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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금과 감액 청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상대방 중 어느 하나가 먼저 계약을 깨면 위약금을 물기 마련이다. 물론 계약서에 위약금 약정이 있다면 손쉽게 풀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위약금이 적절한지, 위약금보다 실제 손해액이 더 크다면, 아예 약정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약금 약정은 가맹점계약, 물품공급계약, 부동산매매계약, 임대차계약 등 다양한 계약에서 활용된다. 특히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많이 활용된다. 위약금 약정이 있는 계약의 경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예를 들어 A가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B에게 매도하고자 한다. A의 아파트에는 임차인 O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거주하고 있다. A는 B와 매매계약 시 잔금일까지 임차인 O를 내보내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계약 체결 후 A가 임차인 O에게 임대차기간 만료시 아파트를 인도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임대차 갱신거절 통지를 했다. A는 매매계약 잔금일을 임대차기간 만료일과 동일한 날로 정해서 매매 잔금으로 보증금을 돌려주고 임차인을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B는 아파트를 매수한 후에도 본인은 원래 살던 주택에서 계속해서 살고자 한다. A로부터 매수하는 아파트는 새로운 임차인 N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기존 임차인보다 높은 차임을 받으려고 계획했다. 이에 따라 B는 아파트 매매 잔금일 다음 날을 임대차계약 잔금일로 정하여 N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A와 B 간 아파트 매매계약 시 그 내용으로 어느 일방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종료할 수 있고, 위약한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계약금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해놓았다. B는 N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의 위약금 약정은 하지 않았다.

한편 기존 임차인 O는 계약만기가 다가옴에 따라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려고 전셋집을 알아보았으나 비슷한 조건의 집을 구하기가 힘들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만기가 되어서도 못 나가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한 달 정도 계속되자 아파트를 인도받지 못한 B는 A와의 계약을 파기했고, B와 계약을 체결한 N도 아파트로 이사 가지 못하게 되자 B와의 임대차계약을 파기했다.

위약금을 약정했다면 실제 손해액보다 우선

위의 경우 위약금 약정이 있고 없고에 따라 당사자의 입증책임은 어떻게 달라질까.

계약을 진행하다 보면 위약금을 정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보통 매매계약 시 매도인 또는 매수인의 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된 경우,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위약한 경우에는 계약금을 몰수당하고, 매도인이 위약한 경우에는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기로 약정한다고 규정하여 위약금 약정을 한다. 실제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은 경우라도 당연히 실제 손해액만큼 감액되지는 않는다. 또 실제 손해액이 많은 경우라도 예정액을 증액 청구할 수는 없다.

사례에서 B는 A의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B는 계약이 해제됨으로써 실제 입은 손해가 얼마인지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 위약금 약정을 하지 않은 N의 경우 계약을 위반한 B의 책임을 물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실제 손해액이 얼마인지를 N이 입증해야 한다.

그렇다면 A의 입장에서 위약금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감액 청구는 가능할까.

계약불이행에 따른 실제 손해가 위약금보다 적거나 없는 경우 등 위약금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을 청구해볼 수는 있다. 물론 청구하지 않더라도 위약금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법원에서 직권으로 감액할 수도 있다. 여기서 부당하게 과다한지 아닌지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 관행과 경제 상태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게 된다.

이 경우 판례는 실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손해액의 크기를 참작하여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지 않은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면서 실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심리, 확정할 필요는 없으나, 기록상 실제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을 알 수 있는 경우 이를 그 예정액과 대비하여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보면 매도인인 A 입장에서는 실제 발생한 손해액에 비하여 위약금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라면 실제 손해액이 적다는 사실 또는 그 추정치를 제출하여 위약금의 감액 여부를 다투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약금을 정해놓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예상할 수 없는 특별한 손해, 즉 특별손해가 발생한 경우라도 위약금만 지급하면 모든 손해가 배상되는가.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손해의 발생 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의 곤란을 덜고자 하는 등의 목적으로 규정된 것이다. 따라서 채권자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초과 부분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 여기서 통상손해란 특별한 사정 없이 그 종류의 채무를 불이행하면 사회 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한다. 이와 달리 특별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 당사자들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한다. 위 사례에서 위약금을 정한 매매계약의 경우 A는 B에게 위약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손해배상 의무를 다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추정되는 위약금 약정을 한 경우 채권자는 손해 발생 사실과 손해액에 대해 입증할 필요 없이 위약금으로 정해진 금액을 몰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지만, 초과 손해가 발생하는 등의 경우에는 오히려 실제 손해보다 더 적은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받게 될 수도 있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초과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과다하게 많은 위약금을 정해놓은 경우 그 액수가 부당하게 과다함을 다투어 감액을 받을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매매계약 당사자는 위약금을 정할 때 위약금의 역할이 어떠한지를 알고 그 액수 등을 계약에 반영하는 것이 좋다. 추후 분쟁 발생 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서다. 손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거나 예정액보다 적은 경우 감액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 곽종규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변호사

202005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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