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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39인의 신년 에세이(1) 

 

나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 신혜성 와디즈 대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그것이 개인의 의지나 역량이 아니라 시스템 때문이라면, 그것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나는 가능성보다는 안정성 중심인 기존 금융 시스템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방식으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했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와디즈는 구매도 투자도 아닌 ‘펀딩하기’라는 새로운 행동 양식을 정의하며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왔다.

2012년 5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와디즈를 시작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그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지난 8년을 쉼없이 달려왔다. 그 결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능성, 평판에 투자하는 시장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새로운 시작을 펼친 프로젝트가 2만 개 넘게 배출됐다. 와디즈를 통한 새로운 도전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는 사실이 새삼 뭉클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와디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수많은 메이커의 성장 스토리를 들을 때마다 매번 감격스럽다. 그러나 가능성에 투자한다는 것은 늘 실패도 같이 경험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2021년이면 와디즈를 창업한지 햇수로 10년이 된다. 이제는 좋은 회사, 필요한 서비스를 넘어 사랑받는 회사, 사랑받는 서비스가 되고 싶다. 와디즈가 존재함으로써 새로운 모험이나 도전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문화뿐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까지 해결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창업자에게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고 물어보면, 많은 경우 ‘바로 지금’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일상에서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예고 없이 찾아온 것처럼 오늘도 매 순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여전히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돌이켜본다. 2021년을 마칠 때 와디즈가 한 단계 더 성숙하여,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

어떤 구름이든 실버 라이닝은 있다 | 정재환 DS네트웍스그룹 회장


지난해를 정의하는 적절한 말이 무얼까 생각해본다. 한마디로 누란지위(累卵之危), 즉 쌓아 올린 달걀처럼 몹시 아슬아슬한 위기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매일매일 들려오는 코로나19 관련 피해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 그 기세를 누를 수 없을 정도로 맹렬하다. 미국의 한 잡지는 최신호에 지난해 1년 동안에만 뉴욕 맨해튼의 중소 자영업체 중 이미 500여 곳이 문을 닫았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지난 세월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였을 문 닫은 상점들의 사진도 실었다. 100년이 넘은 카페, 레스토랑, 커피숍, 호텔 그리고 작은 상점 등 업종을 불문한다. 기사에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맨해튼의 모든 자영업자 중 3분의 1 가까이가 이전처럼 회복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담았다. 코로나19로 대변되는 현 위기는 경제 외에도 문화적·정서적 충격까지 더해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코로나19 발생 후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우리의 생활 패턴은 이미 바이러스와 일상생활을 같이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료제가 개발된다 해도 분명 이전 생활로 복귀하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변화의 키워드를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기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미 생활 패턴으로 자리 잡은 온라인 쇼핑이 더욱 확대되고 그간 억눌렸던 소비는 반발·대체 소비와 보복 소비로 표출될 것이다. 더불어 빈부격차로 인한 소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결국 ‘모든 구름에는 실버 라이닝이 있다’는 화두를 쥐게 된다. 짙은 구름이 해를 가려도 결국 좋은 때가 있음을 믿는 일이다. 그간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슬기롭게 극복했듯이, 밝아오는 새해에는 신발 끈을 더 질끈 동여매고 역경과 난관을 헤쳐나가는 다짐의 한 해를 만들어보자.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서 이 전대미문의 위기 다음에 도래할 험난하지만 달콤한 새해 말이다. 그런 기대와 희망의 새해를 당당히 맞이하도록 하자. 대한민국 파이팅!

척박한 땅을 패션타운으로… ‘마리오’ 혁신은 계속된다 |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국내 소비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특히 유통이나 패션업계는 유례 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하듯 대부분의 위기는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나 또한 40년 넘게 사업을 하며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때로는 역발상이 위기의 돌파구가 되곤 했다.

마리오의 역사는 맨땅에서 하나하나 일궈나간 개척의 역사다. 개척의 시발점은 언제나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였다. 41년 전 패션업에 도전할 때도, 21년 전 유통채널로 뛰어들 때도 발상의 전환이 지금의 마리오아울렛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1980년에 편물기 몇 대로 시작한 사업은 1984년 여성 패션 브랜드 ‘까르뜨니트’를 출시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니트는 겨울에만 입는 옷이라는 통념을 깨뜨리며 사계절용 니트를 선보였다. 이 혁신적인 발상은 일본과 유럽 등 패션 본고장에서도 까르뜨니트 제품을 수입할 정도로 디자인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까르뜨니트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역발상은 패션 아이템에서 멈추지 않았다. ‘아울렛’이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척박한 구로공단에 정통 패션 아울렛을 세운 것이 또 다른 발상의 전환이었다. 부지를 알아보러 구로공단에 첫발을 들였을 때는 IMF 외환위기 직후였다. 경제 한파로 인적이 드물고 폐허나 다름없는 공장지대였지만 나에겐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결국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초의 정통 패션 아울렛인 ‘마리오아울렛’을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수많은 염려 속에 닻을 올린 대한민국 최초의 패션 아울렛은 2012년에 3관까지 개장하여 사업 영토를 넓혔다. 그 사이 불 꺼진 구로공단이었던 마리오아울렛 일대는 아울렛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패션타운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리오아울렛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2018년에는 대대적인 전관 리뉴얼을 통해 누구나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합 체험형 콘텐트와 일상 속 힐링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 휴식공간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몰링 공간으로 진화했다. 도심형 아울렛 최초로 아울렛에 몰을 더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 것이다.

