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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의 차기 주역들]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 

누구나 수질검사를 할 수 있는 세상 

감염에 민감한 요즘, 박테리아 역시 수많은 질병을 야기한다. 특히 오염된 음용수는 설사,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을 야기해 매년 전 세계에서 40만 명가량이 사망한다. 박테리아 검사는 전문 영역에 속하지만, IoT센서기술을 통해 누구나 마시는 물의 위생을 점검할 수 있도록 ‘기술 민주화’를 외치는 기업가가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하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더.웨이브.톡이 내건 슬로건이다. 더.웨이브.톡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음용수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박테리아 등 이물질을 검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IoT워터센서’를 개발, 누구나 쉽게 수질을 측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의 포부다.

“도시의 정수장은 최첨단 공법으로 수질을 관리합니다. 하지만 수십만㎞ 수도관을 거쳐 가정에 도착한 수돗물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쉽지 않죠.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수돗물 사태 등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수돗물 오염 문제가 발생해요. 그래서 정수와 생수를 음용수로 사용하는데, 이처럼 물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우리 기술이 지원합니다.”

스마트IT워터센서의 기반 기술은 레이저다. 센서로 많이 사용되는 레이저가 빛의 직진성, 파장의 균일성에 변동이 발생하면 이물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감지하는 원리다. 이를 물에 적용해 박테리아 등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검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제품의 혁신성이다.

“탁도(Turbidity)는 음용수의 수질을 측정할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탁도가 높으면 미생물 함유가 높다는 의미죠. 육안으로는 맑은 물처럼 보여도 0.5 NTU(탁수 단위) 이상이라면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아요. 박테리아, 미세플라스틱, 중금속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일반적으로는 0.1NTU 이하여야 해요.”

스마트IoT워터센서는 소형이며 가격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모델이다. 수질을 측정하려면 전문가가 일주일에 걸쳐 수많은 검사를 해야 하지만, 일반인도 누구나 가정에서 수십 초 안에 탁도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2020년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 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수상,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B2C, B2B, B2G 세 가지 트랙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올여름 ‘센스컵’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세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수돗물, 정수기 물을 유리컵에 담아 판 위에 올려놓으면 탁도를 측정해 오염도를 10초 만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 대상 B2B 사업으로는 가정용 정수기 제조사에 수질 감지 센서를 내장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외 제조사와 공급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마다 수질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필터 교체 주기가 달라야 하는데 수질 센서를 통해 더욱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B2G 사업에 대해 김 대표는 “서울, 대구시 등 4개 광역시와 올해 상반기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며 “서울시의 경우 250만 개 수도계량기에 말단 수질을 확인하는 센서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통제센터에 보내 관할 지역 내 수질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검증을 넘어 전 세계 시장으로


김 대표는 KAIST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하며 레이저의 구조 특성을 파악했던 연구가 지금의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LG화학 연구원을 거쳐 더.웨이브.톡 창업에 앞서 한 차례 창업 경험이 있다. 리튬2차전지 관련 루트제이드를 운영했고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후 기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던 때였다. 레이저 기술 및 홀로그램을 연구해온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와 투자 건으로 만났고 서로 의기투합해 2016년 더.웨이브.톡을 설립했다.

기술개발은 공동 창업자인 박 교수가 맡고 있다. 박 교수는 홀로그래픽 기술과 광 산란 제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권위자다. 박 교수는 네이처 포토닉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미국국립과학원 회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피지컬 리뷰 레터스 등에 논문 100여 편을 게재했다. 특히 3차원 홀로그래픽 현미경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해 이를 이용한 다양한 의학, 생물학 연구도 수행해왔다.

“지난 4년간 내부적 피벗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체외 진단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짧은 시간에 노하우를 쌓기는 어려웠죠. 전환점은 저렴한 소형 레이저 다이오드를 발견하면서입니다. 이 소재를 사용해 수질검사 센서를 제작할 수 있다고 발상했습니다. 우리가 구현한 기술에는 광학, 물리학, 생물학, 물관리 등 여러 융합이 요구됐어요.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연구를 거듭했지만 재현성 확보라는 산을 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이제 기술 영역은 넘었다

500㎚의 매우 미세한 레이저를 쏘고 이를 정밀한 카메라로 읽어내는 기술은 난도가 높다. 특히 물속에서 세균을 찾는 기술은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박테리아의 구성 성분도 대부분 수분이기 때문에 액체 속에서 이질의 액체를 찾아내는 정교한 작업이다.

더.웨이브.톡은 기술 관련 특허를 40개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2018년엔 특허청이 선정한 ‘올해의 특허’에도 선정됐다. 기술개발을 완료한 현시점에서 전 세계 주요 기업 및 정부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프랑스 수에즈(Suez), 미국 펜테어(Pentair), 코카콜라 등 1조원 이상 매출 기업과 체결한 기밀유지협약(NDA)이 현재 30건 이상이다. 특히 글로벌 수관리기업 수에즈와 올해 테스트베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를 계기로 유럽 진출을 가시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도시와 시범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이제 기술 영역은 넘었다. 고객이 필요한 방식으로 우리 기술을 다양화하고 보급하는 양산 과정이다. 한편 체외진단 분야에서도 소변검사를 통해 박테리아 감염 여부를 딥러닝으로 판독한다. 병원감염균 26가지를 감별하며 이 기술 역시 아직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이라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장비 개발의 다음 단계는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이다. 더.웨이브.톡은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축적 중이며, 데브옵스(운영개발), AI빌더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 데이터를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분석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하드웨어 플랫폼에 축적한 물 관련, 관련 질병 데이터와 분석력은 우리의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영덕 대표 약력 -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업, 카이스트 신소재공학 석사, LG화학 기술 개발 및 영업, 루트제이트 대표, 더.웨이브.톡 설립자 및 대표

202005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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