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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떴다 ‘어웨이’ 

 

AMY FELDMAN 포브스 기자
온라인 마케팅에 매진한 두 청년 사업가, 여행가방으로 떼돈을 벌다.
취리히 공항으로 달려가는 길에 젠 루비오(Jen Rubio)의 여행가방이 부서졌다. 그녀는 튀어나온 옷들을 다시 욱여넣고 강력 테이프로 가방을 칭칭 감았다. 그리고 페이스북 친구 2600명에게 어떤 여행가방을 사야 이런 일이 없을지 물었다. 누구도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했다.

루비오는 중간유통상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안경을 판매하는 혁신적 유통구조로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와비파커(Warby Parker)의 초창기 멤버다. 루비오는 “‘와비파커가 안경 시장을 바꾼 것처럼 우리도 여행가방 시장을 바꿀 수 있을까?’란 질문을 갖게 됐어요”라며 “안경점 없이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다면, 가방 또한 유통점을 없앨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그렇게 어웨이(Away)가 탄생했다. 처음 이름은 루비오와 코리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JRSK였다. 회사는 중국에서 여행가방을 생산했고, 인터넷과 6개 직영 매장에서만 판매했다. 루비오가 공항에서 가방 사고를 겪고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비상장회사인 어웨이의 올해 매출은 벌써 1억5000만 달러를 향해 상승하고 있다.

어웨이 사장이자 최고브랜드책임자 루비오와 공동 CEO를 맡고 있는 스테프 코리(Steph Korey)는 2011년 와비파커 입사 동기로 처음 만났다. 와비파커가 막 기지개를 켰을 무렵이다. 2015년 둘은 함께 어웨이를 창업했고 포브스 ‘30세 미만 30대 사업가’에 선정됐다. 둘은 31살 동갑내기다. 어웨이는 액셀, 콤캐스트 벤처스, 포어러너 벤처스 등 여러 투자사에서 약 7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뉴욕에 본사를 둔 어웨이는 올해 포브스 ‘차기 유니콘 스타트업’ 목록에도 자리를 잡았다.

어웨이가 제일 처음 선보인 제품은 기내 머리 위 선반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4롤러 하드케이스 캐리어다. 색상은 10가지고, 가격은 미국 표준 배송비를 포함해 225달러다. 투미(Tumi) 브랜드는 비슷한 제품을 52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어웨이는 2017년 흑자전환 했다. 첫 제품을 출시하고 1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저렴한 가방으로 어떻게 이런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

여행가방 업계의 ‘신성’

우선, 어웨이는 간접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백화점을 피했다. 판매는 대부분 온라인 채널에서 이루어진다. 오프라인 매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마련해 온라인 판매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평일에는 저녁 7시, 주말에는 더 늦게까지 영업하는 직영 매장에서는 손금 보기나 타로카드처럼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알뜰 이벤트가 열린다. 투자금 대비 효과, 이른바 ‘가성비 좋은’ 곳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것이다. 고객을 위한 온라인 여행잡지를 간행하며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어웨이를 인증하고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만 해도 1000명이 넘는다.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30억 달러, 전 세계로 보면 350억 달러에 달하는 여행가방 시장은 기업 간 인수합병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2016년 LVMH가 인수한 독일 럭셔리 캐리어 브랜드 리모와(Rimowa)는 억만장자 LVMH 회장의 아들 알렉산더 아르노(26)의 지휘 아래 변화를 겪고 있으며, 업계 선두주자 쌤소나이트(Samsonite)는 고가 브랜드 투미를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투미는 지난해 6억78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며 성장률이 가장 높은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가운데 어웨이의 성공은 인상적이다. ‘스마트 캐리어’를 표방한 많은 스타트업이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기술보다 브랜드에 집중한 어웨이는 찬찬히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NPD 애널리스트 베스 골드스타인은 “어웨이는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라며 “기존 업체들의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필리핀 케손시티에서 태어난 루비오는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서 성장했다. 어웨이를 창업하기 전에는 런던에 살았다. 외향적이고 말하는 걸 좋아해서 원래 꿈은 변호사였지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는 공급망 관리(supply-chain management)를 공부했다. 그녀는 산학협동교육의 일환으로 존슨앤존슨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수강했다가 존슨앤존슨 뉴트로지나 부서에서 일하게 됐다. 그러나 MBA 학위 없이는 마케팅 부서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 회사를 그만두고 기업 행사를 돌며 자신을 SNS 마케팅 컨설턴트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루비오는 “정말 그렇게 될 때까지 그런 척한 거죠”라고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일찍부터 사용해온 루비오는 이후 뉴욕에 있는 디지털 에이전시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포드, 디즈니, 에스티로더 등 여러 브랜드와 함께 일했다.

코리는 클리블랜드 교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의 부모님은 루마니아와 레바논 이민자였다. 브라운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코리는 졸업하면 당연히 비영리기관에서 일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애틀랜타에 있는 카터 센터에서 중동 분쟁해결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에 잠시 참여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코리는 이후 뉴욕에 가서 케이트 스페이드 구매 지원으로 일했다.

