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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20)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 

부동산 카르텔 무너뜨린 프롭테크의 리더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사무용(B2B) 부동산 시장에 메기가 나타났다. 컨설팅회사 출신인 이용균(38) 알스퀘어 대표는 수십 년간 대기업들이 독점해온 사무용 부동산 정보를 하나하나 모아가며 ‘프롭테크’ 업계 리더로서 시장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알스퀘어 사무실에서 만난 이용균 대표.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신사옥 이전 소식이 B2B부동산 중개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 SM, YG, JYP 등 국내 3대 기획사의 전체 영업이익을 뛰어넘은 빅히트는 2020년까지 4050억원을 사업 확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중 첫 번째 행보는 올해 말 완공되는 신축 건물 ‘용산 트레이더스’ 전체를 임차한 것이다. 총 26층(지하 7층, 지상 19층)짜리 신축 건물을 빅히트가 통째로 임차한다는 소식은 정부의 용산 개발 계획과 맞물려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빅히트에 이 매물을 찾아주고 계약까지 끌고 간 업체가 바로 알스퀘어다. 6만3133㎡에 달하는 이 공간은 알스퀘어의 단일 거래처 최대 계약 면적으로 기록됐다.

알스퀘어 플랫폼에는 10만여 개 빌딩 정보와 4만여 개 공실 정보가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이용균 대표는 2012년 지인으로부터 부동산다이렉트(2009년 설립)를 인수한 뒤 IT 기반의 상업용 부동산 스타트업으로 키워냈다. 사업 초기부터 직원들과 서울 방방곡곡을 발로 뛰며 전수조사로 구축한 빌딩 매물 데이터베이스(DB)와 이를 바탕으로 만든 국내 최초 사무용 부동산 정보 플랫폼은 모든 기업이 탐내는 자산이 됐다. KB인베스트먼트, 카카오M,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운영하는 펍지주식회사, 무신사 스튜디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퍼블리카 등 2만여 개에 달하는 회사들이 알스퀘어를 통해 사무실을 마련했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이용균 대표를 만나 알스퀘어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최근 공유오피스, 공인중개사 앱 등 ‘프롭테크’ 분야가 뜨고 있다. 프롭테크와 알스퀘어의 접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프롭테크(PropTech)라는 용어가 사용된 지는 10여 년이 채 안 된 것 같다. 부동산 시장에 IT가 접목되면서 기존에 없던 사업 모델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은 상업용, 주거용, 사무용으로 나뉘는데 알스퀘어는 사무용 부동산을 다루는 회사다. 임대차에 필요한 사무용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고 중개 및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용역 수수료를 받는다. 이 밖에 가구 판매, 인테리어 서비스도 주요 수익원이다.

국내 프롭테크 회사들을 보면 주거용 부동산을 다루는 곳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무용 부동산에 뛰어든 이유는.

기업간거래(B2B)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이 높고 시장 규모가 크다.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면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다. 사업 초기에 네이버 등 포털 서비스가 주거용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해지기도 했고,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변화에 유연한 성격이 아니라서 긴 호흡으로 갈 수 있는 사무용 부동산 쪽을 선택했다.

부동산 시장은 그 중요성에 비해 굉장히 폐쇄적이다. 시장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사무용 부동산은 주거용과 달리 공공 데이터도 제한적이고 정보가 오프라인에서 파편화되어 있다. 그래서 정보 수집과 관리가 중요하다.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공실과 건물주 정보를 발로 뛰며 수집해 왔다. 이 정도로 관리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만약 우리가 모으기만 한다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현재 알스퀘어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현재 임직원 300여 명 중 70명가량이 오프라인 정보 수집을 위해 매일 현장을 돌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구할 수 없는 실질적인 정보 수집을 위해 지난 5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았다.

2006년 컨설팅 회사인 부즈앨런앤드해밀턴에 입사한 뒤 6년간 컨설팅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창업에 어떤 도움이 됐나.

컨설팅 회사의 주 고객이 대기업이고, 그들의 의사결정에 제언 활동을 하면서 배운 게 많다. 대기업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결정상 고민해야 하는 여러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사업 모델을 선택하는 과정, 시장의 경쟁 강도, 타깃 고객 설정, 핵심 역량 파악 등 모두 과거 트레이닝 덕을 봤다.

본엔젤스,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야후재팬캐피탈 등에서 158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들이 평가한 알스퀘어의 가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투자자들이 보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충분한 시장 규모,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 팀의 역량이다. 부동산은 조 단위의 큰 시장이고, 부동산 중개업은 100년 전부터 지속돼온 사업 모델이다. 기술 혁신이나 변화와 상관없이 계속 필요한 서비스다. 그래서 관건은 팀의 실행력이었다. 우리 팀이 대단한 스킬을 보유한 건 아니었지만, 많은 시행착오 끝에 빠르게 전문성을 확보했고 고객에게 이를 어필할 수 있었던 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알스퀘어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공간을 다루는 사업이다. 우리가 사고, 팔고, 빌리고, 대여해주는 공간을 고객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회사의 가치가 달라진다. 고객의 시간과 비용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공간을 찾고 꾸밀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다.

알스퀘어만의 독특한 DNA가 있다면.

