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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업계 1위, 박은경 세코닉스 대표 

“모든 정보는 ‘렌즈’가 읽는다” 

세코닉스는 국내 광학업계 1위 기업이다. 원천기술에 응용 기술을 빠르게 접목한 것이 세코닉스의 경쟁력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차량용 카메라 등 첨단산업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다. 창업자 박원희 회장의 딸 박은경 대표가 2015년부터 경영을 맡고 있다. 박 대표는 자율주행차량용 카메라, 로봇 카메라 시장을 겨냥해 중장기 비전을 하나둘 실천하고 있다.

▎1972년 출생,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 졸업. 1993~1998년 코래드(한국비전), 2000~2001년 머큐리미디어, 2003년 세코닉스 입사, 2015년~ 세코닉스 대표.
세코닉스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렌즈, 차량용 카메라, 빔 프로젝터 렌즈, LED 렌즈 등을 생산하는 국내 광학렌즈업계 매출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 휴대폰과 성장을 함께했고 차선인식, 차선유지 지원, 전방추돌 경고, 운전자 졸음인식 등의 기술개발을 주도하면서 현대기아차그룹에 자동차용 카메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세코닉스 경영은 창업자 박원희 회장의 딸 박은경(47) 대표가 맡고 있다. 광고회사 PD 출신으로 2003년 회사 일을 도우라는 부친의 요청에 세코닉스에 입사해 IR 담당, 전장사업 영업부 등을 거쳤다. 그는 2005년 자동차용 렌즈 시장에 뛰어들었고, 2007년 카메라 모듈 사업으로 저변을 넓혔다. 2011년 전장사업 총괄사장을 거쳐 2016년 대표에 취임했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연구개발비 투자도 늘린 것이 세코닉스 기술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10월 10일 경기도 동두천 세코닉스 본사에서 만난 박은경 대표는 “사람이 컴퓨터에 직접 정보를 입력하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모든 정보는 카메라 렌즈가 읽고 분석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로봇 등 광학렌즈 혁신기술을 접목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세코닉스의 응용 기술로 다가올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코닉스는 박원희 회장이 1996년 예순을 몇 해 앞두고 광학 제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창업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대한전선에 입사해 공장장을 지냈고 대우전자로 자리를 옮겨 중앙기술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일본 광학렌즈 업체 세키노스사가 한국의 생산기지로 설립한 세키노스코리아를 인수한 박 회장은 모바일 렌즈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했다. 1998년 삼성전자가 모바일용 카메라 렌즈 개발을 요청해 오면서 상승궤도에 올랐다.

창업자 부친이 호출, IR 거쳐 전장사업 지휘


박은경 대표가 세코닉스에 합류한 2003년은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한 후 휴대폰 관련 부품주로 한창 주목받던 때였다. 박 대표는 그때나 지금이나 전자부품 제조업계에 흔치 않은 여성 CEO다. 그는 “이업종인 데다 아버지를 상사로 모셔야 해서 주저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쩌면 네가 아버지를 도와드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어머니 말씀에 결심했다”고 말했다. ‘눈 꼭 감고 2년만 도와드리자’고 합류했는데 어느덧 17년째다.

