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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푸조 508 & DS7 크로스백 시승기 

독일차 홍수 속에 빛나는 프랑스 감성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PSA그룹 브랜드의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가 지난 1월 뉴 푸조 508과 DS7 크로스백을 출시했다. 두 모델 모두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확 달라졌다. 독일차 브랜드의 질주 속에서 프랑스 특유의 감성이 어떻게 어필할지 주목된다. 최근 서울~예산, 제주에서 두 차량을 시승했다.

▎뉴 푸조 508 / 사진: 각 사
한불모터스가 지난 1월 국내에 출시한 ‘뉴 푸조 508’은 8년 만에 완전 변경을 이룬 모델이다.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했는데 이전 세대의 정통 세단에서 5도어 패스트백 쿠페 스타일로 파격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날렵하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 새롭게 적용한 파워트레인, 푸조 특유의 뛰어난 핸들링 성능, 혁신적인 아이-콕핏(i-Cockpit) 인테리어 등을 갖추었고 여기에 첨단 안전·편의 시스템을 더했다. 한국은 프랑스, 스페인을 포함한 1차 출시 국가에 포함돼 아시아 최초로 뉴 푸조 508이 상륙했다.

뉴 푸조 508은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가장 까다롭다는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인증을 받았다. PSA그룹은 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SCR), 디젤 입자 필터(DPF) 기술을 적용해 배출가스를 크게 줄였다. 기존과 차원이 다른 이 디젤 엔진 기술은 질소산화물의 90%, 미세먼지의 99%를 제거한다. 그럼에도 뉴 508의 복합 연비는 13.3㎞/L(도심 12.0㎞/L, 고속 15.5㎞/L)로 성능을 유지하고 있다.

DS 디자인은 지난 1955년 PSA그룹의 한 모델로 처음 등장했다. 2014년 시트로앵에서 프리미엄 독립 브랜드로 분리해 나온 DS 오토모빌은 특유의 화려한 디자인과 첨단기술로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해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토요타가 렉서스를 내놓은 것처럼 전략적으로 독립형 프리미엄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다.

한국 시장 첫 주자는 플래그십 SUV인 ‘DS7 크로스백(CROSSBACK)’이다. 2014년 브랜드 독립에 맞춰 신설한 DS 오토모빌의 디자인팀이 만든 첫 번째 차종이다. DS의 대표적인 콘셉트 카 디바인(Divine) DS와 DS E-텐스(TENSE)에서 영감을 얻어 33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쳤다. PSA 측은 “대담함과 혁신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정체성 ‘아방가르드 정신’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를 알리는 선봉장인 셈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은 독일차와 일본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 26만705대 중 독일차 브랜드가 58.9%, 일본차 브랜드가 17.4%를 차지했다. 프랑스 브랜드는 2.1%에 그쳤다. 낮은 인지도, 부족한 전시장도 한 원인이다. 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는 “지난 1월 서울 강남에 DS 전시장을 오픈한 데 이어 올해 DS 전시장을 최대 4개까지 늘릴 예정”이라며 “하반기 프리미엄 콤팩트 SUV ‘DS 3 크로스백’가 출시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 푸조 508 | 다이내믹 비율 뽐낸 프랑스식 쿠페


▎DS7 크로스백 / 사진: 각 사
‘뉴 푸조 508’의 첫인상은 세련되고 스포티한 젊은 여성이다. 성격은 다소 새침하지만 영특하고 합리적일 것이라는 느낌이다. 우선 5도어 쿠페 스타일의 파격적인 패스트백 디자인이 그렇다. 창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를 적용해 이전 모델 대비 높이는 35㎜ 이상 낮추고 차폭은 30㎜ 늘려 ‘와이드 앤드 로(Wide & Low)’ 다이내믹 비율을 완성했다. 3월 중순 서울 도심과 서해안고속도로에서 2.0 BlueHDi 엔진을 탑재한 뉴 푸조 508 GT를 몰았다.

우선 크롬 도금을 입힌 프런트 그릴과 좌우로 날렵하게 그려진 헤드라이트는 명료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다. 사자의 송곳니 모티프를 따온 LED 주간 주행등도 강렬하다. A필러부터 루프라인, C필러를 거쳐 트렁크 라인까지 이어지는 쿠페 스타일의 측면 실루엣이 스타일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앞 범퍼에 바짝 붙어 있는 앞바퀴, 낮고 매끄러운 루프라인, 치켜 든 엉덩이가 상당히 조화롭다.

GT 라인부터 탑재된 디지털 계기판 아이-콕핏은 푸조의 자랑거리다.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 테마와 터치스크린의 밝기 및 컬러, 실내 무드등 밝기, 오디오 이퀄라이저 설정, 시트 포지션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나파 가죽시트에는 전동조절이 가능한 8포켓 마사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모바일 기기와 연결 없이 T맵과 카카오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LTE 카블릿’은 선택사양이다. 다만 2열 공간은 해치백 스타일의 루프 라인 때문에 키 큰 사람이 앉기는 다소 불편해 보였다. 487L의 다소 부족한 트렁크 용량은 뒷좌석 등받이를 60대40으로 분할해 접을 수 있어 실용성을 챙겼다.

