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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생존의 화두’된 디지털 전환, 월마트는 왜 틱톡에 눈독들였나 

인공지능 스피커가 인간의 언어를 인식해 음악을 들려준다. 스마트폰은 이미 통신을 넘어 금융, 오락, 교통, 커머스 등을 장악한 플랫폼이 됐다. 디지털화가 만들 미래는 이미 우리 머릿속 출발선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 디렉터는 이미 검색과 동영상 서비스, 온라인 커머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깊숙이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말이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미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우리 삶의 양상을 이전과는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스마트폰을 전화기로 정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금융, 교육, 오락, 커머스 등 삶 전반을 아우르는 디지털 디바이스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비단 개인의 삶뿐만 아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단순한 디지털 툴 활용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통용되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채용, 상품 개발, 제조방식, 마케팅이 디지털 경제에서 무용지물로 전락한 예가 허다하다.

미국 디지털 디자인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글로벌 현장에서 직접 겪은 디지털 대전환 사례와 이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을 펴냈다. 포브스코리아에 ‘이상인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연재하고 있는 이 디렉터는 현재 미국 시애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 시니어 디자인 매니저로서 디자인 랭귀지를 담당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의 최전선이자 퍼스트 무버(First Mover)들의 전쟁터에서 활약 중인 그에게 디지털 대전환의 의미와 미래를 물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시대의 화두다. 일각에선 실체가 모호하다거나 구호에 불과할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무엇이고, 어떤 양상으로 발전해갈지 궁금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디지털의 힘을 통해 더 나은 프로세스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비즈니스와 정부 조직 및 다양한 기관을 대상으로 한 B2B(Business to Business)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B2C(Business to Customer)에 걸쳐 다양한 영역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것, 즉 낙후된 디지털 솔루션의 개선 등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목적이다.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나 B2B 작업의 경우 대중이 직접 경험할 일이 많지 않아 실체가 모호해 보일 수도 있고, 효과를 직접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다면 손바닥 안에서 은행과 보험 업무를 처리하고 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이미 인공지능(AI) 기술이 동영상 추천이나 검색 결과 등 흔히 사용하는 기능에 적용된다. 우리는 가상·증강현실을 회사 업무나 교육 등에 활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생태계가 끊임없이 나오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화두는 생존이 됐고, 이 가운데 누가 더 빨리 디지털에 적응하는가가 성패를 좌우한다.

디지털화는 필연적으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디지털 소외’를 낳는다.

산업화 시대 농촌에서 도시로 몰렸던 노동자들은 기계의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이와 같이 앞으로 AI 기술이 발전하며 수많은 단순 반복 노동형 직업이 사라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며 굳이 현장에 사람이 나와 직접 일할 필요도 줄어든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자율주행기술 발달로 화물트럭 운전자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한국에서도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있었다. 노동의 속성이 전방위적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사회적 논의와 행정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억지로 외면하거나 단순히 시장경제 논리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자라나는 미래의 직업인들에게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교육을, 현재의 실직자 혹은 위기 계층에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직업 재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또 지금이 국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어떤 계층에 얼마나 단계적으로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 디지털화로 소외받는 이들을 최소화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성공한 대표적인 비즈니스 사례가 궁금하다.

디지털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월마트와 스타벅스를 들 수 있다. 월마트는 아마존의 폭발적 성장을 마주하며 생존을 위해 오랫동안 매우 치밀하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해왔다. 오프라인 매장의 교환·환불 및 결제 과정의 디지털화뿐 아니라 완벽한 온라인 시스템 구축과 현재의 구독 모델 론칭까지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잘 활용한 신선식품 판매와 커브사이드 픽업(Curveside pickup)도 아마존 같은 온라인 기반 상거래 업체와의 경쟁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잘 적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 처리 시스템 통합 구축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런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해, 올해 2분기 월마트의 온라인 매출이 97%나 상승했다. 준비된 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사례다.

스타벅스도 디지털을 최우선으로 삼고 변화를 모색하는 그룹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케빈 존슨(Kevin Johnson)을 CEO로 영입한 후 디지털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은 디지털 전략의 선봉을 맡았다. 글로벌 요식업체 중 최초로 적용된 스타벅스 포인트 시스템은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벅스 앱의 결제 시스템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결제 수단 중 하나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스타벅스 매장의 커피머신에는 사물인터넷(IoT) 칩이 들어간다. 그 칩을 통해 커피와 그 커피를 소비하는 지역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스타벅스는 이제 커피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힘입어 스타벅스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와 활용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량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떨어진다.

