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코로나19가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신종 혹은 변종 바이러스의 파괴력을 여러 번 경험했다. 소와 돼지를 겨냥한 구제역이라는 괴물 바이러스가 출몰했고 살처분 광경 역시 공포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세계 유일의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을 표방하는 유라이크코리아의 김희진 대표는 “가축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하다”는 철학을 갖고 연구·개발 및 사업을 해왔다.
“시작 자체가 구제역 파동이었어요. 동물복지뿐만 아니라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와도 직결된 문제니까요. 우리의 가축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면 축우의 질병을 예측하고 분만 실패율을 낮출 수 있어요. 농장주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우리가 가는 길이 힘들고 고되어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스마트축산 전문기업 유라이크코리아는 가축의 생체 데이터를 확보해 질병 조기 감지, 발정 탐지 및 분만 시기 예측 등이 가능한 통합 헬스케어 솔루션 ‘라이브케어’를 제공한다.유라이크코리아의 가장 큰 혁신성은 김희진 대표가 이화여대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때부터 연구·개발한 경구투여형 바이오캡슐에 있다. 12.7×3.6㎝ 크기의 캡슐을 소에게 먹이면 반추위(소의 4개 위 중 1~2번째 위)에 안착, 체온 및 활동량 등 하루 100가지 이상의 데이터를 송출한다. 일종의 체내에 위치하는 IoT 센서다. 세계 최초로 특허(IP)를 받은 이 캡슐이 송출하는 데이터는 실시간 헬스케어를 가능케 한다. 예를 들어 체온 이상이 감지되면 항생제를 조기에 투여해 폐렴이나 소화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축우의 16가지 이상 주요 질병의 조기 감지, 예방접종 부작용(구제역) 등 감지, 분만·발정 등 관리기능으로 농가 경제성을 높이는 것이 유라이크코리아 서비스의 큰 효용이다.“2011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부터 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축산학을 전공하셨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 지인 농장에 자주 놀러 간 것도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농장에 적용할 수 있는 IT 기술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박사 과정 때 질병 예찰 시스템 국책 과제가 많아 이 캡슐의 개발을 시작하게 됐어요.”가축의 질병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생체 데이터가 필요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생체 데이터 수집 디바이스 개발에 직접 나섰다. 2012년부터 시작해 2015년 프로토타입이 나올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농가에 도움이 되려면 우선 사용하기 쉽고 편리해야 했어요. 그래서 먹이기만 하면 되는 캡슐 개발로 방향을 잡았는데 안착기술, 센서기술, 장기간 배터리 기술, 정보송출 등 하나씩 솔루션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죠.”김 대표는 미세한 움직임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은 매우 정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프로토타입 개발 후 실시간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지난 5년간 5억 건 이상의 데이터를 축적한 것도 큰 자산이라고 내세웠다. SK텔레콤과 협약으로 LoRa 통신망을 통해 측정한 여러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에 쌓았다. 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농가의 주요 이슈인 분만, 발정 시기를 예측분석(Predictive Analytics)할 수 있다. 또 실시간 정보와 기존 데이터의 패턴을 비교해 질병 조짐 등을 이상 감지(Anomaly Detection)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의 전공인 딥러닝, 인공지능(AI) 분석력 등이 적용된다. 김 대표는 이런 내용과 관련해 다수의 논문(4건), 인증(5건), 특허(5건)를 보유하고 있다. 유라이크코리아의 기술력은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 MWC에서 기업용 모바일 혁신상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새로운 기술은 기존 방식과 충돌하기 마련, 농장주들을 설득하고 산을 넘는 것이 기술개발보다 더 힘들었다고 김 대표는 회고한다.“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의료기기 인증이 중요했어요. 세상에 없던 제품이다 보니 농장주들은 소가 먹고 죽으면 어떡하느냐고 우려했어요. 인증을 받고 무해성 테스트 결과를 보여드려도 못 믿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농장주들은 각자의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죠. 오랫동안 설득하고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후에야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일본서 100만 달러 계약다행히 최근 2세 경영인이 많고 농가에서의 디지털 전환에도 관심을 가진 농장주가 많아 김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라이브케어 서비스의 수익모델은 캡슐 등 하드웨어 20만원가량, 월 단위 관리 서비스료가 한 마리당 2000원 정도다.라이브케어 서비스를 도입한 농가가 누리는 혜택은 꽤 주목할 만하다. 축우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질병 예방으로 죽는 걸 방지한다면 수백만원, 젖소의 경우 유방염에 걸리면 치료 기간 동안 우유를 폐기해야 하는데 이 또한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적기의 짝짓기, 분만사고율 경감 등 수태율을 높일 경우 개체수를 높일 수 있는 효용, 질병에 대한 건강 이상 감지로 항생제에 앞서 해열제로 대체할 경우 의료비 절감 등이다.현재 서비스의 세일즈, 하드웨어 유통, 망 관리는 SK텔레콤에 위탁하고 유라이크코리아는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브라질 등 해외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축산업이 레드오션으로 평가되지만, 가축 대상 헬스케어 솔루션이 없었기 때문에 유라이크코리아는 오히려 니치마켓이며 블루오션으로 시장을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나라별로 사육환경과 인프라가 달라 현지 맞춤형 디바이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한국의 축산업만으로는 시장이 작은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설립 초기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해왔습니다. 우선 일본 시장을 지난 3년 동안 두드려왔는데 지난해 매출 100만 달러 계약을 성취했어요. 또 브라질, 호주, 덴마크 등 축산업이 발달한 나라를 대상으로 지난 3년 동안 시장조사와 파트너십 체결을 진행했고 덴마크 주정부와는 MOU도 맺어 공략을 가속할 계획입니다.”해외시장 개척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유라이크코리아의 인력 구성도 다문화다. 현재 브라질, 덴마크, 미국, 베트남 등 직원들의 국적이 다양하다. 2012년 설립 당시 연구진 인력 4명으로 시작한 유라이크코리아에는 현재 60명이 몸담고 있다. 이들은 연구진, 하드웨어팀, 소프트웨어팀, AI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투자와 관련해서는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보안이 중요했기 때문에 기업 노하우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외부 투자는 지양했다”며 “특허를 확보하고 가치를 인정받기 전까지 친인척에게 자금을 빌리는 식으로 자금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서비스를 론칭하는 시점에서 규모 확대, 판로 개척, 추가 기술개발을 위해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시리즈A 단계다.“최근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갖고 인수·합병 제안이 많이 와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가 직접 해야 양질의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믿어요. 우리는 이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 김희진 대표 약력 - 이화여대 컴퓨터공학 박사, 유라이크코리아 설립자 겸 대표-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