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에드테크’ 강자들 | 이강민 패스트캠퍼스 대표 

데이터 사이언스 배우러 ‘패캠’ 찾는 교수들 

“점점 대학이 사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패스트캠퍼스에서 파이썬 웹 개발 강의를 수강한 대학생이 남긴 후기다. 기술 발전에 따라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평생학습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성인교육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패스트캠퍼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강민 대표.
세계 최대 구인·구직사이트 링크드인은 2015년 온라인 교육업체 린다닷컴(Linda.com)을 1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성인교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였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패스트캠퍼스가 대학과 기업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성인 실무교육을 시작했다.

이강민(34) 패스트캠퍼스 대표는 “‘단 한 번이라도 한국 교육시장에서 합격과 점수 말고 진짜 실력을 요구하는 시기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자 치열하게 고민했다. 2000만 명에 달하는 경제활동 시기의 성인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일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적 과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을 폭발적이었다. 창업 첫해 1200여 명이던 연간 수강생 수는 지난해 온오프라인을 합해 5만9000여 명으로 뛰어올랐고, 같은 기간 매출은 9억5000억원에서 180억여원으로 연평균 100% 이상 성장했다.

패스트캠퍼스는 2014년 2월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사내벤처로 시작했다. 아이디어 빌드업 단계부터 사업을 구체화해나간 과정을 들려달라.

패스트캠퍼스를 창업하기 전에 굿닥, 퀸시, 잡캐스트, 스트라입스, 푸드플라이, 헬로네이처 등 다양한 스타트업의 창업과 운영에 관여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내 창업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4년 프로그래밍, 데이터 사이언스, 파이낸스, 비즈니스, 마케팅 등 5개 분야로 오프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창업에 꼭 필요한 앱 디자인, UI/UX 마케팅, 데이터분석, 회계, 비즈니스 지식들을 다 모아서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막상 시작해보니 오히려 스타트업보다 일반 기업에서 훨씬 많은 관심을 갖더라. 그래서 교육사업으로 규모를 키워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들이 사내교육 대신 패스트캠퍼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에서는 보통 HRD(인적자원개발) 부서가 직원교육을 실시하다 보니, 실무교육보다는 직책교육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실제 업무에 필요한 기술과 역량 위주로 교육했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 이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창업 초창기 때만 해도 교육 프로그램을 B2C로 판매하는 곳이 없었다. 현재까지 신청한 기업은 총 500여 곳이고, 정기적으로 강의를 구매하는 기업은 100곳 정도다.

일반 수강생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커리어 전환을 원하는 사람부터 취미로 듣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 오시는 분도 있고, 요리하다가 마케터로 전직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특히 직장을 그만두고 커리어 전환을 위해 ‘풀타임’으로 수업을 듣는 분들에게는 담임선생님 역할을 하는 커리어 매니저가 붙는다. 이 매니저가 현업 실무자들을 수도 없이 만나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스펙’을 계속 수집하고 관리한다. 우리 수강생들 중에는 더 높은 직급으로 승진하려는 목표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프리랜서로 내 사업, 내 가게를 차리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디지털, 실무, 외국어뿐 아니라 미용, 요리 등 다양한 직업 역량을 수준 높은 영상 콘텐트로 커리큘럼화하는 작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해나가고 있다.

패스트캠퍼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현업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강사로 섭외했다는 점이다.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는 교육을 전업으로 하는 강사보다 실제 업계에서 유명한 분들을 한 명 한 명 찾아 강사로 섭외했다. 맨 처음 섭외한 강사는 CPA(공인회계사)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재무분석 분야에서 유명한 인사였다. 업계에서 연봉 많이 받는 ‘스타’들을 강사로 모시려니 그에 맞는 대우를 해드려야 했다. 당시 강사들의 페이는 시장에서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우리는 강의 매출의 40%를 강사비로 드렸다. 당시엔 파격적인 대우였다. 그러다 보니 수강료가 비싸다는 평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를 150만원(3개월 과정)에 시작했더니 정원의 두 배가량 인원이 몰렸다.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는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트렌드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교수님들도 우리 강의를 들으러 오시더라. 정말 좋은 콘텐트를 제공하면 사람들은 충분히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다들 비싸도 최고의 교육을 받고 싶지 어설픈 교육을 적당한 가격에 받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2014년 오프라인 교육으로 시작했다가 2018년부터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면서 수강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패스트캠퍼스 수강생 수는 2017년 1만8267명에서 2018년 5만9060명으로 증가했다.) 배경은 무엇인가.

오프라인에서 수년간 테스트를 거쳐 ‘될 강의’와 ‘안 될 강의’를 다 파악한 뒤에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패스트캠퍼스 온라인 강의의 특징은 한 번 구매하면 평생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강의는 책과 같아야 한다. 보통 서점에서 책을 대여섯 권씩 산다고 한 번에다 읽진 않는다. 일단 사서 책장에 꽂아놔야 내 시간과 상황, 결심에 따라 책을 펼치게 된다. 온라인 강의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건 강의 구매 후 한 달 내 수강률 평균이 5%가 채 안 된다는 거다. 면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들이 강의를 끝까지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패스트캠퍼스에 이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 업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당연한 흐름인 것 같다. 우리도 최초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시장에 없었던 상품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패스트캠퍼스는 LG전자로 치면 세탁기 모터 제작부가 아니라 가전사업부라고 볼 수 있다. 교육은 한 가지 방법만 고수해서는 지속될 수 없다. 영상을 보거나 강의를 듣거나 스터디를 하거나 고객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다양한 학습 방식을 제공해야 그들과의 접점에 오래 머물 수 있다. 다양한 콘텐트를 여러 방식으로 다뤄야만 ‘팔리는 콘텐트’에 대한 감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성인 대상 실무교육 이외에 부동산이나 요리 등 새로운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데.

교육과 실무 간 갭이 큰 곳이면 계속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하려는 회사지 분야에 대한 철학이 있는 회사는 아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의 경우,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배우면 충분히 잘 알 수 있는데, 정보 비대칭이 심하고 공개적으로 가르치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대중이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힘들다. 미용 분야도 4~5년씩 인턴 생활을 거치는데 사실 그 과정이 효율적이지는 않다. 교육 커리큘럼을 체계화할 수 있다면 몇 년에 걸친 인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교육 이외에 신사업 발굴 등 장기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패스트캠퍼스를 거쳐 창업 및 이직과 전직을 경험한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HR플랫폼이나 헤드헌팅 업체와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자체 자격증 및 인증 기능을 강화해 나중에는 대학원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해 제도권 학위 수여가 가능한 기관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단순한 교육 회사가 아니라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지속적으로 콘텐트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리어 액셀러레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다.

패스트캠퍼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의 모토는 인생을 바꾸는 교육이다. 한국 교육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을 받아도 내가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교육은 제도를 통해 바꾸려고 하다 보니 학생들이 뭘 원하는지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은 시장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교육은 거저 주고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는 좋은 교육이 나올 수 없다. 교육의 가치에 맞는 비용을 지불하고 얼마나 시간을 아낄 수 있는지, 이 교육을 통해 내가 바뀔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합격, 불합격을 가리기 위한 시험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실제 역량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커리어를 관리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미래에는 “대학 가지 말고 패스트캠퍼스 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

※ 이강민 대표는…
- 1985년생
- 패스트캠퍼스 대표(2014년~현재)
- 패스트트랙아시아 사업개발팀 팀장 / 입주창업자(2012~2013년)
- 포항공과대학교 졸업(2004~2012년)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김현동 기자

/images/sph164x220.jpg
201912호 (2019.1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