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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39인의 신년 에세이(2) 

 

새해, 첫눈처럼 맞으라 |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첫눈은 신이 주시는 선물,
한여름 더위도 단풍의 화려함도
백설로 하얗게 지우고
새로 깨어나라는 말씀
고단함도 아픔도 잊고
한순간 영화도 오만함도 버리자
겨울이 제아무리 추워도
봄이 기다리고 있음을 아는 까닭에…


세상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어수선하기를 넘어 끝 모를 터널을 지나가는 것 같다. 많은 이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라고 하지만 어쩌면 끝나지 않고 영원히 함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성장과 발전만 추구하던 인류에게 달려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라는 대자연의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사실은 이제 인류에게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중심적이고 기계론적이며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체계적이며 생명 중심적이며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한지 오래다. 인류가 성장만을 위해 환경과 인권 등 소중한 가치를 파괴하는 ‘죽이기’ 매커니즘에서 지구를 지키고 함께하고자 하는 생명 존중의 ‘살리기’ 바이털리즘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음료업계도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야 한다. 세계 음료 시장은 230여 년의 역사 속에 약 750조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홈메이드로 만들어 먹던 음료를 보존성과 편리성, 경제성을 갖춘 문명의 이기라 할 수 있는 용기(容器)가 등장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콜라와 커피는 물론 홍차와 주스류조차 달콤한 맛과 톡톡 쏘는 청량감으로 삶을 리플래시하게 만들어주었지만 카페인과 설탕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필자는 미래 음료의 방향이 무카페인과 무설탕 음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20~30년 동안 주장해왔다. 이를 충족하는 대표적인 소재가 쌀과 보리와 같은 곡물이며, 대한민국이 그 종주국이다. 한국은 이미 천 년 전부터 후식음료로 보리숭늉을 만들어 마셨으며 미수와 장수(漿水) 등 곡물 음료를 애용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건강한 마실거리 문화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훌륭한 우리의 마실거리 문화를 현대화하고 세계화하는 것이 당대 식품인으로서 소명이자 사명인 것이다.

인과응보의 결과일 수는 있지만 인류에게 끊임없이 위험과 위협이 오곤 한다. 이를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바라보고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목표가 있는 삶을 뛰어넘어 목적이 있는 삶을 추구해보면 어떨까. 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다.

세상에 흩어진 가치를 잇다 |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


2020년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을 한 해로 남게 될 것 같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의 삶을 급속하게 바꾸어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일상에 빈번하게 등장했고, 너무나 익숙한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느낀다.

어릴 적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말씀하셨던 선생님의 설명이 문득 떠오른다. 사전을 찾아보니,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인간의 본성이 이러하기에 개인을 넘어 전 인류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임이 당연하리라. 하지만 우리는 늘 그랬듯이 이러한 고난을 극복하고 넘어서며 진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2021년은 과연 어떨까 상상해본다. 분명 지금까지보다 훨씬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약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한 해가 됨과 동시에 아직 종식되지 않은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생활 역시 당분간 지속되지 않을까.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카카오재팬이라는 기업의 경영자로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계획하며 준비하고 있다.

2015년 5월 카카오재팬의 CEO로 합류하여, 2016년 4월 일본에서 ‘픽코마’라는 디지털 만화·소설 플랫폼을 선보였다. 올해는 픽코마 서비스 개시 5주년이다. 2020년은 일본 내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 디지털 만화앱 플랫폼에서 매출 랭킹 1위라는 성과를 기록한 해였다. 경쟁사들보다 3~4년 늦게 시작한 후발 주자가 1위에 오르기까지 많은 고난과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감사하게도 2020년은 좋은 성과를 선물받은 뜻깊은 한 해였다. 전 세계 1위라는 영광의 랭킹에 올랐지만, 2021년을 여는 지금 ‘초심’이라는 마음속 상자를 다시 한번 열어보려 한다.

