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상속·증여된 ‘꼬마빌딩’, 건축물이 없는 대지를 대상으로 감정평가를 하겠다고 한다. 비주거용 부동산을 증여할 계획이 있다면 뜻하지 않은 세금 추징을 막기 위해서라도 예상감정가(탁상감정)를 미리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 시내에 3층짜리 작은 상업용 건물을 보유하고 있던 김모씨는 최근 이 건물을 자녀에게 증여했다. 물어물어 증여세 신고를 마치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국세청으로부터 우편물 한 통이 배달되었다. 국세청이 보낸 우편물의 제목은 ‘증여재산에 대한 감정평가 실시 안내서’였다. 증여 재산을 감정해보겠다는 것이다.국세청 감정평가액으로 상속·증여세 결정국세청은 지난 1월 상속·증여된 비주거용 부동산(국세청장이 기준시가를 고시하는 오피스텔 및 일정 규모(3000㎡ 또는 100호) 이상의 상업용 건물 제외)과 지목이 ‘대지’로서 지상에 건축물이 없는 토지를 대상으로, 신고가액이 시가와 차이가 큰 경우 둘 이상의 감정 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감정평가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상속·증여세는 과세관청에 의하여 세액이 결정되는 세목이다. 납세자의 상속·증여세 신고는 과세행정에 대한 ‘협력’인 셈이다. 과세관청이 세액 결정 과정에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재산평가심의위원회가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기로 결정하면, 납세자는 당초 신고한 가액과의 차이에 대한 상속·증여세를 더 부담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초 적게 신고한 것에 대한 가산세는 물리지 않고, 감정 수수료도 국세청이 부담한다.상속·증여세는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이하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時價)’에 부과된다. 시가란, 개념상 유사한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격을 말한다. 부동산의 경우, 평가기간(상속의 경우에는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증여의 경우에는 증여일 전 6개월과 후 3개월) 내의 매매가액, 감정평가액, 공매가액 등이 시가로 인정된다. 예외적으로, 납세자나 과세관청의 신청이 있으면,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평가기준일 전 2년 내 또는 평가기간 후 법정결정기한 내의 매매가액, 감정평가액, 공매가액 등도 시가로 인정될 수 있다. 법정결정기한은 과세관청이 납세자의 신고를 기초로 상속·증여세액을 확정하는 시한으로, 상속·증여세 신고기한(평가기간 종료일과 동일함)부터 상속은 9개월, 증여는 6개월까지다.아파트·오피스텔 등은 유사한 물건이 많고 비교적 빈번하게 거래되고 있어 시가를 확인하기 쉬운 편이다. 반면에, 비주거용 부동산, 특히 ‘꼬마빌딩’이라고 불리는 소형 건물은 물건 고유의 개별적 특성이 강해서 이와 비교할 유사한 물건이 거의 없고 거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적정한 값어치를 매기기가 어렵다. 이에 차선책으로 토지의 개별공시지가에 건물 가격을 더하는 방식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토지의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50~60%대에 머물러 있다 보니, 다른 유형의 부동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결과적으로 세 부담이 적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지적되어왔다. 이번에 발표한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은 부동산 보유자 간 과세형평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모든 비주거용 부동산이 감정평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국세청은 ‘상속·증여된 비주거용 부동산으로서 시가와 신고가액의 차이가 큰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또 고가라고 해서 다 감정평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차이가 얼마나 나야 감정평가 대상이 되는지는 조세 회피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공개하지 않았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증여를 계획하고 있는 경우 기준시가로 신고해도 되는지 감정평가를 해야 하는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기준시가로 신고하자니 나중에 감정평가액으로 추징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고, 그렇다고 감정평가를 하자니 당장 증여세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감정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비주거용 부동산을 증여할 계획이라면, 예상감정가(탁상감정)를 받아 기준시가와 비교해볼 수 있다. 예상 감정가가 항상 정식감정가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감정가와 기준시가의 차이가 크다면, 예상감정가를 기준으로 한 증여세액을 산정해보고 그에 따라 증여의 시기, 규모 등을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 감정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미리 정식감정을 받아 추후의 세금 추징 위험을 방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유경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