유통사들이 눈길을 돌린 온라인 비즈니스 역시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리오 유통 채널로 가능하면 오프라인에 없는 상품만 온라인에서 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발품을 팔아 매장을 찾아온 고객들에게 온라인과 똑같은 상품을 팔 순 없다는 도의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서 쇼핑을 즐기던 고객들이 국내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의 시선을 잡는 게 중요하다.

지난 40년을 거울 삼아 신축년(辛丑年)에도 고객과 이웃을 위한 마리오만의 특색 있는 문화공간 디자인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2021년에는 경제 안팎의 어려움도 모두가 힘을 합쳐 타개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멍에 | 송지오 송지오옴므 회장


지난 이른 봄, 어느 토요일 오후. 한가히 주말을 보내다 장을 보려고 집을 나서 상가가 즐비한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길가에 나온 사람들-팔짱을 낀 커플들, 아이를 안아든 가족들, 무리 지어 다니는 어린 학생들,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 그 강아지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유독 눈에 띄는 흰 마스크를 쓰고 언덕 아래에서부터 내게로 다가서고 있는 듯한 섬뜩함을 느꼈다.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 한 가운데 안면홍조 주인공만 빨갛게 그려 넣은 장자크 상페(Jean Jacques Sempe)의 삽화가 떠올랐다.

그 일이 있은 후 부쩍 조심스러워진 나는 출근길에 구청에서 배달되어 온 마스크 꾸러미에서 서둘러 한 개를 빼어 들었다. 마스크를 귀에 거는 순간, ‘툭’ 하고 한쪽 끈이 떨어져나갔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떨어진 끈을 고리로 매듭지어 귀에 걸었다. 하지만 균형이 맞지 않은 덮개는 한쪽 눈을 찌를 정도로 비뚤어져 있었다. 덮개를 대충 코에 맞추어 눌러썼다. 현관 거울에 비친 마스크 쓴 내 모습이 낯설어 좀처럼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

운전 중에도 평소 듣지 않던 뉴스를 틀어놓고 상황을 주시하며, 전 인류와 더불어 가족, 친지, 동료 모두를 걱정하며 다들 무사히 이 난관을 이겨내길 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을 희생하며 봉사하고 연구하는 분들에게 무한한 존경심과 감사를 드린다. 온종일 이 마스크 속에서, 누구나 서로를 경계하게 되는 자체적인 구속 속에서, 너무도 생소한 한 해를 보냈지만, 머지않아 그저 상비품이 되기를 희망하며 이 진귀한 패션과 이별하기를 바란다.

작년 이 즈음, 새해의 희망적인 계획을 ‘여행’에 맞추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정초의 첫 여행지로 떠날 기대감에 연말부터 사뭇 마음이 들떠 있었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상황에 한 주, 두 주, 한 달, 두 달, 그리고 이제는 1~2년 후로 계획을 미루다 보니 마치 일 년을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그 계획의 성과를 딱히 계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 시즌을 여행이나 출장으로 시작하는 것이 나의 작업 패턴이다. 하지만 책상 위 ‘백지’를 내려다보며 뭔가를 떠올려보려는 궁핍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바싹 움츠리고 견디어내는 것이, 아마도 다가올 새해에 더 힘차게 팽창하려는 준비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세상의 흐름이 우리를 아무리 돌려세워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신축년은 우직한 황소처럼, 멍에를 목에 걸고 수레에 짐이며 곡식이며 가득 싣고 커다란 두 바퀴를 끌며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뉴노멀 시대, ‘법고창신’을 새기다 | 김준식 대동 회장


대동은 1947년 창립 이래 ‘농기계’ 회사였다. 단지 농기계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한국 농업의 발전과 보조를 맞추며 한국 농업의 기계화를 선도했다. 이를 통해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까지 도모했다고 자부한다.

지난해 12월, 우리는 변화를 택했다. ‘공업’이라는 단어를 떼고 ‘대동’으로 사명을 바꾸었으며 CI도 좀 더 강렬하고 힘 있게 바꾸었다. 새로운 사명과 CI는 대동의 전통을 계승하여 근본을 잃지 않음과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바로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정신이다.

지난해 대동은 신년사에서 미래 농업의 글로벌 선도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아 ‘농기계에서 미래 농업으로’란 비전을 발표했다. 미래 농업이야말로 70년이 넘은 우리의 경험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자 꼭 가야만 하는 길이다. 2020년이 대동의 새로운 비전을 설정한 해였다면, 2021년 올해는 미래 농업의 핵심인 ‘농업의 디지털화’라는 구체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행’을 해야 하는 해이다.

새로운 사명과 CI로 시작하는 해인 만큼, 올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얼마만큼 구체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비전을 보여주고 고객들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이다. 미래 농업 리딩 기업의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이미 지난해 10월 정밀농업 빅데이터 수집을 위한 인프라(Infrastructure)로 ‘대동 커넥트 서비스’를 론칭했다. 트랙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 플랫폼이다. 앞으로 이를 콤바인, 이앙기 등 대동이 생산하는 농기계에 단계별로 적용할 예정이다.

단순한 농기계에 머무르지 않고 모빌리티 사업 영역의 제품도 준비 중이다. 가든케어 제품인 ‘로봇모어’, 제초 및 방제용 로봇 등 농업용 특수목적 플랫폼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GPS 및 비전 융합 기반 자율주행이 가능한 ‘스마트 골프카트’ 등이 대동의 이름을 달고 출시될 날이 머지않았다.

전 세계를 공포와 위기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 한다면…’이라는 가정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고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종식된다 해도 우리는 그전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업무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뉴노멀’ 시대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고 계속 모습을 바꿔가며 적응해야 한다. 그것이 변화이자 탈바꿈(Transformation)이라고 생각한다. 대동은 이미 변화를 시작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지만 술을 만드는 전통은 유지하면서 말이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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