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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그테크 파워(2) 한국형 스마트팜] 김창근 컬티랩스 대표 

식물의 관상을 보는 스마트팜 

충남 태안에 1만㎡ 규모의 스마트팜이 들어섰다. 태안군과 서부발전, 컬티랩스가 손잡고 만든 대규모 온실 재배동이다. 실험 단지인 줄 알았는데 지난해 토마토 농사가 풍작을 거둬 국내 토마토 대란을 잠재우는 데 일조했다. 작물 관상을 살펴 생육 데이터를 분석하는 컬티랩스만의 기술이 한몫했다.

▎김창근 대표는 “한국 토마토 온실 농가에서 평균적으로 3.3㎡(1평)당 60㎏ 정도를 생산하는데 컬티랩스 스마트팜에서는 140㎏을 생산한다”며 “기존 스마트팜 인프라 활용력을 높이고, 경험 기반의 농업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재배를 추구하면서 생산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토마토 대란이 일어났다. 롯데리아와 버거킹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는 한동안 토마토 없는 메뉴를 제공했다. 여름 이상기후와 태풍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토마토 수급이 어려워졌고, 평소 도매가 2만원이던 10㎏ 토마토 한 박스가 6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과 함께 작황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토마토를 조기 출하하면서 상황은 나아졌지만, 수급이 꼬이면 언제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생산성 혁신은 농업 분야에서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국 토마토 온실 농가에서 평균적으로 3.3㎡(1평)당 60㎏ 정도를 생산합니다. 이것도 관록이 있는 농부가 생산해낼 수 있는 양입니다. 스마트팜을 도입한 곳에선 100㎏ 정도로 뜁니다. 하지만 스마트팜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네덜란드에서는 200㎏을 생산합니다. 같은 외산 장비를 썼음에도 생산량이 두 배나 차이 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컬티랩스부설연구소에서 만난 김창근(60) 대표는 토마토 사태를 두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장비부터 방식까지 네덜란드 스마트팜을 그대로 본따 만든 곳에 주목했다”며 “외산 기기를 쓰다 보니 활용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데이터보다 경험 기반의 농업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 컬티랩스는 충남 태안군 원북면 간척지에 세운 1만㎡(약 3000여 평) 규모의 스마트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요 작물은 토마토. 이미 350톤 정도의 토마토를 생산해 GS리테일 등 주요 유통사업자에 납품했다.

이 성과는 컬티랩스 곁에 선 민관의 힘이 컸다. 컬티랩스가 운영하는 스마트팜은 태안군과 서부발전이 지원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출자해 만들었다. 컬티랩스는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술 창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함께 추진하는 농식품 기술창업 액셀러레이터 육성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단순히 토마토 수확량을 늘렸기에 컬티랩스가 주목받은 건 아니다. 컬티랩스는 스마트팜의 환경을 제어하는 솔루션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생육 측정·분석 솔루션(KIST 기술출자), 복합 환경제어 솔루션(ETRI 기술이전), 스마트 관수 솔루션(KIST 기술이전) 등을 보유 중이다. 특히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생육 정보를 측정·분석하고 재배·생산·유통 등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플랫폼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 데이터를 처리·가공하는 ‘컬티 그로스’, 스마트팜 재배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분석하는 ‘컬티 데이터’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순(耳順)의 나이에 한국 어그테크 분야에 뛰어든 김 대표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국가 과학기술연구회에서 출발한 스마트팜


▎컬티랩스는 충남 태안군 원북면 간척지에 세운 1만㎡(약 3000여 평) 규모의 스마트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요 작물은 토마토. 이미 350톤 정도의 토마토를 생산해 GS리테일 등 주요 유통사업자에 납품했다. 사진은 컬티랩스 스마트팜 전경.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국책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려다 컬티랩스 대표까지 맡게 됐다. 2017년부터 KIST에서 기술 사업화 자문에 응했다. 당시 그곳에서는 국가 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SFS 융합연구단’에서 스마트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현재 컬티랩스가 보유한 솔루션 관련 특허 8건과 자체 상표등록 3건도 여기서 비롯됐다. 기술개발이 완료됐을 때 그냥 두면 사장될 것 같았다. 국책 연구기관이다 보니 담당자가 교체될 수 있고, 정책이 바뀌면 애써 개발한 기술이 사장될 수 있었다. 관련 기관 모두가 이에 공감했고, 차라리 기술 활용 사업체를 차리자고 결의했다.

원래 농업 분야에서 일했나.

그건 아니다. 2004년까지 삼성전자 임원으로 재직하며 신기술 사업과 마케팅을 전담했다. 그러다 정보통신부에서 민간 전문가를 도입하는, 요새 말하는 일종의 프로젝트 매니저(PM)를 선발할 때 관으로 넘어왔다. 2007년부터는 로봇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2017년 KIST에서 기술 사업화 자문을 맡은 배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문을 맡으면서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 기술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까만 고민하다 왜 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해야 하는지로 고민의 축이 옮겨갔다. 바로 식량문제였다. 관계 기관 전문가들이 모여 스마트팜을 연구한 계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컬티랩스를 이끌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봤다. 다수의 글로벌 연구기관은 2050년 92억 명에 달할 인구가 식량 위기를 피하려면 식량을 지금보다 60% 이상 더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뿐이라고 하기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어떤 움직임인가.

