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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 시대, 푸드에 테크를 입히다]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로봇·사람 협업하는 미래형 점포 확대하겠다” 

로봇 바리스타가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주고 로봇 바텐더가 칵테일을 건넨다.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일들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신기술을 융합해 미래 세계를 현실에서 구현한 이는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다.

▎라운지X는 바리스타 로봇, 셔틀 로봇이 직원과 함께 일하는 미래형 카페다.
“게이샤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이요.” 주문을 마치자 바리스타가 드립 포트에 뜨거운 물을 담아 분쇄된 원두가 담긴 드리퍼로 향한다. 포트를 기울여 드리퍼에 일정한 굵기의 물줄기로 원을 두어 번 그려낸다. 이후 잠시 멈춰 뜸을 들인다. 같은 작업을 세 번 반복한다. 과감하면서도 부드러운 손놀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커피가 완성된다. 물줄기의 굵기, 온도, 타이밍 삼박자가 맞아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대접해주는 바리스타는 인간이 아닌 카페 라운지X의 인공지능(AI) 로봇이다.

“늘 마시던 걸로 주세요.” “아인슈페너 맞으시죠. 5% 할인해서 5500원입니다.” 라운지X의 단골이라면 누구나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 ‘페이스 오더’라는 서비스 덕이다. 페이스 오더는 라운지X가 안면인식 기술, 데이터 저장 기술을 결합해 만든 고객관리 프로그램이다. 얼굴 특징이 인식되면 손님의 정보, 가령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지와 자주 시키는 메뉴가 무엇인지 주문 화면에 표시된다. 단골손님으로 분류되면 5%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종이 쿠폰을 가지고 다니거나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단골 인증이 돼 편리하다.


라운지X는 지난해 한국의 실리콘밸리 강남 테헤란로에 문을 연 ‘미래형 카페’다. 이곳에선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과 협동해 일한다. 로봇은 손님의 흥미를 자극하는 ‘와우 이펙트’ 역할을 넘어 메인 업무를 도맡는다.

라운지X를 만든 황성재(39) 라운지랩 대표는 카페 사장님보단 ‘발명가’, ‘창업가’로 유명하다. 카이스트에서 문화기술을 공부하던 대학원 재학 시절 30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했고, 그중 30여 개를 대기업·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이후엔 창업가로 변신해 플런티, 퓨처플레이, 피움랩스, 육그램, 파운데이션X이라는 인공지능·블록체인 등 미래 기술을 융합한 스타트업을 다수 창업했다. 플런티는 스타트업 최초로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런 그가 돌연 오프라인 사업, 그것도 경험해본 적 없는 F&B에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이유를 “넘쳐나는 신기술을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가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황성재 대표를 라운지X에서 만났다. 이날도 바리스타 로봇에 적용할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푸드테크가 무엇인지 한눈에 보인다. 어떤 기술이 융합됐나.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는 “AI·자율주행 등의 기술로 비대면 서비스가 더 활성화될 것” 이라며 “무인상회, 무인 드라이브스루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로 불리는 인공지능·자율주행·안면인식 등 신기술이다. 로봇이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어 자리까지 배달해주며 손님의 얼굴을 분석해 주문 이력을 파악한다. 처음엔 로봇이 모든 일처리를 하는 무인 카페를 기획했다. 그런데 로봇만 있는 카페를 상상하니까 너무 삭막했다.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협동하는 모습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비슷한 콘셉트의 카페들이 있지만 우리는 로봇의 업무를 더 고도화했다. 단순 업무보단 손이 많이 가는 일을 맡겼다. 대신 변수가 많고 손님과 대면해야 하는 일은 직원이 담당한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

기술 기반 회사를 차리고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던 그간의 행보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이 시대는 기술 과잉 시대라 할 만큼 기술이 넘쳐난다. 기술을 한데 모으고 엮어야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할 텐데 지금은 기술이 낱개로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나는 신기술을 연결해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가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고 그게 카페였다. 카페만큼 사람들이 자주 찾는 매장이 또 있을까.