주행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는 수준이다. 뉴 푸조 508 GT는 2L 4기통 터보 디젤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 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한다. 도심에서 안정된 주행감을 보인 차량은 서해안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질주 본능을 드러냈다. 직진도로에서의 변속은 물론이고 서스펜션 성능 모두 만족스러웠다. 177마력이라는 출력의 한계가 있어 가속력, 추월 등이 힘겨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차량이 뜸한 서해안고속도로에 문제가 되진 않았다. 와이드 앤드 로 비율 덕에 급커브 구간에서도 차량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공인 복합연비는 13.3㎞/L. 가다 서다를 반복한 서울 도심 90㎞ 구간에선 12.6㎞/L를, 다소 과격하게 몰아본 고속도로 260㎞ 구간에선 14.8㎞/L를 나타냈다.

뉴 푸조 508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 차선이탈 방지, 운전자 주의 알람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자전거와 야간의 감지 정밀도를 높인 2세대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를 PSA그룹 최초로 탑재한 것도 눈에 띈다. 시승차에는 나이트 비전이 적용되어 적외선 카메라가 야간과 시인성이 낮은 상황에서도 전방 200m 앞의 물체를 감지한다. 차로 유지 보조 기능도 푸조 브랜드에서는 처음으로 탑재됐다.

시승 총론은 ‘갖고 싶은 차’다. 날렵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다이내믹한 퍼포먼스, 풍부한 첨단 안전·편의사양이 그렇다. 국내에는 1.5 BlueHDi 엔진을 탑재한 알뤼르, 2.0 BlueHDi 엔진을 탑재한 알뤼르, GT 라인, GT로 구분해 출시됐다. 모두 전륜구동이며 가격은 각각 3990만~5129만원이다.

DS7 크로스백 | 하차감 높인 아방가르드 디자인


▎뉴 푸조 508은 자전거와 야간의 감지 정밀도를 높인 2세대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를 PSA그룹 최초로 탑재한 것도 눈에 띈다. / 사진: 각 사
한불모터스는 2015년부터 제주도에서 푸조·시트로앵 렌터카하우스를 운영하며 한 해 1400만 명에 이르는 제주 관광객을 겨냥하고 있다. 2월 말 이곳에서 ‘DS7 크로스백’을 만났다. 독특한 디자인, DS 엠블럼 등 흔치 않은 차량에 대한 관심은 가는 곳마다 뜨거웠다. 경사와 잔 커브길이 많은 제주도에서 200㎞ 남짓 달려본 결과 DS7 크로스백은 ‘누구에게나 시선을 끄는 모델’, ‘가족, 연인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만들 차량’이었다.

우선 DS7 크로스백은 디자인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DS 윙스로 불리는 다이아몬드 패턴의 육각형 그릴과 이를 감싸는 역동적인 크롬 라인은 차량의 우아함과 품위, 관능적인 카리스마를 표현한다는 평가다. 시동을 걸면 보랏빛을 내며 회전하는 DS 액티브 LED 비전 헤드램프와 첨단 레이저 인그래이빙 기술로 파충류 비늘을 형상화한 DS 3D 리어 라이트 등은 존재감을 더욱 드러낸다. DS7 크로스백은 기아차 스포티지와 쏘렌토의 중간 크기로, 국내 시장에선 BMW X3, 메르세데스-벤츠 GLC 등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내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나파가죽, 고목, 알칸타라, 크리스털 등 세심하게 선택된 고급 소재와 럭셔리 시계 메이커에서 사용하는 정교한 음각 기법인 이른바 ‘끌루드파리(Clous de Paris)’ 기요쉐 패턴에 펄스티칭 등 노련함과 디테일을 추구하는 장인의 고집이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반영됐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55L로 뒷좌석을 접을 경우 1752L까지 확장 가능하며, 핸즈프리 테일게이트가 적용됐다. 다만 디스플레이가 경쟁차량 대비 크기가 작고 터치식 버튼의 반응이 직관적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주행감은 어떨까. DS7 크로스백은 2.0리터 BlueH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한다. 가장 큰 특징은 액티브 스캔 서스펜션이다. 지면의 높낮이를 감지하는 카메라와 4개 센서, 3개 가속도계가 전방 5m에서 20m 내의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각각 바퀴의 댐핑을 독립적으로 전자 제어한다. 벤츠의 S클래스, 캐딜락 CT6 등 1억원대 최고급 세단에나 적용되던 첨단 주행 장치인데 DS7 크로스백에 동급 최초로 적용됐다. 이 덕분에 과속방지턱이 많고 노면이 불규칙한 제주도에서도 주행이 매끄러웠다. 그러나 뉴 푸조 508과 같은 엔진 사양에 크고 무거운 차량을 얹다 보니 순간추진력과 가속력 등 파워풀한 주행은 힘들었다.

첨단 안전·편의사양은 두루 갖추었다. 도로 폭, 구간, 자동차 속력 등을 감안해 헤드라이트의 밝기와 각도를 5단계로 조절하는 액티브 LED 비전 헤드라이트의 성능이 상당히 우수하다. DS 커넥티드 파일럿, DS 주차 파일럿 등 반자율주행 기능과 운전자 주의 모니터링 등이 눈에 띈다.

판매 가격은 쏘시크 5190만원, 그랜드시크 5690만원, DS 나이트비전과 LTE 내비게이션이 포함된 그랜드시크 모델은 5890만원이다. 한불모터스의 ‘노후 경유차 신차 교체 지원 프로모션’을 활용할 만 하다.


▎DS7 크로스백의 가장 큰 특징은 액티브 스캔 서스펜션이다. 전방 5m에서 20m 내의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각각 바퀴의 댐핑을 독립적으로 전자 제어한다. / 사진: 각 사



▎사진: 각 사



▎사진: 각 사



▎사진: 각 사


201904호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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