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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 시대, 푸드에 테크를 입히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 

“피자 굽는 시간 3분 내로 단축, 피자업계 맥도날드 되겠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7년 2조원 규모였던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이 2018년 1조8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한 피자집이 유독 빠르게 성장해 주목받고 있다. 창업 2년 만에 국내외에 출점한 매장만 60곳이 넘는다. 성장 비결은 첨단 기술로 만든 피자다.

▎고피자는 ‘고븐’이라는 자체 개발 장비로 피자를 2분 30초 만에 구워낸다.
‘맥도날드에선 왜 피자를 팔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한 청년의 머릿속을 스쳤다. 호기심 많은 청년은 피자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피자의 패스트푸드화’에 도전장을 던졌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엄친아’ 소리를 듣던 그는 다니던 좋은 직장을 나와 피자집 아르바이트생, 푸드트럭 사장님이 됐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요리와 장사를 배우며 피자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직접 화덕을 만들어 피자 굽는 시간을 3분 이내로 단축했다. 2년여간 준비를 마친 그는 2017년, 3.3㎡(1평) 공간에 고피자(GOPIZZA)라는 피자집을 차렸다. 이후 고피자는 승승장구해 창업 2년 만에 가맹점 60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고피자의 성공 요인은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임재원(32) 고피자 대표를 서울 상수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맥도날드에서 피자를 팔지 않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았나.

조사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30~40년 전엔 맥도날드에서 피자를 팔았다. 그런데 피자는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주방에서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쌌다. ‘스피드와 저렴함’이 캐치프라이즈인 맥도날드와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안 판 게 아니라 못 판 거라고 볼 수 있다. 처음에 ‘빠르고 저렴한 피자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 ‘맥도날드도 못 한 걸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방법을 찾아냈고 피자 굽는 시간을 3분 내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조리 시간을 줄인 비결이 뭔가.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푸드트럭으로 장사하면서 보니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오븐·화덕 때문이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집에서는 대부분 컨베이어 오븐을 사용한다. 한쪽에 도우(피자 만드는 반죽)를 넣으면 8~9분간 익혀 반대쪽으로 나오는 장비다. 크기는 일반적으로 가로×세로×높이가 2032㎜×1445㎜×1320㎜ 정도로 자리를 많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

푸드트럭에선 작은 화덕을 사용했는데 숙련된 직원이 곁에서 계속 지키고 있어야 했다. 불이 한쪽에서만 나와 주기적으로 피자를 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네 판을 한 번에 구울 수 있었는데 그러려면 피자를 60번 넘게 옮겨야 했다. 온도 조절도 안 돼 잠시 눈을 떼면 피자가 홀랑 타버렸다. 피자 굽는 시간을 단축하려면 세상에 없는 장비가 필요했다. 문제점을 개선한 장비를 직접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게 ‘고븐’이다. 고븐의 경우 800㎜×800㎜×1500㎜로 효율은 높이면서도 크기를 줄였다. 고븐을 사용하면 한 번에 피자 6판을 2분 30초 만에 구울 수 있다. 피자가 놓인 판은 전자레인지처럼 계속 돌아간다. 피자를 손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 일정 온도가 되면 자동으로 불이 꺼지기 때문에 태울 걱정도 없다. 화덕이 일정 온도에 불이 꺼지도록 설계하려면 온도를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대부분 화덕의 문쪽에 아날로그식 온도계 1개를 달아두는데 피자가 직접 받는 열의 온도는 정확히 측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화덕 안에 디지털식 온도계 2개를 달아 피자에 얼마나 열이 가해지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고 조절할 수 있다. 고븐은 화덕 속 온도계 위치로 특허를 받았다.