픽코마는 창작자가 땀과 노력으로 세상에 낸 작품을 수많은 독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바로 작품과 독자를 이어주는 매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작품과 독자의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해온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다. 작품이라는 것은 세상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많은 독자의 손에서 읽힐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찬란한 빛을 발한다. 이런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는 것이 픽코마를 시작하게 된 본질이자 초심이었던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어서니 모든 것이 더 명확하고 분명해짐을 느낀다. 나 스스로 세상에 흩어진 가치를 연결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비즈니스에 연결하고자 했다.

2021년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것을 꿈꾸고 이뤄보려고 한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무수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물리적인 거리와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룰 수 없었던 이들의 재능과 가치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기술과 상상력을 통해 사람들이 더 긴밀히 연결되고 함께함으로써 새로운 밸류 체인이 만들어질 거라 기대한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작을 초심을 통해 발견하려는 것처럼, 인류도 지금의 환난을 극복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길 소망한다. 그 시점에 다다랐을 무렵, 모든 인류가 저마다의 초심을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2021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두에게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고난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한 해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1939년 개봉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 전후의 남부를 무대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라는 여성이 겪은 인생 역정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스칼렛은 노예제도와 전쟁 등 혼란스러운 사회 속 당시 여성들의 삶을 대변했다.

주인공 스칼렛만큼이나 우리도 전례 없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많은 나라가 소득의 양극화, 국론의 극단적인 분열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더 심한 경우에는 내전과 난민, 테러로 고생하는 나라들도 있다.

특히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가 우리의 꿈을 삼켜버린 시간이었다. 학교를 가야 하는 아이들은 교실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았고, 많은 국민이 매일 아침 늘어나는 확진자수를 확인하느라 TV 앞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지난 1월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랜 시간을 코로나19라는 생소한 단어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소비심리는 위축됐고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고, 수많은 자영업자가 폐업을 하거나 극심한 매출 감소로 고통받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때문에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 않나. 너나없이 모두가 모질고 가혹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소식에도 언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을지를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보았다. 대한민국은 많은 의료진과 방역수칙을 지켜온 국민, 각자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낸 기업인들의 노력들이 모여 ‘K방역’이라는 희망을 탄생시켰다.

불가항력으로 보낸 안타까운 시간들을 이제 변화와 희망이라는 단어로 채워야 할 때다. 코로나19의 종식까지 단기적인 문제로 판단하고 버티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혁신이 필요하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해외에서 진행했던 IR 행사를 웨비나로 개최했고, 자회사인 예스24는 AI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는 스토리24를 론칭했다. 한세실업도 미국에 PPE 공장을 설립하고 미국 내 본격적인 마스크 공급에 나섰다. 나를 비롯해 직원들 모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아직 내일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내일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Tomorrow is another day).

그 큰 꿈을 안고 가오 | 권오섭 엘앤피코스메틱 회장


녹록지 않은 한 해였다. 원래의 일상에서 벗어난 채 지내야 했던 지난 1년여 동안 마음의 거리마저 멀어져 갔고, 여전히 우리는 가까운 미래 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우리 사회의 위기감 또한 커져 갈 때, 이 난관을 기회로 극복해가는 긍정의 힘은 무엇일까?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고민 끝에 얻은 답은 또다시 꿈. 꿈이 가진 힘이다.

지금의 메디힐이 있기까지 두 번의 사업 실패를 겪었다. 1996년 차린 화장품 프랜차이즈 사업이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한순간 생계를 걱정하게 됐다. 10년 만에 겨우 문을 연 두 번째 회사는 자금 사정 악화로 결국 다른 회사에 매각했다. 거듭된 좌절에도 끝내 지킨 신념은 ‘돈은 잃어도 신뢰는 저버리지 말자. 그리고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 큰 실패를 딛고 나름의 성공을 이루기까지 숱한 시련과 낙담으로부터 나를 일으킨 건 언제나 가슴에 품은 꿈이었다.