투명성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문화에 가치를 둔다. 다른 부동산 회사들과 달리 우리는 모든 정보를 시스템에 기록해 공유한다. 투명한 정보 공유는 회사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투명성이 양날의 검이 되진 않는지 궁금하다. 내부 정보를 갖고 경쟁사에 이직하거나 부수입을 얻으려는 리스크가 있을 것 같은데.

대다수 경쟁사가 정보의 갈취 이슈, 회사의 핵심 자산 이탈 같은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정보를 공개하지 못한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정보가 단절되어 있는 것보다 공개되어 있을 때 우리를 더 신뢰할 수 있다. IT 기술을 강화하면서 내부 정보 관리가 용이해진 면도 있다. 정보 활동 패턴이 이상해지면 관리자들이 보안을 강화한다.

상호 신뢰가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맞다. 친밀도를 바탕으로 한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스킨십을 자주 갖는다. 부동산업은 영업이 기본이라 업무 강도가 세고, 단순히 돈을 위해서 일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대다수 경쟁 부동산 업체가 기본급이 없거나 굉장히 낮은 대신 계약 건당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사람이 돈만 좇게 된다. 우리는 월급 이외에도 직원들이 회사에서 성장하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고객들의 재거래율이 80% 이상이라고 들었다. 고객 만족도가 높은 비결이 있나.

B2B 사업에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은 기존 고객의 추천이다. 그래서 고객 만족도 관리가 모든 업무 중에서 일순위다. 수수료를 일반 부동산 거래 대비 50% 이상 저렴하게 설정한 것도 고객 만족도를 위해서다. 많은 부동산 업체가 매출 공헌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데 우리는 계약 건수, 계약 규모보다 고객 만족도를 가장 높게 친다. 매출 공헌도만 따지만 모두가 큰 계약만 따내려고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곳을 간과한다. 그러나 결국엔 작은 회사가 큰 기업이 된다. 핵심성과지표(KPI)로 고객 만족도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고객 만족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하나.

고객 중요도는 A·B·C·D등급으로 나누는데, 이전 빈도수가 높고 규모가 크면 A등급으로 치고 두 달에 한 번 체크한다. 규모가 작은 D등급도 6개월에 한 번 체크한다. 이렇게 2만 개 회사를 관리하고 있고, 매물 관리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주기로 공실을 확인한다. 직원 한 명이 하루 평균 100~150통 정도 전화를 돌린다.

알스퀘어의 기업문화


지난 10년간 한국 B2B 부동산 시장 지형도는 큰 변화 없이 지속돼왔는데.

B2B 부동산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중개 패턴의 변화 없이 고속 성장하다가 안정기로 접어든 상황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 외국계 부동산 자산관리사 4곳(Savills, CBRE, C&W, JLL)이 국내에 진출했다. 이후 부동산 자산운용업이 활성화되고, 보험사와 증권사들의 대체투자 시장이 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일하는 방식 자체는 10~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 개 업체가 대형 건물들을 카르텔처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도 신영에셋, 에스원, 서브원, 메이트플러스, 젠스타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은 큰 건물 위주로 계약하기 때문에 매출 규모가 크지만, 계약 건수나 면적으로 보면 우리가 각각 10배, 5배 크다.

이 시장에서 알스퀘어의 입지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여 년간 몇몇 대규모 업체가 경쟁하던 사무용 부동산 시장에 인력도, 노하우도 없던 스타트업이 메이저 플레이어로 발돋움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시장에 새로운 자극이 되면서 고객들의 이용 패턴이 바뀌고, 기존 업체들도 변하고 있다. 서비스를 상향 표준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온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경우, 아직까지도 허위 매물이 많고, 부동산 업자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한다. 사무용 부동산의 경우 정확한 데이터를 예전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

조직문화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선호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2012년에 부동산다이렉트를 인수할 때는 직원이 2명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325명으로 늘었다. 수주 사업이다 보니 10% 가능성만 있어도 영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경쟁에서 싸워서 이기겠다는 절실함,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요시한다. 운동선수, 해병대 출신이 많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돈만 좇지 않게 하는 문화는 어떻게 만드나.

돈으로 살 수 없는 다양한 경험과 성장 사다리를 제공하려 한다. 부동산 업계 종사자는 보통 5년 차나 10년 차나 하는 일이 같다. 우리는 세일즈 안에서도 대기업 자산운용사를 관리하는 팀부터 소규모 업체까지 구분되어 있고, 임차대행, 임대대행, 매입매각, 물류창고 관리, 인테리어, 리모델링 등 스타트업이라 보직 이동이 자유롭다.

앞으로 회사의 성장 방향은.

서비스 지역과 고객,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확장해나가고 있다. 임차대행만 하다가 지난해부터 임대대행 업무도 시작했다. 건물주를 대신해 건물 20여 개를 관리한다. 임대인과 임차인 정보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역량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건물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사업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분야라 직접 나섰다. 국내 빌딩의 60% 이상은 지은 지 2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다. 갈수록 가치를 올리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다. (지난해 알스퀘어의 매출액 570억원 가운데 470억원이 인테리어 사업에서 나왔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수주 기준으로 700억~800억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물리적인 공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호황기나 불황기를 불문하고 사무실 이전 수요는 항상 있다. 20~30년 전에도 IT와 통신 기술의 발달로 많은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사무실 수요가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1인당 사용면적은 오히려 늘었다. 복지가 중요해지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라운지나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대면이 활성화돼도 오프라인 공간 수요는 꾸준할 것이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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