기업의 디지털 체질 개선을 위해선 두 가지 측면이 중요하다. 하나는 노동집약적 접근이 아닌 시스템 중심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진의 디지털 인식 개선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하드웨어와 제조업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종종 단기간에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 개선보다 인간의 노동력을 과도하게 집약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방식은 소프트웨어적 사고가 중요한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당장 몇 명이 고생해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매뉴얼을 만들고 그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또 다른 측면은 경영진의 디지털 인식 개선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특히 경영진의 결정이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한국 기업의 특성상 이들이 어떤 현실 인식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디지털 솔루션 필요성을 고민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실무진이 디지털 솔루션을 강조하고 잘 구축한다고 해도, 경영진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한국 기업 중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눈여겨보는 사례가 있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적용은 아날로그의 디지털화를 넘어 기존 디지털 시스템을 더 나은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그런 의미에서 카카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디지털 플랫폼(검색포털, 메시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금융업, 택시,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도모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 방향이 검색 기반뿐 아니라 메시징 기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카카오가 지닌 인프라와 이를 바탕으로 한 여러 서비스의 적용은 상당히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토스의 금융 혁신도 인상적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진짜 대단한 것은 하나의 아이디어를 수많은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인데, 토스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공고했던 규제의 벽을 무너뜨리고 기존 은행권이 지닌 한계를 토스만의 사용자 중심 플랫폼 서비스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앞으로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얼마나 더 큰 성장을 거두게 될지 기대된다.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는 역으로 디지털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해주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개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거라 예상하나.

앞으로 우리는 물리적 거리가 재편된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당분간 감염병에 대한 우려와 국가 간 이동 규제로 해외여행은 어려워지고, 영화관이나 식당같이 실내에서 불특정 다수와 함께해야 하는 일들도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의 제약이 온라인에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온라인에서 여러 경험이 확충되는 시대로 전환될 거라 본다. 온라인 기반 협업 툴, 가상·증강현실 기술의 발전으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넘어 일자리와 도시 구조까지 변화하게 될 것이다. 오프라인 사무실의 중요성이 급격하게 떨어져 도심을 이루는 상업지구와 주변 상권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상업지구는 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바뀌게 되어 통근자들의 출퇴근 압박도 줄어들게 될 것이고, 사람들이 주거지를 고를 때 통근 거리보다 다른 기준을 상위 가치에 두게 될 것이다. 이렇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분산화는 지역적 분권화와 소규모 커뮤니티의 발달로 이어져 로컬 기반 소셜 플랫폼의 성장과 더욱 강하게 연계되리라 본다.

글로벌 기업들의 디지털화는 어떤 양상을 띠고 있나. 이들이 주도하는 디지털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현재 글로벌 IT 기업의 경우 클라우드와 AI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재편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시공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AI의 발전으로 효율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업종은 모두 다른 것 같지만 결국에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측면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선점하고자 하는 것은 세계 모든 기업과 플랫폼들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반 시설의 구축과 장악이다. 클라우드와 AI 기반 인프라가 완벽히 구축되고 나면 후발 사업자들이 그 시장을 탈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진입장벽이 그 어떤 비즈니스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과연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디지털 기반 시설에 투자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은 모두 2000년대 초반에 출발했다. 한국도 비슷한 시기 네이버, 카카오(다음) 등이 등장했는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어떤 이유에선가.

지금은 조금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과거 한국의 IT 기업(검색 혹은 소셜네트워크 등)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이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한국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벌 마인드세트의 문제다. 우선 플랫폼 시장에서는 ‘사용자 수가 깡패’라는 표현이 빈말이 아니다. 어떻게든 사용자를 늘려놓으면 수익화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 세계를 놓고 보면 인구가 많지 않기도 하고, 당시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지금과 같지 않았기 때문에 플랫폼 시장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란 쉽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불리며 한국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했던 싸이월드조차 해외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한국 시장에서마저 싸이월드가 사라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시 현지화는 많은 한국 기업의 숙제였는데, 삼성 같은 한국 최고의 기업도 방향성을 제대로 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요즘 기업들은 이런 부분에서도 과거에 비해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다. 특히 배달의민족의 B급 마케팅 해외 성공 사례나 메시징 플랫폼 라인(Line)의 아시아 지역 장악 등이 좋은 예다. 지금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런 면에서 보면 머지않아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세계 일류 기업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상인 디렉터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에 디지털화의 의미와 현재, 미래 전망을 담았다.
가상·증강현실,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디지털화의 핵심 기반 기술의 가치와 향후 성장성은 어느 정도인가.

