비했는지다.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피드백을 받기 위해선 상호 신뢰가 필수적이다. 일개 직원이 바른말을 하더라도 목이 날아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회사 내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것은 곧 정직함, 인성의 문제와 직결된다”며 “서로가 더 정직해지고 믿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인성경영의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기업도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친절, 대인관계 등의 덕목을 키우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벤트성으로 교육에 한 번 참가했다고 해서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런 건 그저 교육을 위한 교육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우리는 모든 것을 오로지 경영 실적으로만 평가한다. 한 줄 세우기밖에 없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인성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직원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며 “밖에서 사회봉사활동 한 시간은 많이 반영하고 평가하면서 내부적으로 직원 간에 실질적으로 소외받는 대상이 없는지는 파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와주고 함께할 사람이 기업 내부에도 많은데 그 안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밖에서 보여주기식 활동만 한다. 팀원 간의 갈등을 없애주는 것이 중요하다.”

- 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201807호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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