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박은주의 '세계의 컬렉터'] WILLIAM ZHAO 

벽마다 미술관으로 만든 큐레이터 

윌리엄 자오는 홍콩에 거주하는 컬렉터이자 큐레이터다. 그의 부모님은 중국 예술품을 수집했다. 당시 중국에는 아트 컬렉션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단지 부모님은 고서와 중국 서체를 소중하게 보관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 그는 부모님이 중국 서체를 소중하게 비단에 싸서 둘둘 말아 보관하는 모습을 보며 중국 예술품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왼쪽 위, 쩡판츠의 작품 일부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윌리엄 자오 / 사진:Copyright William Zhao
30년 전 중국에는 변변한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존재조차 않았기에 그가 경험한 예술은 오로지 부모님의 중국 전통을 이어가려는 열정 덕분에 가능했다. 예술이라는 비료로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와 같았던 윌리엄 자오는 그림이라는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당시 예술가의 삶은 미래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험한 길이었다. 결국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화가의 꿈은 속절없이 버렸다.

중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교류를 예술로 표현

윌리엄은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MBA를 거쳐 투자은행을 경영하는 또 다른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가 프랑스에 살고 있을 때 프랑스에선 중국의 해 2001-2002를 맞았다. 중국의 해는 그에게 퐁피두 센터에서 전시 ‘Alors, Chine’ 큐레이팅 어드바이저로서 예술을 향한 열정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주었다. 윌리엄 자오는 11년 동안 프랑스에 거주했던 경험으로 중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교류 역사를 예술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2003년 윌리엄은 프랑스 은행 BNP 파리바의 홍콩지점 디렉터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그는 현대미술에 대한 국제적인 안목으로 홍콩에서 어드바이저로, Modern Weekly, Bazaar Art 등에서 평론가로서 왕성한 활약을 이어갔다. 그에게 재무 경영은 우리가 생존하고 있는 사회가 어떤 구조로 발전하고 있는지 눈을 뜨게 해주었다. 반면 예술은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작가와 작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마음을 뛰게 하는 세계였다. 윌리엄은 예술을 사랑하는 자신의 본능을 따랐다. 그는 파리 기메(Guimet)미술관의 아시아협회 부회장, 중국 Shao Zhong Foundation과 홍콩 Sovereign Art Foundation 의 이사회 회원이고 크리스티 초대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동시에 큐레이터로서 2011년 “Voyages Louis Vuitton”, National Museum of China, Beijing / 2010년 Liu Weijian solo exhibition-“Nostalgia for My Country” in Hong-Kong / 2011년 Zhang Huan solo exhibition “East Wind, Western Wind” in Macao (Louis Vuitton Macao Art Space) 등 여러 전시를 기획했다.

‘Alors, Chine’를 이어 대표적인 전시로는 홍콩 Duddell 재단에서 아이웨이웨이를 포함한 홍콩 작가들의 여러 공동전을 2013~2014년에 기획했으며 그 밖에도 South China Morning Post와 Hong Kong Tatler에서도 전시 기획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스스로를 ‘홍콩 미술계의 공헌자’로 소개한다.

그의 컬렉션을 보기 위해 홍콩의 집을 방문했다. 한눈에 보아도 작품 설치가 독특했다. 각각의 벽에 한두 점 정도만 두어서 작품들이 저마다 고유의 소리를 내게 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설치다. 그런데 윌리엄 집의 작품 설치는 20세기 컬렉터 스타인 가족의 집을 연상시켰다. 그는 박물관과 갤러리의 작품 설치를 흉내 내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드러내길 원했다. 크기가 서로 다른 다양한 작품이 한 벽을 온통 차지했다. 1500년 전의 파키스탄 간다라 불교 인형에서부터 피카소의 드로잉, 조지프 보이스의 펠트 작품에 이르기까지 세기를 넘어 서로 소통하도록 유도한 윌리엄의 기획이었다. 이 작품들을 소개하는 카탈로그들이 놓인 유리 테이블 아래에는 골판지에 금박으로 알파벳이 쓰인 박스가 놓여 있었다. 골판지 작품이 설치된 유리 박스 테이블은 커피 테이블로 사용되고 있었다. 집에 초대된 사람들이 처음에는 무엇인지 모르다가 커피를 마시는 도중에 골판지 작품을 발견하고 모두 신기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본다.

