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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시승기 

비교불가 초대형 SUV의 존재감 

조득진 기자
미국 대통령 의전차량은 역시 달랐다. VIP급 승차감에 오르막길도 변속기 조작 없이 가뿐하다. 플래그십 SUV에서 이 차와 견줄 만한 모델은 아직 없다.

▎당당한 디자인과 거대한 크기의 에스컬레이드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도로 위를 내달리자 대부분의 차량이 비켜주는 ‘홍해의 기적’이 일어났다. / 사진:캐딜락코리아 제공
“이거 트럼프 대통령 차잖아.” “엄청 크네.” “ 트럼프 같다.”

잠시 국도 변 휴게소에 에스컬레이드를 주차한 사이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지난해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 등장해 전 세계 시선을 끌었던 효과다. 이들은 5m를 훌쩍 넘는 길이와 2m에 육박하는 높이, 차량 전면부의 화려한 크롬 장식과 캐딜락의 상징인 수직형 헤드램프 디자인이 주는 위엄에 기가 눌린 분위기다. ‘트럼프 같다’는 말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감과 오만함이다. 이 두 이미지 모두 에스컬레이드에 맞았고, 또 나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에스컬레이드는 캐딜락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초대형 프레스티지 SUV다. 운전석에 앉자 주변의 세단은 물론이고 웬만한 SUV까지 시선 아래에 놓일 정도로 시야가 넓다. 에스컬레이드를 몰고 서울 도심과 파주 헤이리마을 일대 150㎞를 달려보았다. 워낙 차체가 커 도심 주행과 주차할 때 다소 신경이 쓰였지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경고 및 차선 변경 경고 시스템, 가벼운 운전대 덕분에 이내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시승을 위해 만난 에스컬레이드는 4세대 모델이다. 자유로에 올라 가속 페달을 밟자 V8 엔진 특유의 불규칙한 사운드가 등장한다. 2.6톤이 넘는 무게를 비웃기라도 하듯 육중한 차체는 탄력을 얻어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무게감이 주는 속도가 더해져 마치 육중한 전차의 느낌이다. 6.2L의 8기통 가솔린 엔진은 426마력의 힘을 뿜어냈고 최신 10단 자동변속기는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도 변속 충격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웠다.

큰 덩치에 맞게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당 1000회에 걸쳐 노면 상태를 감지하고 즉각 반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된 덕분이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다수의 슈퍼카 제조사들이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해 쓰는 기술”이라는 게 캐딜락 측의 설명이다. 견고하게 다듬어진 차체는 운전자에게 차량과 일체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출시 예정


육중한 덩치에 6000㏄가 넘는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만큼 연비 효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특정 주행조건 시 8개 실린더 중 4개를 비활성화해 연료 효율성을 높여주는 시스템)를 채택한 에스컬레이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6.9㎞. 주행 후 측정한 결과는 7.5㎞/L였다.

4세대 에스컬레이드의 특징은 다양한 첨단기술의 탑재다. 주행 시 후방을 카메라로 보여주는 캐딜락의 특허기술 ‘리어 카메라 미러’와 위험 경고를 직관적으로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햅틱시트 및 드라이버 어웨어니스 패키지, 서라운드 비전 시스템, 핸즈프리 리프트게이트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스마트폰 무선 충전대, 2열 앞에 설치된 9인치 대형 스크린, 16개에 달하는 보스 스피커 등이다. 트렁크 공간은 430L지만 2·3열 시트를 버튼 조작으로 접으면 1461L까지 확장된다. 2열 시트를 분리해놓아 3열 승하차가 편리해졌다.


에스컬레이드의 모델명은 ‘강력하게 구축된 요새를 정복하기 위한 중세시대의 포위 및 공격 전략’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에스컬레이드(Escalade)’를 그대로 사용했다. 시승 후 총평도 이와 같다. 압도적인 크기의 외관과 8기통 엔진의 조합은 픽업 트럭을 열망하는 남성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1억2833만원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경쟁자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존재다.

현재 국내에선 단일 트림만 판매되고 있으나 올해 상반기에 최상위 트림인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이 출시될 예정이다. 캐딜락코리아는 안전과 편의 사양을 대폭 보강해 늘어나는 초대형 SUV 수요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902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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