그의 첫 임무는 사업 파트너, 주주와 소통하는 IR 담당 실장이었다. 덕분에 박 사장은 단기에 회사 현황을 꿰뚫을 수 있었다. 그는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광고 업무 경험이 사업 파트너와 주주를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그러나 재무 등 숫자 개념이 희박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온라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회계 개념도 익히는 등 초반엔 고생 좀 했다”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국내외 공장을 열심히 뛰어다닌 것이 기업 전반의 업(業)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2014년 갑자기 광전자사업부 책임자로 발령이 났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전장사업에도 관여해온 터였지만 차량용 렌즈 및 카메라, 프로젝터 엔진 모듈, 특수 광학부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관장하는 사업부를 맡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게다가 자동차 부품 분야에 여성이 드물어 영업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남성 경영자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기술 부분을 더 공부하고, 시장분석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자동차용 카메라 니즈가 늘면서 사업다각화 기회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모비스를 최대 고객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장사업은 연간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세코닉스는 현재 스마트폰용 렌즈 사업을 총괄하는 전문경영인 권혁대 대표와 박 대표가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사업부를 맡은 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었다. 2015년엔 평택공장이 옆 공장 화재로 큰 피해를 보았고, 2016년에는 램프사업 진출 목적으로 에스에이엘(SAL)을 인수했다. 2017년 램프사업 확장을 위해 폴란드 법인을 세웠고, 지난해엔 베트남 법인 2공장을 준공, 올해는 차량용 카메라 생산기지를 베트남 법인으로 확장했다. 1년마다 굵직한 일을 하나씩 치른 셈이다. 그는 지금도 국내외 8개 공장에 출장이 잦다.

그는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다. 시간을 들여 무조건 많이 습득하고 그들만의 언어를 숙지하고 회사의 내용을 세세히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여자, 오너 딸이라는 꼬리표가 싫어 좀 더 노력했다. 평택공장 화재 당시 폐허 속에서 재물조사를 하던 직원들을 보면서 느낀 바가 컸다. 책임경영에 더욱 매달렸고, 화재 후에도 문제없이 납품을 진행해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국산화·양산화 이끈 ‘비구면 플라스틱 기술’


▎세코닉스는 국내외에 8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폴란드 공장. / 사진:세코닉스
세코닉스의 경쟁력은 시장 흐름을 읽고 한 발 앞선 기술 투자로 파트너의 니즈에 재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광학 분야의 원천기술을 체득하고 이를 다양한 응용 기술로 발전시켰다. 특히 설립부터 지금까지 회사의 거의 모든 제품에 응용되고 있는 ‘비구면 플라스틱 기술’은 광학 제품의 국산화, 양산화에 크게 기여했다.

비구면 플라스틱 기술은 광학렌즈의 매수와 크기를 줄이는 광학의 핵심기술이다. 한마디로 렌즈를 슬림하게 설계하는 기술로, 국내 휴대폰 시장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박 대표는 “초소형화와 고해상도화를 요청하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설계·제조·측정 기술 개발이 중요했다”며 “금형연구소를 시작으로 제품군에 따른 연구소를 열어 연구개발(R&D)에 주력하면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회사의 첫 성장 제품군인 웹캠에 적용됐다. 당시 웹캠 렌즈는 유리를 깎아 만들었는데 세코닉스는 자사의 피크업(PICKUP) 렌즈 기술을 활용해 이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했다. 렌즈 생산의 효율성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면서 양산이 가능해졌다. 박 대표는 “당시 사세가 크지 못해 글로벌 특허를 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프로젝션 TV도 효자 노릇을 했다. 당시 브라운관 안에 들어가는 확대 렌즈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장악하고 있었는데 세코닉스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전자, LG전자는 이 제품군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박 대표는 “2000년대 중반 대히트를 친 삼성전자의 일명 ‘효리폰’에도 우리 기술이 들어갔다. 기존 10만~30만 화소를 훌쩍 뛰어넘은 1.3메가 화소가 가능했던 것은 기존보다 업그레이드된 렌즈 덕분”이라고 말했다. 설비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산업 태동기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선보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는 “화소를 늘리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기술적인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시 휴대폰 카메라 렌즈 대부분을 수입했는데 이를 계기로 완전히 국산화됐다”고 말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은 차량용 카메라 시장 진출로 이어졌다. 세코닉스는 2007년 차량용 카메라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초기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실패와 극복이 반복됐다. 습도와 열에 취약한 카메라를 외부 장착용으로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박 대표는 “영상을 이용한 응용 기술은 고해상도가 핵심이다. 시행착오 끝에 광학과 모듈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증폭할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며 “지금은 그 노하우가 강력한 기술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업체는 부품설계 능력이 비즈니스 미션이다. 고객 주문에 제대로 맞추어 개발해야 하고, 고객이 생각하지 못한 기술을 제안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 대표는 “CES 등에 참석해 고객 미팅을 진행하고 OE, Tier1 등 부품업체와도 지속적으로 대화한다”며 “신규 아이템 제의가 왔을 때 어떤 제품이 성공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기회는 지나가면 잡을 수 없기에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검증한다”고 말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키워 ‘인재 양성’ 해야