와비파커가 이어준 만남

코리와 루비오는 같은 날 와비파커에 입사했다. 직원이 수십 명밖에 없을 때다. 코리는 와비파커 공동창업자 데이브 길보아(Dave Gilboa)를 만난 자리에서 회사가 매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서 제품구매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가 ‘그렇게 안 하고 있는데, 우리 회사에 와서 한 달간 그 일을 해주지 않겠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코리가 말했다. 이후 코리는 와비파커 공급망관리 총괄이 됐고, 루비오는 와비가 고용한 최초의 SNS 매니저가 됐다. 둘은 친해졌고, 2년 뒤 이들이 함께 회사를 떠날 때쯤 와비파커는 기업가치를 5억 달러로 평가받고 1억1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받을 만큼 성공 궤도에 올랐다.

루비오는 런던으로 건너가서 패션 브랜드 올세인츠(AllSaints)에 입사했고, 코리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캐리어가 부서진 날, 루비오는 코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행가방은 이미 고루한 제품이 되었지만, 그만큼 소비자가 사랑에 빠질 만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매트리스를 압축 포장해 상자에 넣어 택배로 배송하는 스타트업 캐스퍼(Casper)의 컨설팅을 담당했던 코리는 마진율이 높고 쇼핑 스트레스가 크다는 점에서 캐리어도 매트리스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리는 “소비자들은 모든 차원에서 여행가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어요”라며 “서비스 개선 여지가 충분히 있었죠”라고 회상했다.

루비오는 뉴욕에 와서 코리와 (이제 남편이 된) 남자 친구의 집 소파에서 지내며 친구와 가족에게 15만 달러를 빌려 자금을 마련했다. 둘은 처음 받은 투자금으로 산업디자이너를 고용해 디자인 시안을 들고 중국으로 향했다. 코리는 경영대학원 마지막 강의가 끝나자마자 JFK 공항에 가서 중국행 비행기를 탔고, 호텔 방에서 졸업 논문을 제출했다.

경험은 미천하지만 위대한 꿈을 가진 가진 두 젊은 여성은 여행가방 수천 개를 소량 제작해줄 중국 공장을 찾아냈고, 2015년에만 그 공장을 8번 방문했다.

첫 번째 기내용 캐리어가 고객에게 배송된 것은 2016년 초다. ‘캐리어가 뭐 뻔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어낸다. 어웨이의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가방은 바퀴 4개 모두 360도로 돌아가는 히노모토 스피너 모델을 사용했으며, 튼튼한 YKK 지퍼를 사용해 가방을 험하게 사용해도 쉽게 뜯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1만mAh(시간당 밀리암페어 전류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있어 휴대폰도 충전할 수 있다. 충전기는 항공기 안전규정과 충전기가 내장된 기내용 가방 휴대를 금지한 일부 항공사 방침에 따라 필요에 따라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됐다. 가방 안에 있는 압박 스트랩이나 패드를 이용해 위에서 찍어 누르면 더 많은 옷이나 물건을 밀어 넣을 수도 있다.

새로울 게 없다고? 어웨이는 다르다. 제품 출시 수개월 만에 특허출원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특허를 12건 이상 인정받은 상태다.

이후 어웨이는 다양한 여행 제품 및 액세서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어떤 순간에도 활용 가능한 만능 가방이나 배낭이 좋은 예다. 항공사가 승객 안내서에 적어둔 기내용 캐리어 크기보다 실제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 설치된 기내용 가방 사이즈 모델이 조금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살짝 크게 만든 캐리어는 2016년 10월 출시 이후 베스트셀러가 됐다. 코리가 중국 공장에서 사흘 밤낮을 보내며 ‘열일’한 덕이다. 코리의 전략은 “될 때까지 옆을 맴돌면서 모두를 달달 볶는 것”(웃음)이다.

매력적인 브랜드로 발돋움

어웨이는 나이키처럼 셀럽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모델이자 사업가인 칼리 클로스(Karlie Kloss), 배우 라시다 존스(Rashida Jones)에게는 한정판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9월에는 ‘마이애미 히트’의 드웨인 웨이드(Dwyane Wade)와 손잡고 와인 케이스를 선보였는데 수주 만에 동이 나기도 했다.

보스턴 가구 판매점 웨이페어(Wayfair)에서 군 장병 모집을 담당하고 있는 줄리아 비티(Julia Beaty, 28)는 지난 4월 어웨이 가방을 사기도 전에 어웨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팔로어 29만7000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갈 때면 어웨이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투미 가방은 공항에서 ‘아, 저게 그 모델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쳐다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코리와 루비오는 이런 ‘팬심’을 발전시켜나가려 한다. 지난해 파리 패션위크 주간에는 ‘셰 어웨이(Chez Away)’ 팝업 호텔을 깜짝 개장하고 스킨케어부터 의류, 여행 예약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지금은 런던에만 있는 매장을 다른 유럽 지역으로 확대하는 데 주력하면서 ‘어웨이 라이프스타일’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50여 개 국가로 여행을 다닌 루비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집착하는 건 캐리어가 아니라 여행이에요. 여행 때문에 이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지금까지는 그 집착이 성공하고 있는 듯하다.

- AMY FELD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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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호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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