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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포브스코리아 휴브리스 포럼] 지상중계(1) 기업 리더의 휴브리스 위험성과 대책 

오만의 발생요인은 리더·기업문화·기존강점 

오만이 기업경영에 어떤 위험을 가지는지, 오만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고 피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새들러 교수는 오만의 요인을 리더, 기업문화, 기존 강점 등 세 가지 범주에서 진단하고 입체적인 예방책을 제시했다.
오만이 일으키는 여러 사건·사고를 여전히 뉴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보잉사의 오만으로 인해 보잉737 기종의 잇따른 추락사고가 있었다. 보잉사는 시장안정성과 기술력을 완비하고 있다고 오만했지만 기술의 오만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 사고를 초래하는 비극을 가져왔다. 그리고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은 오만 때문에 결국 여러 부정행위를 저질러 체포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치뱅크는 직원들의 오만 헤저드로 인해 돈세탁 비리가 발생했고 순손실과 2만 명에 달하는 구조조정이라는 시련을 겪은 후에 겸손을 찾게 됐다.

여러 기업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분명 오만은 상존하는 리스크이고 우리는 오만 리스크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오만의 개념과 발생 요인을 간단히 살펴보자. 지나친 자신감, 무모함, 거만함, 비판을 참지 못함, 권력과 기존 성공방식, 아첨과 추종자들 등이 오만을 유발한다. 오만이 언제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폐해를 가져오는 특징이 있다. 오만 리스크가 발생하면 재무적 손실과 재난, 명성의 추락 등을 따라온다. 오만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만의 발생 요인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리더 그 자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은 리먼브라더스였다. 기업보다 리더가 문제였다. 리처드 펄드 CEO는 초기의 성공으로 인해 오만에 빠졌고 부동산 사업에 손을 뻗치면서 140억 달러 규모의 위험한 도박을 시도했다. 그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위기이고 오만이 발생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규제와 거버넌스가 약했기 때문이었다. 리처드 펄드의 오만은 리먼브라더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고통을 촉발했다.

오만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재앙이 조직에 다가오고 있을 때 어떤 경고 사인이 있는지 과거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오만은 질병과 같다. 초기 징후가 없고 서서히 성장한다. 그러다 치료를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늦었을 때 비로소 발현한다. 일단 발생한 오만 리스크는 완치가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이므로 예방하는 것이 좋다.

오만한 리더에 대해 심리학적 분석보다 경영학적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측정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 자신감이 과도하고 거만한가.
· 너무 큰 그림만 강조하는가.
· 자기자신, 돈, 권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가.
· 조언을 무시하는가.
· 방어적으로 반응하고 비판에 공격적인가.
· 자신의 이미지에 집착하는가.
· 현실감이 떨어지고 고립되어가는가.


휴브리스의 어원은 그리스 문명에서 너무 크게 생각한다는 하이브리스(Hybris)다. 당시 휴브리스는 벌을 받을 만한 죄로 인식했다. 시스템적으로 너무 장대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만이 발생한다. 오만한 리더를 손쉽게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다. 최근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CEO를 인터뷰하고 그가 구사하는 단어를 분석해 오만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지 아닌지를 검증한 것이다. 모든 이야기가 자기자신, 권력, 돈으로 귀결된다면 강력한 징후로 볼 수 있다. 리처드 펄드 리먼브라더스 CEO처럼 공격적이면서도 방어적으로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것도 오만의 조기 경고다. 또 현실감이 점점 떨어지는 리더를 볼 때 우리는 오만을 의심해볼 수 있다.

둘째, 기업문화다. 2000년 파산한 LTCM 해지펀드사가 좋은 사례다. 수학자 출신 등 천재 3명이 설립한 LTCM은 재무 트레이딩을 할 때 위험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공식을 만들어 노벨경제학상도 수상했다. 천재들로 구성된 LTCM의 조직문화를 살펴보면 모두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에 월스트리트, 미국 정부 등에서 일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LTCM은 해지펀드계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렸다. 이들의 지식과 능력은 한계가 없어 보였고 전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만이 조직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 혁신적 방법으로 기록적인 수익률을 자랑하던 그들은 라이벌과 경쟁으로 인해 마진율이 낮아지면서 기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서 고위험 자산으로 투자 대상을 옮겼다. 하지만 1997년경 아시아 외환위기와 1998년 러시아 부채위기라는 블랙스완이 발생하자 이 변수들에 대해 그들은 통제력을 상실했다. 오만한 조직일수록 블랙스완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조직문화의 오만을 경계하기 위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 고위직으로부터 오만 문화가 퍼지는가.
·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방식인가.
· 우리 조직은 유일하고 완전하다고 여기는가.
· 경쟁자를 과소평가하는가.
· 사업을 지속하기 전에 성공을 가정하는가./br>· 블랙스완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는가.
· 극단의 상황에 대비계획이 없는가.


LTCM은 기업 전체에 오만이 낙수효과를 일으키며 퍼져 나갔고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이었으며 경쟁자에 대한 견제가 전혀 없었다. 과거 성공적인 사업이 지속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고 확률이 낮지만 영향력이 파괴적인 상황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었다.

셋째,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기존의 강점이다. 기존의 성공은 오만이 자라나기 좋은 요인이다. 강점은 약점으로 변화할 수 있음에도 기존 강점에 계속 얽매여 있다면 몰락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짐 콜린스는 저서 『어떻게 위대한 기업들이 무너지는가』에서 미국 11개 대기업을 분석해 몰락까지 이르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오만이다. 기존 성공을 통해 태어난 오만은 더 많은 것을 추구하게 하고 리스크를 부정하게 한다. 이후 쇠퇴의 길을 걷게 되고 구제에 나서지만 결국 기업 실패로 귀결한다.

좋은 예가 모토로라 솔루션이다. 모토로라는 무선통신 분야에 수많은 기술을 갖고 있었고 성공을 거듭했다. 하지만 1999년 이후 디지털화가 대세였지만 변화를 거부했다. 당시 임원들의 말을 보면 “아날로그 통신 추종자가 44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틀릴 리 없다”고 말했다. 모두 알다시피 모토로라는 이후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강점에 대한 오만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핵심사업을 너무 오래 끌고 가지 않는가.
· 변화 신호를 놓치지 않는가.
· 탁월한 결과가 예상되더라도 그 부문 성장을 주저하는가.
· 확고한 근거 없이 배짱식의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가.
· 자원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벤처는 너무 위험하다고 여기는가.
· 목적 없는 이익을 추구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오만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까? 대부분 조직에서 유동성 위기 등 다양한 리스크를 경계하지만 오만을 논하지는 않는다. 오만을 견제하려면 다양한 관리 시스템을 주입해야 하고 여기에 임직원, 주주가 광의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표 참조]


- 유진 새들러 스미스 영국 서리 경영대학원 교수(경영개발과)·정리=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 유진 새들러 스미스 교수는… 영국 최대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가스 인재개발부를 거쳐 현재 영국 서리 경영대학원 교수로 리더십과 혁신, 특히 경영자의 직관과 오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전 영국 외무장관이 설립한 영국 오만학회인 다이달로스 트러스트의 멤버로 서리 경영대에서 오만이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과 예방책을 연구하는 ‘오만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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