팬데믹 국면에도 꿈의 힘은 유효했다. 무더웠던 여름 방호복 차림에 땀범벅이 된 의료진의 붉은 얼굴을 기억한다. 방역 최일선에서 그들이 보인 헌신은 모두를 숙연케 했다. 우리 회사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과 단체, 민간 봉사자들이 의료진과 감염 취약 계층을 돕는 데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의 힘을 보탰다. 공동체 안의 개개인 또한 역설적이나 멀어짐을 통해 가장 끈끈히 연대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겠다는 단 하나의 꿈으로 이뤄 낸 눈물겨운 투쟁의 과정이었다.

꿈이 있는 삶은 그 자체로 예찬할 가치가 충분하다. 새로운 꿈을 품는 데 나이나 각자가 처한 환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일한 한계는 현실과 타협해 꿈을 포기하거나 그 크기를 적당히 재단하려는 마음에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일상을 앗아간 팬데믹에 화장품 업계는 물론 산업 전반이 위축된 이때. 지난 두 번의 실패와 팬데믹으로부터 다시금 확인한 꿈의 힘을 믿는다. 2021년 K-Beauty 부흥이라는 새로운 꿈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 다짐해본다.

2021년, 디지털 르네상스의 시작 |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


2021년 우리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고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2020년을 돌이켜봤다. 감기처럼 앓고 지나갈 것 같았던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이 180도 달라졌다. 그렇게 우리는 준비도 없이 팬데믹(pandemic) 시대를 맞이했다.

인류는 이미 최악의 팬데믹을 경험했었다. 14세기에 겪었던 흑사병(black death)이 그것이다.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하며 유럽 인구 절반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전염병은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하나의 역사로 기록되기도 한다.

인구 감소로 인해 노동자가 줄어들면서 노동력이 급감했고, 영주의 지배력은 약해졌다. 봉건주의 몰락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농노들은 도시로 이동하게 됐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 노동의 대가도 현물에서 금전으로 변화했다. 가치가 달라지면서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린 것이다. 코로나19가 흑사병과 자주 거론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럼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코로나19의 창궐로 사회는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에 익숙해졌고, 온라인 쇼핑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는 일도 일상이 되었다. 집에 대한 개념도 변했다. 무조건 좋은 집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거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집을 선호하게 됐다. 이미 우리는 달라진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의 팬데믹은 14세기와 달리 그 변화의 속도와 범위가 이미 체감의 한계를 벗어난 느낌이다.

정부에서도 ‘한국판 뉴딜’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보통신(ICT)산업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다짐이다. 이를 통해 관련 사업을 촉진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경제력 회복을 갖출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디지털이 닿지 않았던 곳에도 예산을 책정해 시스템화함으로써 스마트 국가로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2021년 시행되는 마이데이터도 기대해볼 만하다. 마이데이터는 오랜 디지털 라이프로 쌓여 있는 데이터의 주인이 기업이나 조직이 아닌, 데이터를 생성한 개인에게 있다는 것으로 데이터 주인으로서의 권리가 개인에게 주어진다. 따라서 개인은 원하는 플랫폼에 데이터를 쌓을 수도 있고, 불러올 수 있고, 삭제 요청도 가능하다. 또 개인정보가 아닌 나의 데이터를 통해 취향이나 성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본인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에서 시작되는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합리적 자산관리를 가능케 하고, 건강 관리, 생애주기 안에서의 삶을 본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고 관리하고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가 연결로 인해 삶의 문제들이 해결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 활성화까지 이루기 위한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우리 한 명 한 명 개개인의 삶 속에 스며들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검색엔진이 정보의 비대칭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면 마이데이터는 삶의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류 비극 중 하나인 팬데믹은 가슴 아픈 현실을 마주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와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은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중요한 열쇠이자 디지털 국가의 원년, 데이터 산업 발전, 새로운 희망의 시작을 알리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K-방역’이라고 불릴 만큼 월등한 국가 차원의 감염병 대처 능력과 높은 시민의식으로 전 세계에 위상을 높였다. 개개인이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만큼, 한국판 뉴딜을 통해 디지털 강화와 데이터 산업 전환의 국면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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