이러한 핵심 기반 기술에 대한 설명을 책에 담은 이유는 이 기술들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현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미 AI는 우리가 의식 혹은 무의식중에 매일 사용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검색을 하나 하더라도 그 안에 내 프로필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결과를 AI가 도출해낸다. 유튜브 영상만 해도 AI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트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그리고 AI 기반 자율주행도 이미 3단계(운전자의 감시하에 도심과 고속도로를 안전하게 주행)까지 상용화가 진행된 상태다. 앞으로 2023년까지 전 세계 2% 인구가 가상·증강현실 기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관련 콘텐트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게 될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전 세계의 데이터 보관 창고를 넘어 글로벌 컴퓨터로 역할이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만 하면 클라우드 기술이 프로세싱까지 처리하기 때문에 비싸고 무거운 프로세스 칩을 장착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인지는 어쩌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시대에선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언급한 우버와 대한항공, 라임바이크와 테슬라의 경쟁이 흥미롭다. 업종과 서비스,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는 무한 경쟁에서 기업의 디지털화는 어떤 의미를 갖나.

업종과 서비스를 가리지 않는 무한 경쟁의 예는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큰 이슈가 되었던 동영상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틱톡(TikTok)의 인수전에 유통업 최강자인 월마트(Walmart)가 뛰어든 사례가 있다. 특히 기술 발달로 동종 혹은 유사 업계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져간다. 자율주행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자동차 회사는 자가 차량을 판매하는 단계에서 점점 AI 주행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로 바뀌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이 완벽해진 시점에선 자가 차량을 소유하려는 수요는 줄어들고, 구독 모델 기반 차량 사용이 늘어나 도심의 주차 공간 마련 및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엔 도심 건물주의 비즈니스 경쟁 상대가 AI 기반 차량 임대업자가 될 수도 있다. 기업이 이처럼 수시로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유연한 대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지 않는다면, 환경이 바뀌었을 때 도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모바일과 웹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이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삶은 제조업을 벗어나 디지털로만 영위할 수는 없다. 각국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더불어 ‘제조업 르네상스’를 강조하고 있는데, 둘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디지털과 제조업을 다른 카테고리로 구분하기보다는 융합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온라인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자동차 업계의 주류를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스마트 자동차로 업그레이드한 테슬라가 좋은 예다. 현재 IT 시장에서 웹과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나 플랫폼 비즈니스가 큰 장악력을 보이지만, 그들의 한계는 오프라인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도 그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점점 오프라인과 하드웨어 쪽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스토어, 구글의 스마트폰과 스마트 스피커 같은 하드웨어 사업 확장 등이 좋은 예다. 특히 이제는 모든 것이 사물인터넷(IoT)의 범주에 들어간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주된 목적 중 하나다. 한국의 뛰어난 제조업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지털 DNA를 이식한다면 지금의 변화는 엄청난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수준 높은 제조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정평이 나 있다. 삼성이나 엘지 같은 기업에서 내놓는 사물인터넷 가전제품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한 선두 주자다. 윈도, 오피스에 이어 현재의 다이나믹스(CRM)와 팀즈(업무용 메시징)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을 통한 효과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춘 회사다. 그리고 이를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인프라스트럭처 위에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관련된 인프라부터 적용까지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의 단순 보관 및 전송뿐 아니라 프로세싱까지 모두 클라우드로 진행하고 템플릿화된 비즈니스 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용자가 자체 데이터센터와 엔지니어링팀 없이도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게 돕는다. 게다가 팀즈 메시징과 오피스를 필두로 비즈니스와 모든 것을 빠르게 연결하는 시스템을 통해 온오프라인 간 경계를 허문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디지털화에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이며, 기업은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디자인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중요한 이유는 선적인 속성 때문이다. 디자인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 심지어 기술과 기술을 이어주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다. 디자인은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해준다. 이를 통해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프로덕트를 빛나게 만들어주는 차이가 디자인의 가치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들의 충성도는 기업의 네임밸류보다는 그 서비스가 얼마나 사용자 친화적인가에 달려 있다.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고객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이제는 스토리텔링이 기업의 가치 확립에서 중요 요소다. 기능과 디자인이 모두 경쟁사와 대동소이하다면 결국에 사용자들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인가를 주시한다.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에 있어 디자인의 한 요소인 브랜딩은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기업이 디자인의 중요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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