굽는 데 2분 30초가 걸린다. 3분 내로 피자를 주려먼 굽기 전 도우를 만들고 토핑 올리는 작업도 빨라야 할 것 같은데.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피자 잘라주는 로봇, 토핑 순서·위치 알려주는 기계 등을 곧 도입할 계획”이라며 “주방의 자동화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도우는 미리 만들어 놓고 쓴다. 도우를 주방에서 직접 만들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보관하고 숙성하는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도우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다.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동료가 도우를 툭툭 쳐서 손쉽게 펴길래 쉬울 줄 알았는데 난 3주간 연습해도 못 하겠더라. 알고 보니 그 직원은 도우펴기 경력만 7년이었다. 그래서 완성된 도우로 피자를 만들면 시간이 절약될 거라 확신했다. 고피자에선 미리 공장에서 만든 도우를 매장에 납품해준다. 다만 토핑은 아직 손수 작업해야 한다.

스파게티, 치킨도 메뉴에 있다. 모두 고븐으로 요리하는가.

치킨은 튀김기를 사용하지만 스파게티는 고븐으로 요리한다. 도우처럼 면과 소스는 미리 만들어 매장으로 보낸다. 피자와 스파게티를 고븐에서 동시에 조리할 수도 있는데 두 요리에 모두 적합한 온도를 찾느라 고생 좀 했다. 특히 피자를 굽는 온도에서 면을 알맞게 익히기 위해 새로 면을 개발했다.

요식업에서 발생하는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는 모습이다. 개발하고 있는 또 다른 기술이 있나.

고피자에는 개발자로 구성된 미래기획실이란 부서가 있다. 이들은 음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한다. 지금은 소스 뿌려주는 로봇, 피자 잘라주는 로봇을 만들고 있다. 소스 뿌려주는 로봇은 매장을 방문한 손님에게 재밌는 경험을 주고자 만들었다. 피자를 들고 가면 로봇이 그 위에 알맞은 소스를 뿌려준다. 피자 자르는 로봇은 고븐에서 피자가 나오자마자 알맞은 크기로 잘라주는 역할을 한다. 피자는 따끈따끈할 때 잘라줘야 하는데 직원이 다른 일을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만든 로봇이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기술(AI)을 활용해 주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업을 컨트롤할 계획이다. 요즘 고안하고 있는 건 토핑 올리는 기술이다. 직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여러 토핑의 조합을 외우는 것이다. 피자마다 토핑의 종류와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직원이 도우를 놓으면 어떤 토핑을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토핑 테이블에 불이 들어오도록 세팅하고 있다. 직원은 게임을 하듯 지령에 따라 토핑을 집어서 도우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정확도와 속도를 모두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을 잘 모르는 가맹점주들도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기술이라는 게 알고 보면 별것이 아니다. 평소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의 운용 방식 대부분이 신기술의 집합체다. 맥도날드는 각 지점 주방의 튀김기 온도까지 본사에서 파악하고 제어한다. 스타벅스는 사이렌오더, 충전 등 앱으로 이뤄지는 소비자의 모든 행동을 데이터로 축적한다. 우리도 가맹점주에겐 편리함을, 소비자에겐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또 모든 기술을 데이터베이스화했기 때문에 본사에서 원격으로 업데이트하고 조정할 수 있다.

인도엔 벌써 네 번째 매장을 출점했다. 해외서도 성과가 좋은가.

인도에 진출한 지는 1년이 됐고 얼마 전 4호점을 오픈했다. 4월엔 싱가포르에 5개 매장을 동시에 오픈한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그런데도 계속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해외 진출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성공한 다음 해외에 진출하려면 다시 시장을 개척하는 일부터 해야 하는데,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한국과 해외 시장을 동시에 키워나가면 시행착오는 줄고 경험은 입체적으로 축적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3년 후엔 성장에 가속도가 붙어 더 빨리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왜 인도를 선택했나.

인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또 35세 미만 인구가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할 만큼 젊은 나라다. 인도 젊은이들은 서구화된 문화에서 성장해 서구 음식인 피자를 즐겨 먹는다. 한 가지 문제는 도미노 피자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의 위상과 비슷하다. ‘도미노 피자보다 더 맛있고 고급스러운 피자’라는 콘셉트로 승부하고 있다.

고피자의 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전 세계에 5만 개 매장을 여는 것이다. 언젠가 맥도날드처럼 누구나 알고 누구나 좋아하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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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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