▎세코닉스는 다양한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가 전장용 렌즈와 카메라, 램프를 연구하는 분당연구소에서 포즈를 취했다. 세코닉스는 혁신적인 자동차 헤드업디스플레이 (HUD)를 개발 중이다.
그에게 박원희 회장은 든든한 배경이자 가장 무서운 스승이다. 박 대표는 “제가 실수를 할까 계속 걱정하신다. 세코닉스 입사 후 현재까지 제 자질과 가능성에 대해 계속 평가를 하고 계신다”며 “역설적이게도 경영 능력에 대한 회장님과 저의 걱정이 최고의 경영수업이 됐다”고 말했다. CEO로서 자신의 판단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견기업은 내부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 광학렌즈 산업의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다. 독일, 일본에는 광학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이 많지만 국내에선 찾기 힘들다. 광학렌즈 제조설비와 검사장비도 대부분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이를 다루려면 외국에서 배워 와야 하는 실정이다. 세코닉스 또한 사내 인력 양성 외엔 우수 인재를 확보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세코닉스 경영진은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스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직원들이 습득하게 한다. 중견회사임에도 연구개발비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세코닉스는 전체 매출액의 5%가량을 R&D 투자에 쓰고 있다. 박 대표의 말이다. “광학 분야는 설계, 금형, 성형, 조립, 검사 등 복합적인 기술의 집합체지만 국내에서는 발전이 더디다. 이에 반해 중국은 정부가 인적·물적 지원에 나서 스마트폰 렌즈, 차량용 렌즈 및 카메라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언제 중국에 시장을 뺏길지 모른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 제도를 통해 기업의 인재 양성, 원소재 국산화 개발, 자동화기기 육성 등을 지원해야 한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박 회장이 등장했다. 한눈에 봐도 부녀가 많이 닮았다. 박 회장 역시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광학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나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어필해왔다. 기술은 확보했으니 이제 인재를 키워달라는 호소다.

기술력 앞세워 ‘AI 로봇’ 시장 겨냥


박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중장기 비전’을 세우고 이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광학 기술과 연계한 사업이다. 그는 “모든 제품은 편리성을 위해 지능화될 것이다. 컴퓨터가 움직인다는 의미인데 여기엔 데이터 입력 과정이 필요하다. 키보드와 카메라 어느 것이 편하겠나”라고 물으며 “지금까지는 키보드를 사용해 정보를 입력했지만 앞으로는 카메라가 사물을 읽고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광학 산업의 성장성, 세코닉스의 지속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가까이는 자율주행차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주행 보조장치로 차량 한 대에 카메라 4개 정도가 장착되지만 2년 뒤엔 7개 정도가 들어갈 전망이다. 완전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 14~16개가 필요하다. 수요가 급격히 느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이며 앞으로 고화소 카메라와 DPL HUD, AR·VR 광학 모듈 기술을 내세워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코닉스는 램프의 주광원에 프로젝트 기술을 적용한 ADB 램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독일 소재의 자동차부품 세계 5위 기업 콘티넨탈과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AI와 결합한 로봇 시장도 세코닉스의 미래 시장이다. 박 대표는 “영상을 응용하는 기술의 수요가 AI라는 화두를 만나 급속히 변형 발전하고 있다.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서 그것이 무엇인지 분석, 판단하고 그에 따른 행동이 이어지는데 그 과정에 광학 기술이 있다”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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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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