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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의 차기 주역들] 박웅양 지니너스 대표 

유전자가 말하는 당신의 모든 것 

이제까지 식생활, 의약, 의료 서비스는 나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편성에 입각해 처방됐을 뿐 개인의 특수성은 사전에 고려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미리 파악한다면 개인에게 맞지 않는 음식, 약, 치료를 피할 수 있다. 또 유전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선제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지니너스는 한국인의 유전자 특성을 반영한 질병 예측 및 체질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유명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지난 2013년 세간을 놀라게 했다. 예방적 유방절제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유전자 검사에서 유전적 위험 요소를 발견했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 난소암 발병률도 50%라는 진단이었다. 어머니와 이모들이 암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사망했고 앤젤리나 졸리도 동일한 ‘BRCA1, 2’라는 암 억제 유전자변이를 갖고 있어 암에 걸리기 쉬운 체질이었다. 그는 유방절제 수술을 받았고 이후 유방암 발생 확률은 5% 이하로 줄었다. 비슷한 과정을 거쳐 졸리는 2015년 난소제거 수술도 받았다. 두 차례 모두 수술 당시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가족력을 우려해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예방 차원의 수술을 한 것이다.

박웅양 대표가 이끌고 있는 지니너스는 유전체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정밀의학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018년 설립한 지니너스는 유전체 분석 핵심 특허를 기술이전 했으며 7만 건에 이르는 누적 유전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환자를 많이 본 경험 많은 의사가 명의이듯이, 수만 건에 이르는 환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은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지니너스는 한국인의 유전 특성을 반영한 질병 예측 서비스란 점에서 주목받는다. 지니너스는 질병 예측 유전자 검사 ‘헬스스캔’, 표적 항암치료 길잡이 ‘캔서스캔’, 비침습적 암 진단 액체생검 ‘리퀴드스캔’, 암 조직의 단일세포 분석 서비스 ‘싱글셀’, 뷰티 및 헬스 유전자 검사 ‘인사이드미’, 장내미생물 검사 ‘위드미’ 등 총 6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항암제의 경우 사람에 따라 인종에 따라 효능이 다릅니다. 이는 하나의 유전자변이와 관련이 있어요. 한국인의 17%가 있는 반면 미국인은 7%에 불과합니다. 유전체 데이터분석이 없었다면 이를 파악하지 못했겠죠.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 반영되지 않고 모두 똑같은 항암제로 똑같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기존의 방법이었습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항암제뿐만 아니라 백혈병 등 여러 질병에 대해서도 서양인 중심으로 개발된 약이 많아서 한국인에게는 치명적인 독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 더 나아가 개인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치료, 처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에서 분사


지니너스는 다른 스타트업의 출발과 달리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의 연구원 6명이 주축이 돼 분사했다. 박 대표를 포함한 창립 멤버는 모두 연구소 시절부터 환자 샘플 데이터를 수없이 다뤄왔다. 실제 환자의 데이터를 많이 접해본 만큼 이를 분석해 임상 의사가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세스에 특화돼 있다. 반면 박 대표는 연구소 분사 기업으로서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 “병원 소속으로 연구·개발하던 것과 비즈니스는 괴리가 크다”며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첫해 매출 15억원을 달성해 좋은 출발이라고 봅니다. 지니너스는 주로 병원에서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서비스하고 있고, 상용화 서비스는 우리가 유일합니다. 특히 앤젤리나 졸리의 유전자 검사 사례처럼 최근 건강검진에서 유전성 질환을 예측하는 헬스스캔 서비스의 수요가 늘고 있어요.”

헬스스캔은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술(NGS)과 DNA칩(SNP array)으로 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해 변이를 찾아낸다. 선행 연구를 통해 질병이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329개 유전자의 4060개 변이를 분석해 질병의 발생 위험도를 예측한다.

“유전자분석을 통해 유전성 질환의 발병 가능성 외에도 자기가 몰랐던 희귀질환 가능성, 약에 대한 부작용, 영양학, 비만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진통제 타이레놀에 비해 애드빌계는 듣지 않는다든지, 콜레스테롤 약을 먹을 경우 근육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체질이라든지, 고혈압·당뇨 약 가운데 어떤 성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사람에 따라 체중감량 방법이 다르다든지 등 검사항목 200~300개에 따라 유전자가 말하는 나의 체질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니너스는 지난해 최대 1만 건의 유전자분석 테스트를 실시했다. 지니너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병원에서의 유전자 검사 수요에 따라 서비스를 공급하는 B2B 기업이다. 박 대표는 국내 시장 성장 단계가 아직 성장기도 아닌 파일럿, 베타테스터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유전자분석 시장이 열리면 기술력을 갖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글로벌 K-바이오의 돌풍 비결은 높은 기술력 대비 저렴한 비용이다. 해외에서 인종별 조상 찾기 서비스나 일부 심장병 등 서양인에게 많은 질병에 대해 유전자 질병 예측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지니너스와 같이 종합적이며 강력한 모델을 갖고 있지는 않다. 박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 유전자 검사의 인지도가 낮아 시장이 작긴 하지만 해외에서는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일본에서 암 관련 유전자 검사 비용이 100이라면은 지니너스는 그의 30%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안 하면 수년 후 외국기술 써야 한다”

지니너스는 해외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최대 종합기업 빈그룹의 빈맥병원과 캔서스캔 서비스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그 외 일본 이와테현 소재 대형병원과 3월에 계약했다. 더불어 글로벌 제약사와 환자별 효능을 파악하기 위한 임상 시험용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미 국내 임상시험용 유전자분석 실적이 쌓이고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체외진단 기기도 국내 식약처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업가정신에 대한 질문에 유전체연구소에서 13년간 쌓은 노하우를 발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기보다는 생화학을 연구해왔습니다. 이렇게 유전체학(Genomics)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었요. 왜 창업했냐고 묻는다면 미래가치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미래 사회에 실현될 수 있는 가치를 미리 생산하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더 베스트’가 아닌 ‘더 퍼스트’가 돼야 합니다.”

※ 박웅양 대표 약력 -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미국 록펠러대 박사후연구원.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 소장,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 지니너스 설립자 겸 대표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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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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