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쓰레기와 싸워 이기는 방법 

 

1972년 국제사회가 지구 환경보전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며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날로 정했다. 그 후 48년이 지났고 우리는 아마도 매년 사상 최악으로 더러운 지구에서 살고 있음은 다들 알 것이다.

16살 환경운동가 크레타 툰베리가 2019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만큼 환경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되었다. 어떤 회사와 프로젝트 미팅을 하더라도 친환경 관련 요청은 빠지지 않는다.

‘쓰레기.’ 이게 친환경의 주적이며 주범이다. 일주일에 두 번 분리배출하는 날이면 나도 양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비우러 간다. 수도권에서만 덤프트럭 800대 분량의 쓰레기가 매일 나오고 있어 인천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는 예상보다 빨리 채워지고 있다. 2025년이면 더는 수도권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4년 반 남았다. 서울 사람들 진짜 큰일 났다. 대체 쓰레기는 왜 그리도 많이 나오는가? 일회용품이 너무 편리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택배 서비스나 배달 음식은 정말 쉽고 간편하다. 일회용 포장 용기는 언텍트 시대에 그렇게 ‘큰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친환경 텀블러 디자인 프로젝트에 자문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친환경 에코백, 텀블러 등은 이미 5~6개씩 가지고 있고 잘 쓰지도 않아 집에 처박혀 있다는 것이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은 문제로 발견됐다. 예쁜 쓰레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와중에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쓰레기 재활용 비율은 59%, 전 세계에서 2위로 (1위 독일 65%) 아주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친환경이 겸연쩍고 막연하기만 하다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쓰레기와 싸우는 것’이다. 내가 쓰레기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래오래 쓰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물건을 오래오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일회용품이 100회용품쯤은 될 수 있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난해 뮌헨에 갔을때 1회용품은 아예 제공하지 않는 ‘zero waste shop’이 참 인상적이었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만든 매장인데, 손님들이 다양한 용기를 집에서 가져와 세제, 각종 생활용품, 식재료 등을 담아 갔다.

용기를 들고 다녀야 하는 그 귀찮은 일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며 주섬주섬 담아 가는 모습은 충격적이었고 멋있기까지 했다.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 오래 쓰는 제품을 만들자.

얼마 전 6월 5일 환경의날에 로우로우는 매장에서 모든 쇼핑백을 없애고 분리수거함으로 쓸 수 있는 큰 가방을 제공했다. 모든 동료와 그날 업무를 제끼고 홍대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웠고 택배 박스는 안에 내용물에 문제가 없다면 모두 재사용하고 있다. 물건을 만들었으면 끝까지 책임지자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판매된 모든 제품에 일생워런티를 제공하기로 했다. 패션업계에선 상당히 부담스럽고 도전적인 미션인 품질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책임이든 마케팅용이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친환경 활동이라 그냥 하기로 했다.

-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202007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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