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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울의 미술과 심리(1) 

스스로에게 건네는 ‘자기대화’의 중요성 

나는 스스로에게 어떤 대화를 건네고 있는가. 갑자기 침투하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대화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를 인정하고 알아주는 가장 첫 번째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비난은 주변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Jean-Leon Gerome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1890
‘자기대화(Self-talk)’는 긍정적 사고와 감정을 유도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로 심리학에서 주목받는 훈련법이다. 이는 스스로에게 구체적이고 선명한 대화를 건넴으로써 긍정적 변화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마찬가지로 긍정적 기대감을 바탕으로 하며 더 면밀하고 섬세한 접근 방식이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름에서 유래된 피그말리온 효과는 어떤 대상에 대한 기대나 믿음이 긍정적인 행동이나 현상을 만들어냄을 의미한다. 이 이야기는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갈라테이아라고 이름 짓고 그녀를 사랑한 데서 비롯한다. 그는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의 사랑에 감동하여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피그말리온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차가운 조각상에 입을 맞추고 있던 그때, 조각상에 온기가 돌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가능한 일조차 가능하게 만든 것은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이었다.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가 정말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이는 ‘성공했으면 좋겠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와 같은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자기실현적 예언은 스스로에게 이름표(tag)를 붙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부정적인 행동과 감정이,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인 행동과 감정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점을 보러 갔을 때 점쟁이가 35살에 결혼한다고 말했다면 그는 실제로 35살에 결혼할 확률이 높다. 점쟁이가 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35살에 결혼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을 것이므로 이와 마찬가지로 3년 뒤에 성공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공률이 높다.

‘자기대화’는 기대감에서 더 나아가 더 생생하고 선명한 상황을 설정하도록 하고 이것을 자신에게 이야기하며 전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살 빼야지’라는 말은 분명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소망이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 이것보다는 조금 더 구체화된 자기대화가 좋다. 살을 뺀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눈에 보이듯 그려보는 작업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다. ‘32인치 허리둘레를 가질 것이고, 그에 맞게 밝은 회색 정장을 맞추겠어. 스트라이프 패턴이 잔잔하게 들어 있는 것이면 좋겠군. 무광의 검정 구두를 신고 미팅을 가기 위해 머리는 깔끔하게 정돈하고, 건물에 들어가기 전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자신감 넘친 표정이 멋질 것 같아.’ 이와 같이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선명히 그려내는 것이 자기대화의 기본이다.


▎카미유 클로델 [사쿤탈라], 1888
긍정적 자기대화는 스스로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부정적 자기대화는 끊임없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역할을 한다. 미술치료 현장에서 자신에게 건네는 천사와 악마의 목소리를 말풍선에 적어 넣는 작업을 하도록 했을 때, 자신에게 건네는 부정적 자기대화는 놀라울 만큼 창조적이고 잔인한 경우가 많다. 또 부정적 자기대화는 구체적이고 자기 맞춤형인 경우가 많다. ‘클라이언트 앞에서 또 말 더듬을 줄 알았다’, ‘외국인 바이어와 통화할 때 이 단어는 안 쓰려고 했는데 또 썼네’와 같이 자신이 실수한 것을 명확하게 짚어내고, 이를 통해 ‘결국 또 실수하겠지’와 같은 부정적 예언을 함으로써 다시금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 자기대화는 ‘괜찮아, 이 정도면 잘했지’와 같은 특별하지 않은 표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자신이 부정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사항이다. 세계 공통적으로 감정단어는 70%가 부정적이며 30%만 긍정적이다. 인간은 부정적 상황에서 감정에 더 골똘히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 자기대화가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 자기대화는 의도적으로 자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긍정적 자기대화는 더욱 자기 맞춤형이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던 프랑스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은 빛나는 재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건넨 자기대화로 인해 결국은 파멸에 이르렀다. 카미유 클로델은 [생각하는 사람]과 [지옥의 문]으로 잘 알려진 조각가 로댕(Auguste Rodin)의 연인이었다. 당시 19살이었던 클로델은 43살이었던 로댕의 작업실에 조수로 들어갔고, 둘은 사제관계에서 연인관계가 되었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남녀는 모두 같은 사람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일까. 클로델이 프랑스 살롱전에서 대상을 받은 [사쿤탈라]는 로댕과의 뜨거운 사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로댕이 같은 시기에 작업한 [키스]와 상당히 닮아 있다. 그러나 로댕에게는 이미 오랜 동거녀 로즈가 있었고, 클로델과의 관계가 지속되는 도중에도 로댕은 로즈와의 관계를 끝내지 않았다. 19살,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던 선생님이자 남자였던 로댕이 결국 로즈를 선택하면서 클로델은 9년간의 연애를 끝냈다.