리앙 유안웨이, 장 엔리, 두안 지안유 등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게오르그 바젤리츠, 줄리 머레투, 프란시스 알리스 등 서구 작가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화가를 꿈꾸었던 소년

또 다른 벽에는 한결같이 캔버스에 작업한 회화 작품만 설치했다. 화가의 꿈을 지녔던 그의 소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는지 애정이 녹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푸른색과 붉은색의 교집합처럼 보였고 첫 번째 벽이 대부분 추상작품인 것과 비교해 이곳에는 형상이 뚜렷한 구상 작품들만 모여 있었다. 미국과 유럽,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이곳에서는 각각 고유의 문화를 보여주기보다는 21세기 역사를 만들고 있는 인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윌리엄이 컬렉터의 길로 입문하게 된 첫 소장품은 피카소의 드로잉이었다. 파리에 거주했을 당시 첫 월급으로 구입한 것으로 피카소가 1933년에 그린 드로잉이었다. 당시 파리의 갤러리에서 구입했는데 25년 전에는 피카소의 작품이었지만 가격이 단 몇천 유로에 불과했다. 그 뒤 여전히 자신의 수입에 적합한 사진을 구입하면서 수집 경험을 이어갔다. 그는 어떤 작품을 구입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피카소의 말년 작품과 마티스의 페인팅을 소장하고 싶다. 가끔은 접근 가능했던 가격이었던 피카소의 페인팅을 구매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소장한 모든 작품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며 특별한 애정을 지닌다.

오랫동안 컬렉션을 해온 윌리엄에게 아트 컬렉션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에게 아트 컬렉션은 초기에 관심을 가지고 작가 리서치를 하고 갤러리에 발길을 하기 시작해서 전문가들에게 문의하고 마지막에 구입을 결정하고 수집한 작품에 애정을 갖고 소유자가 되어 감상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라고 했다. 비록 수년이 걸리더라도 과정 자체가 컬렉션이지 예술품 자체만이 컬렉션이 될 수는 없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는 효율적인 컬렉션을 하려면 예술사를 바탕으로 박물관, 갤러리를 수없이 다니면서 자신의 취향을 스스로 믿을 수 있을 정도까지 꾸준히 안목을 높이라고 제안했다. 작가를 만나는 시간 투자는 매우 중요했다. 작품을 구입하는 경험은 그가 소장한 리키트의 Cardboard 작품처럼 관리가 예민한 작품들과 무거운 임파스토 기법으로 제작된 마이클 윌리엄스 또는 카즈오 시라가의 페인팅 작품을 보관하는 요령도 스스로 깨우친다.

2018년 미술계 이슈 중 인공지능 화가 ‘오비어스’ 가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큰 관심을 끌었다. 프랑스 연구자들이 개발한 오비어스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2000달러에 낙찰됐다. 이 낙찰 결과 이후 인공지능의 창작품이 과연 예술인가? 예술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윌리엄에게 예술은 인류가 가진 창조의 한계를 드러내는 힘이다. 인간의 무궁한 상상력으로 완성된 작품이라는 견해로 그에게 낙찰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비어스를 창조한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더욱 중요했다.

컬렉터로서 윌리엄은 홍콩 바젤에서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가 취소된 2019년 홍콩 바젤은 관람객 8만8000명을 맞아 기록을 세웠다. 총 70개 국가의 컬렉터들이 모였으니 홍콩 현지 컬렉터들은 비행기를 타고 비싼 숙박비를 내며 홍콩에 모인 외국 컬렉터에 비하면 엄청난 행운아들이다. 1년 중 가장 비싼 호텔비를 지불해가면서 홍콩에 모인 이유는 홍콩 바젤이 아시아 갤러리들을 다수 포함하는 다른 서구의 페어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성공 전략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35개 국가에서 242개 갤러리가 참여했는데 작년에 비해 21개 새로운 갤러리를 참여시켰다. 언뜻 보아도 엄청난 경제적 실적을 올리고 있기에 유명한 작가들에게만 초점을 맞춘 페어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신흥 갤러리와 국제 시장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는 젊은 작가들을 찾는 재미에 빠질 수 있는 마당(Discoveries)을 펼쳐 놓았다.