핸드드립 커피에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사람이 정성스럽게 내리는 커피 맛을 로봇이 따라잡을 수 있나.

핸드드립 커피는 만드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생두마다 맛을 내는 드립 알고리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터뷸런스라고 하는데 어떤 생두는 가는 물줄기로 큰 원을 그려야 맛있는 반면, 어떤 생두는 굵은 물줄기로 작은 원을 반복해 그려야 풍미가 산다. 노하우를 알기 위해 직원들과 전국에 있는 핸드드립 커피 맛집은 다 찾아다녔다. 그렇게 조사와 연구를 거듭했고 지금까지 에티오피아산·인도네시아산·파나마산·과테말라산 네 가지 원두에 대한 우리만의 드립 알고리즘을 짰다. 알고리즘은 산업용 로봇 팔을 구매해 입력했다. 시중에 나온 바리스타용 로봇은 커피머신의 버튼을 누르고 추출된 커피를 손님에게 건네주는 정도만 할 줄 알더라. 로봇이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주면 어떤 상황, 어떤 지역에서도 균일한 맛을 낼 수 있다. 라운지X에서는 로봇 핸드드립 커피가 한 달에 1300잔 정도 팔리는데 일반 커피 판매량의 절반 정도다. 핸드드립 커피 치고는 많이 팔리는 거다. 맛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핸드드립 외에 로봇이 할 줄 아는 또 다른 기능은 없나.

팔을 흔들어 손님에게 인사하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이 외에도 빵류를 자리까지 배달해주는 로봇 ‘팡셔틀’이 있다. 이 로봇도 처음엔 손님에게 깜짝 선물을 가져다주는 이벤트용으로만 쓰였는데 반응이 좋아 음식 셔틀로 업데이트했다. 조만간 매장뿐 아니라 건물 전체를 돌아다니며 배달할 예정이다. 같은 건물에 있는 손님에겐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리까지 배달해준다. 이 달에는 단골손님을 알아보는 ‘페이스 오더’ 서비스도 시작한다. 아이폰에서 페이스 아이디로 잠금화면을 푸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굴곡 등 얼굴 스트럭처를 분석해 사람을 인식하고 주문 정보를 불러오는 시스템이다.

주점, 버거집도 기획 중이다. 모두 푸드테크 사업인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렇다. ‘라운지Y’라는 주점은 로봇이 칵테일을 제조하는 바텐더 역할을 한다. 버거집 이름은 ‘라운지Z’다. 여기서도 로봇이 버거를 만든다. 또 소개하고 싶은 건 지금 특허출원 중인 사업이다. 진화된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로 무인 자율주행 차량이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커피, 빵 등의 메뉴를 테이크아웃해오는 것이다. 테슬라에 곧 앱스토어가 생긴다고 하니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일 아닐까.

눈여겨보는 신사업이 또 있나.

아마존고와 비슷한 무인 상회를 준비하고 있다. 진열된 제품을 구경하고 골라 가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그립앤 고’ 시스템이다. 건물 곳곳에 수납장을 짜서 물건을 넣어두면 손님이 와서 집어가면 된다. 자판기가 떠오르겠지만 자판기와는 다르다.(웃음) 처음 판매할 품목은 샐러드다. 인건비와 임대료가 절약되니 시중에서 1만원에 판매하는 샐러드를 4200원에 팔 수 있겠더라. 인공지능 기술도 넣었는데 재고 떨이하는 데 쓸 예정이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이 있다면 앱에 등록된 사용자들에게 ‘6시부터 선착순 5명에게 80% 할인’ 같은 공지를 보내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제대로 믹스한 선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푸드테크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코로나19 사태가 온라인 마켓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가 점점 확대돼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대체육 시장도, 공유주방도 모두 푸드테크에 속하며 점점 발전할 것임은 틀림없다.

라운지X 그리고 라운지랩의 목표는.

라운지X는 직영으로만 몇 군데 운영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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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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