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하이네켄의 기업승계 비결 

 

세계적인 맥주회사인 하이네켄(Heineken)은 1864년 네덜란드에서 ‘제라드 하이네켄(Gerald Heineken)’이 한 맥주 양조장을 인수하며 시작됐다. 올해로 156년의 기업 역사를 갖고 있는 하이네켄은 2019년 말 기준으로 매출액 285억2100만 유로, 직원 수 8만5853명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이네켄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사업회사 그룹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주회사는 하이네켄홀딩주식회사(Heineken Holding N.V.)이며 사업회사는 하이네켄 주식회사(Heineken N.V.)다. 사업회사 하이네켄 산하에 전 세계 생산 및 판매 자회사들이 편재돼 있다. 하이네켄홀딩이 하이네켄 주식의 50.005%를 소유하고 있으며, 하이네켄홀딩 및 하이네켄 모두 네덜란드 증시에 상장돼 있다. 또 주식예탁증서 형태로 뉴욕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하이네켄홀딩 주식의 52.599%는 라르슈그린주식회사(L’Arche Green N.V.)가 보유하고 있고 라르슈그린 지분의 88.86%는 하이네켄 가족이 보유하고 있다. 하이네켄그룹에 대한 하이네켄 가문의 직접적인 지배력은 23.37%(=50.005×52.599×88.86)지만, 다층적 지주회사가 보유한 단계별 의결권의 과반 이상을 보유하는 구조를 통해 하이네켄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하이네켄은 창업자 제라드 이후 4대에 걸쳐 기업승계가 이뤄졌다. 현재는 5세대로의 기업승계 계획을 준비 중이다. 하이네켄 가문은 자손이 적은 편이어서 승계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1세대 제라드는 외아들 헨리(Henry)에게 회사를 물려줬다. 2세대 헨리는 23년간 회장으로 회사를 경영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자금 압박으로 회사 지분 상당 부분을 매각해 과반 지분을 상실하기도 했다. 3세대 알프레드는 18세부터 하이네켄 양조장에서 보릿자루를 나르는 일부터 시작하여 회사 운영에 참여했다. 1954년 하이네켄홀딩을 설립하고 자금을 조달하여 하이네켄 과반 지분을 확보해 지배권을 회복하는 등 현재의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이후 알프레드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하이네켄을 세계적인 맥주회사로 성장시켰다.

1983년에 알프레드는 돈을 노린 괴한들에게 21일간 납치되는 일을 겪고 난 이후 자신의 무남독녀인 찰린(Charlene de Carvalho Heineken)을 보호하겠다는 뜻에서 딸을 일체 회사 경영에 관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알프레드는 그녀의 자녀 5명 중에서 뛰어난 이들이 회사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은행가의 아내이자 다섯 자녀를 둔 찰린에게 지분을 넘기는 승계 작업을 실행했다. 알프레드는 2002년 사망하기 이전에 주요 기업승계 작업을 마치고 찰린에게 지분을 이전했다.

4세대 찰린은 1983년 마이클 데 카르발류(Michel de Carvalho)와 결혼했다. 남편 마이클은 하버드 경영대를 졸업한 수재이자 영국 국가대표 스키선수, 영화배우 등 화려한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찰린과 결혼한 후 런던에 살면서 은행가로 성공했다. 찰린이 하이네켄의 유일한 상속녀였지만 이 부부는 가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찰린은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경영 분야에는 관심이 없었다. 1988년 하이네켄홀딩의 이사회 멤버로 임명되고 부친이 지분을 상속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계속 듣기는 했지만 경영 수업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였다. 찰린은 2002년 지분상속으로 하이네켄의 지배주주가 되고 난 이후 당시 골드만삭스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남편과 함께 본격적으로 하이네켄 경영에 관여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새로운 전문경영인으로 ‘장 프랑수아 반 복스미어(Jean-Francois van Boxmeer)’를 내부에서 발탁해 임명한 것이었다. 통상적인 기업 운영은 철저하게 전문경영인에게 맡겼지만 M&A 결정 및 경영진 인사 등 핵심 의사결정은 남편과 함께 실행했다. 찰린은 경험 부족에 대한 세간의 불안을 불식하고 부친 알프레드 시절보다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고 있다. 현재 찰린과 마이클은 모두 하이네켄홀딩의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으며 마이클은 사업회사 하이네켄의 이사회에도 참여하면서 하이네켄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이네켄의 기업승계 핵심은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를 통한 안정적 지배구조 구축과 이에 기반한 안정적 경영권 승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952년 3세대 알프레드가 지주회사인 하이네켄홀딩을 설립하여 하이네켄의 과반 지분을 확보한 이후, 1973년에는 자신이 보유한 하이네켄홀딩 지분의 대부분을 관리할 또 다른 지주회사인 라르슈홀딩(L’Arche Holding S.A)을 스위스에 설립했다. 그리고 기업승계는 라르슈홀딩에 대한 자신의 지분을 찰린에게 상속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를 통해 알프레드는 하이네켄에 대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상속세 부담도 덜었다. 즉, 각 단계에서 5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지분 보유로 지배력은 유지되나, 산술적 의미에서의 직접적인 보유 지분율은 20%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상속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또 지주회사 지분에 대한 평가와 사업회사 지분에 대한 평가의 차이(대부분 지주회사 지분이 사업회사 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경향이 높음)로 인해 지주회사를 통한 경영권 승계가 상속세 부담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00년에 하이네켄홀딩의 지분 가치가 하이네켄의 지분가치보다 36% 정도 저평가됐고, 이에 대해 일부 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알프레드는 공익재단을 설립해 상속세를 절감하려는 노력도 실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익재단을 설립해 라르슈홀딩 관련 지분의 일부를 공익재단에 귀속하고 상속세 부담을 크게 경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인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익재단에 출연함으로써 상속세 납부를 위한 지분매각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지배력도 전혀 훼손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이네켄 가문은 대표적인 공익재단인 알프레드 하이네켄 재단을 비롯하여 현재 총 7개 공익재단을 통해 예술, 의학, 역사, 환경과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학술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찰린과 마이클 부부는 하이네켄그룹의 경영진 및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해 성인으로 성장한 다섯 자녀 중에서 경영을 승계할 적임자를 선택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이미 2013년에 찰린의 5남매 중 장남인 알렉산더(Alexander)가 하이네켄홀딩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2014년부터는 마틴 젠킨스(Martin Jenkins)라는 기업승계 컨설턴트를 고용해 5세대로의 기업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202006호 (2020.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