윌리엄은 미술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며 국제화될수록 로컬 작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즉 자국 작가들에게 무관심하고 해외 작가들에게만 관심을 가지면 자국의 미술 시장이 탄탄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수집품 중에 다수가 중국 작가인 이유도 그러한 맥락에서 그는 Tai Kwun Centre를 방문하길 즐긴다. 이곳에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면서 홍콩에 새로운 박물관과 재단이 해마다 늘어나길 바란다. 동시에 실력 있는 홍콩 작가들이 전 세계에 알려지길 바란다. 윌리엄은 컬렉터, 큐레이터로서 그만의 독특한 길을 걷고 있다.


1. Georg Baselitz (German, 1938~) Die Kuh (Te Cow) 1967 Oil on canvas in the artist’s frame 132.5×102.2㎝ / 2. Carol Rama (Italian, 1918~2015) Smentire il bianco 1972 Rubber on canvas 150.5×120.5×6.5㎝ / 3 A.R. Penck (German, 1939~2017) Untitled 1979 Acrylic on canvas 178×142㎝ / 4. Josh Smith (American, 1977~) Untitled 2015 Rabbit skin glue, calcium carbonate, white pigment, ink, watercolour, graphite, grease pencil, paint pen, and gesson on panel 75.5×60.5×3㎝ / 5. Joseph Beuys (German,

1921~1986) Fernsehscheibe (Television disc) 1968 Felt disc with “Hauptstorm” stamp and signature on board in the original metal frame 44.5×57.5×3.8㎝ / 6. Zhang Enli (Chinese, 1965~) Green Pipe 2012 Oil on canvas 109×103㎝ / 7. Carol Rama (Italian, 1918~2015) Presagi Di Birnam (Birnam’s Premonition) 1994 Iron, rubber (tyre) on canvas 135×60㎝ / 8. Francis Alys (Belgian, 1959~) Untitled (“La Teorie des Ensembles”) 1999 Oil and graphite and tape on vellum 21.59×24.13㎝ / 9. Julie Mehretu (German, 1970~) A Small Fragment (afer Francis Bacon, 1950) 2018 Ink and acrylic on canvas 87×132×5㎝ / 10. Rita Ackermann (Hungarian, 1968~) Chalkboard Painting XI 2014 Acrylic paint on glass, frame 195.6×101.6㎝


1. Josh Smith (American, 1982~) Untitled 2017 Watercolour, pigment dispersion and oil on linen 152.4×96.5 cm / 2. Aliza Nisenbaum (American, 1977~) Hector 2015 Oil on linen 55.9×66㎝ / 3. Sanya Kantarovsky (Russian, 1982~) Seaman 2015 Oil on linen 55.9×66㎝ / 4. Hernan Bas (American, 1978~) Lending oneself to nature 2006 Mixed media on canvas 30.5×23㎝ / 5. Jules de Balincourt(French, 1972~) Look L.A. is Buring 2014 Oil on canvas 101.6×81.3㎝ / 6. Firenze Lai (H.K. Chinese, 1984~) One Afer Another 2014 Oil on canvas 101.3×76.5㎝ / 7. Sanya Kantarovsky (Russian, 1982~) Rider 2017 Watercolour, pigment dispersion and Oil on canvas 152.4×96.5㎝

※ 박은주는… 박은주는 1997년부터 파리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다. 파리의 예술사 국립 에콜(GRETA)에서 예술사를, IESA(LA GRANDE ECOLE DES METIERS DE LA CULTURE ET DU MARCHE DE L’ART)에서 미술시장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전공했다. 파리 드루오 경매장(Drouot)과 여러 갤러리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유럽의 저명한 컨설턴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08년부터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편 유럽 예술가들의 에이전트도 겸하고 있다. 2010년부터 아트 프라이스 등 예술 잡지의 저널리스트로서 예술가와 전시 평론을 이어오고 있다. 박은주는 한국과 유럽 컬렉터들의 기호를 살펴 작품을 선별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201905호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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