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지프 그랜드 체로키 시승기 

가족·레저 위해 길들여진 야생마 

조득진 기자
지프의 플래그십 SUV 그랜드 체로키는 가족 여행, 레저에 적합하다. 대형 SUV의 모범생답게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에 편안한 온로드 주행, 높은 연비 효율성과 다양한 안전·편의 장치를 갖추었다.

▎사진:지프 제공
SUV(Sport Utility Vehicle, 스포츠유틸리티차량)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이전에 사륜구동 차량을 통칭하는 이름은 지프였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 그룹의 자동차 브랜드 ‘지프(Jeep)’가 일반명사화된 것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병력·화물 수송차 등으로 맹활약하던 이 차량은 이후 승용과 레저용, 농축산용으로 진화하면서 ‘오프로더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에선 FCA코리아가 현재 지프 모델 5종을 판매하고 있다. 소형 SUV 레니게이드, 콤팩트 SUV 컴패스, 중형 SUV 체로키, 대형 SUV 그랜드 체로키, SUV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랭글러 등이다. 이 중에서 온로드 성향과 승차감을 강조한 것이 바로 그랜드 체로키다. 1월 중순 이 차량으로 서울 도심과 서해안고속도로에서 200㎞를 달렸다. 시승 차량은 ‘그랜드 체로키 3.0 서밋’으로 현재 8140만원에 팔리고 있다.

우선 디자인. ‘그랜드’라는 수식어에 맞게 4820㎜의 넉넉한 길이와 1940㎜의 넓은 폭, 1810㎜의 높이를 갖추었다. 여기에 2920㎜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전면은 지프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7개의 슬롯 프런트 그릴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심플하게 뽑아낸 LED 램프와 곳곳에 적용된 크롬 디자인이 세련미를 보강했다. 측면은 사다리꼴 모양의 휠 하우스 디자인을, 뒤태는 화려한 기교 대신 직선 중심의 레이아웃을 선택했다. 다만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에 비하면 다소 밋밋한 느낌이다.

실내 또한 센터페시아, 시트 등에서 지프 특유의 투박함과 사용자 편의성에 중심을 둔 간결한 인테리어가 느껴진다. 높은 운전석과 대형 사이드 미러 덕에 운전 시야가 넓고, 센터페시아는 버튼이 크고 개수가 적어 전방을 주시하면서 조작하기 쉽다. 공간 확보는 탁월하다. 2열은 무릎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고, 뒷좌석은 최대 60도까지 기울일 수 있어 장거리 운행에 적합하다. 적재 공간은 800L로, 60:40 비율로 폴딩이 되는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1689L로 넓어진다.

오프로더 본능 갖춘 온로더 모범생


▎사진:지프 제공
본격적인 주행. 그랜드 체로키 3.0 서밋은 유로6 3.0L V6 터보 디젤 엔진과 ZF 8단 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250마력, 최대토크는 56㎏·m, 복합연비는 9.7㎞/L다.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자 초기 발진 성능이 뛰어나다. 공차 중량 2.4톤의 육중한 몸이지만 움직임도 가볍고, 고속에서 가속발이 상당하다. ZF 8단 자동변속기가 다단화를 통해 모든 속도 영역에서 효율적인 rpm을 유지하여 정숙성, 가속반응성, 효율성 등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다만 코너링 능력은 살짝 아쉽다.

비포장도로로 내려오자 지프의 본능을 드러낸다. 그랜드 체로키의 서스펜션은 거친 노면에도 꿀렁거리지 않고 부드럽게 주행한다. 최대 100%의 토크를 전후 차축으로 배분해주는 쿼드라 트랙Ⅱ 4WD 시스템과 눈·진흙·바위·모래·오토 5가지 주행 모드가 결합해 접지력을 향상시킨 덕분이다. 오프로드에 주행할 때 차고를 최대 56㎜ 높일 수 있다.


▎사진:지프 제공
편의사양은 진화하고 있다. 젖은 노면을 주행할 때 브레이크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주는 시스템과 가속 페달에서 급하게 발을 뗄 경우 급제동 상황을 예측해 브레이크 패드를 디스크에 미리 근접시켜 대비하는 시스템이 눈에 띈다.

총평은 역시 그랜드 체로키는 ‘SUV의 교과서’라는 것이다.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효과적으로 절충해 패밀리 SUV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 모범생은 개성이 밋밋하다. 경쟁 모델인 포드 익스플로러의 인기가 여전하고, 여기에 현대차의 팰리세이드까지 가세한 동급 SUV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뭔가 ‘조명’ 받을 요소가 필요하다. 그랜드 체로키는 국내에는 리미티드 3.6, 오버랜드 3.6 가솔린 모델과 리미티드 3.0, 오버랜드 3.0, 서밋 3.0 디젤 모델 등 총 5개 트림을 선보이고 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903호 (2019.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