클로델의 몰락


▎오귀스트 로댕 [키스], 1882~1889
유능했던 조각가 클로델은 로댕과 이별하면서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른 여자를 선택하고 떠나가버린 연인을 붙잡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중년]은 마지막까지 손을 놓고 싶지 않아 하는 클로델의 마음을 안타깝게 보여준다.

28살이라는 충분히 젊고 빛나는 나이, 게다가 예술가로서의 재능까지 가졌던 그녀였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로댕과 클로델은 사제관계였고, 서로의 뮤즈가 되었던 만큼 작품 스타일이 닮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결국은 자신의 작품을 로댕의 아류작으로만 볼 것이라는 생각, 헤어진 로댕이 앙심을 품고 자신의 앞길을 막을 것이라는 생각, 결국 자신의 인생은 망가졌다는 생각이 그녀를 옥죄었고, 피해망상을 동반한 자기불신은 실제로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말았다.

클로델은 스스로의 작품을 부수기도 했고, 술에 의존했으며, 좋은 거래 제안이 들어와도 로댕이 자신을 훼방하기 위한 책략일 것이라며 거절하기도 했다. 피해망상과 조현병 증상으로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30년간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가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의 주검은 무연고자로 처리되어 무덤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스스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임을 인정했더라면, 술과 자책감에 찌들어도 괜찮다는 자기허락을 철회했더라면 어땠을까. 뛰어난 재능으로 직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더 충만한 삶을 살았을 것이고, 오늘날 우리 역시 그녀의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궁지에 몰리게 되면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인간의 사고는 지극히도 합리적인 구조로 되어 있지만 감정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계에 다다른 불안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이때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면서 자신에게 들리는 부정적인 자기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한번 시작된 자기대화는 그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작은 실패에도 자책하고 스스로를 점점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싹텄을 때 실수를 저지르게 되면 ‘거 봐, 안 될 거라고 했잖아’라고 스스로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대화를 반복해버린다.


▎카미유 클로델 [중년], 1893
스스로에게 무력감을 강화하는 자기대화는 습관이 된다. 좋지 않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그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자포자기 현상을 겪는다. 이것은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불리며, 우울감으로 연결되기 쉽다. 1967년 미국 심리학자인 셀리그먼(Martin Seligman)과 마이어(Steve Maier) 박사는 24마리 개를 대상으로 우울증 실험을 하던 도중 학습된 무력감이라는 개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24마리 개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1번, 2번, 3번 상자에 넣고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전기충격을 가했다. 요즘에는 행해지지 않을 동물실험이었다. 1번 그룹의 개들은 코로레버를 움직이면 전기자극이 멈추는 환경이었고, 2번 그룹의 개들은 레버를 끈으로 묶어놔서 개가 어떤 노력을 해도 전기충격을 멈추는 것이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3번 그룹의 개들에게는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았다. 24시간 후에 연구팀은 장애물을 넘기만 하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는 상자에 24마리 개를 재배치했다. 이때, 앞서 1번과 3번 그룹에 있던 개들은 장애물을 넘어 전기충격을 피했으나, 2번 그룹의 개들은 장애물을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전기충격을 견뎌냈다. 2번 그룹의 개들에게는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해도 전기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이 학습된 것이다. ‘나는 안 될 것이다’는 부정적 자기대화가 만든 결과다.

마음이 지칠 때 누군가의 위로를 기대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런 기다림보다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정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나를 가장 잘 알고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고 공격하는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가면서 매일을 살아가는 존재다.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은 이 세상에 안 그래도 너무 많은데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부정적인 자기대화를 줄이려면 훈련이 필요하고 긍정적 자기 대화를 하려면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신경 써서 시도해야 하고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잘하고 있고 내일은 더 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심지어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건네는 것은 쑥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꾸준히 연습하면 부정적 자기대화가 차지하던 공간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긍정적 자기대화의 공간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처음에는 단 몇 초의 변화라도 괜찮다. 그리고 꼭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괜찮다. 자신을 깎아내리던 생각들을 조금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그리고 내일 더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눈앞에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 김소울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제임상미술치료학회 회장이며 가천대학교 조소과 객원교수이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이다. 현재 플로리다마음연구소 대표로, 『치유미술관』외 12권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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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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