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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포브스코리아 휴브리스 포럼] 지상중계(2) 대담: 휴브리스 인식 및 대응 

자신감·겸손·오만의 벤다이어그램 

영국 오만학회의 권위자 유진 새들러 스미스 교수와 한국 대기업의 경영인 최광철 SK디스커버리 고문의 대담이 이어졌다. 주제는 기업경영에서 자신감과 겸손함, 오만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하고 조화를 찾아가는가였다.

▎포브스코리아 휴브리스 포럼에서 학자(새들러 교수, 오른쪽)와 경영인(최광철 고문)이 시스템적인 오만리스크 관리에 대해 심도 있는 대담을 가졌다.
최광철 고문(이하 최): 새들러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경영환경에서의 오만한 상황 몇 가지가 떠올랐다. 나는 한국과 미국에서 경영자로 있으면서 리스크 관리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매우 유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새들러 교수가 제시한 오만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기업에 매우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새들러 교수가 말한 오만 리스크의 3가지 요인, 즉 리더, 기업문화, 강점은 대부분 이해하지만 세 번째 요인인 강점에 대해서는 조금 더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 세부 항목인 ‘인재를 주요 사업에만 투입하지 말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담지 말라는 조언과 비슷한 것인가?

유진 새들러 스미스 교수(이하 새들러): 약간 복잡한 콘셉트이며 역설적일 수 있다. 어떻게 강점이 약점이 될 수 있는가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잘하는 일만 하기를 좋아하고 운동하기 좋은 근육만 발달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은 유능한 인재들에게 더욱 집중하고 핵심 사업에 대거 투입한다. 하지만 좀 더 넓게 생각하면 조직의 적응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LTCM이 블랙스완에 대처하지 못한 배경에는 노력과 에너지가 특정 부문에만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중은 중요하지만 집착 수준에 이르면 곤란하다. 중용과 균형의 미가 필요하다.

경영대학원에는 리더십 관련 연구와 수업이 많다. 다양한 리더십의 특징을 비교하면서 밝은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오만은 리더십의 어두운 면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연구다. 오만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영국에서 매우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영국은행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만을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2016년부터 스트레스 테스트를 도입해 실업률 등 여러 가지 변수의 움직임에 따라 유동성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수많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겸손은 오만의 항생제


최: LTCM의 블랙스완 사례와 같이 어떤 일이 발생할지 한 치 앞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리더로서 오만 리스크 관리 항목들을 살펴보며 위험 요소를 체크해야 한다. 새들러 교수는 여러 실패 사례를 들었는데 기업과 리더 개인이 오만 리스크 관리방법을 적용해 초기에 최악의 상황을 예방한 사례가 있는가?

새들러: 기업명을 언급하지 않겠으나 리더십에 오만 리스크 관리를 적용하는 시도가 많이 있다. 그리고 블랙스완 등에 대비하는 유연한 리더십으로 변화에 성공한 사례들도 있다. 에너지 기업 쉘이 적용한 시나리오 계획이 좋은 예다. 쉘은 원유값이 배럴당 15달러 떨어지는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기존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이후 기업의 미래가 어디로 갈 건지를 설정하고 예측했다. 또 영국 원자력발전소와 화학공장을 관리하는 기업은 과거 사고 등 여러 실패에서 배우는 것을 우선시했다. 오만 리스크를 경계하는 도구와 기술은 다양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해당 조직에 적합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권력의 맥락상 속성이다. 사회적, 조직적 맥락에 따라 권력과 오만은 다른 속성을 드러낸다. 오만 리스크 관리를 잘 활용하면 리스크를 예방할 뿐 아니라 혁신적인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최: 오만 리스크는 정성적이다. 오만을 행동심리학, 조직심리학에서 많이 연구하고 있다. 자신감은 기업을 운영하는 데 중요한 요소지만 과도한 자신감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새들러 교수는 지적했다. 자신감과 겸손이 조화를 이룰 때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온다는 말을 인용했는데 실제로 어떻게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가?

새들러: 균형점을 찾는 것은 미묘하고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과하게 자신감을 갖고 있다. 행동관리학에서 간단한 실험을 했는데 ‘다른 사람보다 운전을 더 잘하는가’라는 질문에 80%가 손을 들었다.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실험에서도 ‘다른 교수보다 평균적으로 자신이 더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90%가 손을 들었다. 자신감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해야 한다. 쉽게 과도해질 수 있고 오만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만에 빠지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가진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려는 성향이 쉽게 나온다.

겸손은 오만을 치유할 수 있는 항생제라고 할 수 있다. 겸손이 성공을 향한 열정을 갖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겸손을 겸비하면 강점뿐 아니라 약점도 인식할 수 있다. 겸손한 사람은 다른 참여자도 중요하게 여기고 타인의 기여를 높이 평가한다. 겸손은 가치와 목적의식과 연결될 때 매우 빛을 발한다. 최 고문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CSR)에 대해 경험이 많은데 겸손과 CSR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외부에서 실행하기 전에 목적을 명확히 한다. 기업이 매출과 이익을 떠나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CSR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좋은 기업이 되려는 CSR의 목적은 오만을 견제할 수 있는 항생제가 될 수 있다. 내부적으로 CSR의 가치에 대해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 모든 임직원이 좀 더 사회와 타인을 고려하도록 조직적 동의를 만들어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새들러: 맞다. 오만 리스크 관리도 행동변화를 추구하면서 진단 후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순히 겸손에 대한 의식을 넘어 대의를 위해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경영대학원에서도 윤리를 가르치지만 도덕적이고 겸손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런 행위를 해야 하고 그를 위한 통합 프로세스가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 SK에서도 핵심성과지표(KPI)를 설계하고 측정하는데 CEO의 성과평가에서 약 50%는 사회적 가치 창출 등 비재무적 지표다. 오만 지수도 이 지표에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 자신감과 겸손, 오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스티브 잡스 애플 CEO를 빼놓을 수 없다.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그는 자신감이 지나쳤나, 겸손했나?

새들러: 복잡한 케이스다. 간략히 말하면 그의 리더십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갖고 있다. 유교나 그리스 철학에서 제시하는 중용을 찾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살면서 극단적으로 가야 할 경우가 많다. 중용을 잠시 저버리고 야망을 극도로 발휘해야 할 때와 아닐 때를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하게 전환될 때 오만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렇다면 신기술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새들러: 신기술이 인류에 큰 효용을 가져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나의 역할은 그 효용의 어두운 면을 짚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 분야에 적용하는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은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괴물을 만들 수도 있다.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은 통제 범위를 넘어서고 그를 제조한 박사마저도 살해한다. 기술은 그 자체로 방대한 위기를 동반한다. 인간의 오만이 신기술로 표출되고 기술은 권력을 부여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프랑켄슈타인 효과를 발생시킬 위험성도 있다. 왜냐하면 이 기술들은 큰 힘을 가지고 있고, 기술 자체가 오만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 유진 새들러 스미스 영국 서리 경영대학원 교수(경영개발과) & 최광철 SK디스커버리 고문·정리=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 최광철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거쳐 미국 UC버클리에서 프로젝트 관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건설사 벡텔의 부사장, SK E&C 대표, SK그룹의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현재 SK E&C와 SK디스커버리의 고문을 맡고 있다.

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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