글로벌 IT 공룡이 적극적이다. 구글은 천연 식물성 원료 생산업체인 임파서블 푸드에 투자하고, 기후 데이터 분석 기업 웨더빌에도 투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종자 기업 몬산토와 공동으로 브라질 농업기업에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수직농장 스타트업인 플렌티에, 알리바바는 농촌전자상거래에 5년간 2조원을 투자했다. 결은 다소 다르지만, 어그테크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농업 생산량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그에 비해 한국은 훨씬 더뎌 보인다.

토마토 3.3㎡당 140㎏ 생산, 기존 두 배 이상


▎컬티랩스 스마트팜 실내 모습.
한국에도 스마트팜이라 불리는 시설이 꽤 많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 1세대 스마트팜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시설 자동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스마트기기로 온실장치를 원거리에서 제어하는 식이다. 하지만 생육 환경을 고민하지 않으면 하우스 농가에 리모컨 하나를 얹어준 것밖에는 안 된다. 컬티랩스가 추구하는 스마트팜은 재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최적의 모델링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중심에 데이터가 있다. 물론 당장 농가에 데이터를 활용하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컬티랩스가 실증 사업을 보급해 스마트팜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태안 스마트팜이 그 사례인가.

그렇다. 지자체인 태안군과 서부발전 산하 태안화력이 적극적으로 나서줬다. 두 기관은 이곳 농어민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었다. 간척지 특성상 농사짓기도 힘들기에 소득 증대에 보탤 뭔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스마트팜 단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태안군이 부지 선정과 관련 인허가를 맡고, 태안화력에서 폐열을 끌어다 써 난방비를 절감했다. 컬티랩스는 그간 쌓아온 스마트팜 기술특허와 노하우를 담았다. 주변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린 의미 있는 스마트팜이다.

어떤 기술이 투영됐나.

크게 3가지로, 복합환경제어, 양액공급제어, 지상부·권근부 센서와 생육측정 시스템 등이다. 특히 지상부에 설치된 센서는 일사량,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엽온 등을 모니터링하고, 권근부 센서는 작물의 무게, 급액량·배액량 등을 측정한다. 생육측정 시스템은 작물의 관상을 본다고 할 수 있다. 이미지 형태로 관찰하면서 달라진 작물의 상태에 따라 복합환경제어기가 돌고, 양액공급기가 작동해 환경에 맞춰 재배하는 식이다.

‘작물의 관상을 본다’는 말이 흥미롭다.

피노타이핑 기술이다. 기술을 출자해준 KIST가 다년 간 연구한 결과물로, 작물의 생육 상태를 영상으로 측정하는 분석 시스템이다. 원래는 폐나 기관지 기능을 검사하려고 만든 의학기술이었다. 몇 년 전부터 글로벌에서 작물의 생육 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이 유전학 이상으로 주목받는 분야가 됐다.

디지털 피노타이핑 장비가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다. 작물이 자라는 곳에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하면서 열화상 카메라, 3D 카메라가 생육 상태 정보를 포착 후 환경을 맞추고, 관수 관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식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생육 상태를 알 수 있어 일반 농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공개했다. 대규모 시설 투자가 없어도, 복잡한 데이터를 몰라도, 기존 장비를 활용해서 생육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누구나 스마트폰에 ‘컬티 그로스(생육데이터 측정분석시스템)’를 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다.

운반과 수확도 자동화가 이뤄졌나.

운반과 수확은 여전히 사람 손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도 자동화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작업자 위치와 동선에 맞춰 무인 이송 로봇이 작물을 운반하고, 온실 작업기와 사물인터넷(IoT) 방식으로 통신을 주고받아 작업 효율을 높일 예정이다.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도 분석해 작물 운반 과정을 최소화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더불어 인근 농어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하는 이에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실제 토마토 농사가 잘됐다고 들었다.

성공적이었다. 3.3㎡당 토마토 생산량이 140㎏ 정도였다. 일반 농가보다 2배 이상이다. 덕분에 지난해 스마트팜에서 토마토로 거둔 매출도 상당했다. 물론 스마트팜에서는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단가가 싸다고 해서 배제하면 토마토는 누가 키우나.(웃음) 물론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녹즙용으로 쓰이는 케일, 간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약용식물인 이고들빼기 등 다양한 작물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컬티랩스의 철학은 간단하다.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농사를 짓게 돕는 일이다. 줄곧 농민의 내비게이션이 되겠다고 주장해왔다. 농민에겐 문턱을 낮춰주고, 우리는 기술 고도화에 힘써야 한다. 사실 스마트팜의 최고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는 토마토 생산량이 3.3㎡당 200㎏이다. 실증 사업을 통해 더 다듬고,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농산물이 안정적으로 수급되도록 돕고, 해외로는 농업 기술을 수출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 당장 올해부터 태안 스마트팜보다 더 큰 시설을 건립해 보여주고 싶다. 농업도 돈이 된다는 걸. 그리고 대다수 외산에 의존하는 스마트팜 기술과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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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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