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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어그테크 파워] 채한별 스마프 대표 

세계 유일의 스마트 노지관리 솔루션 

직장 다니다 일찍이 귀농을 결심했다. 전자공학도였기에 기술을 접목하면 쉽게 부농이 될 줄 알았다.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채한별 스마프 대표 얘기다. 그가 맞닥뜨린 노지(맨땅)는 장비 설치조차 어려웠다. 세계에서 유일한 사업 모델인 스마트 노지관리 솔루션이 탄생한 배경이다.

▎채한별 대표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공기업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귀농을 결심했고, 충북 지역에 땅을 사 버섯 재배를 시작했다. 냉혹한 귀농인의 현실을 마주한 채 대표는 특히 기술 소외 분야인 노지재배에 기술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식물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로, 식물이 노지(맨땅)에서 각종 미생물과 해충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성분이다. 일종의 자연 방패막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덕에 파이토케미컬이 갑자기 주목받았습니다. 땅, 즉 지구가 내어준 천연 스마트팜 시스템의 힘입니다. 우리가 흔히 스마트팜 하면 하우스 시설재배만 생각하는데요. 토마토, 허브, 참외, 딸기 등 엽채류들이 주로 하우스 재배를 하고, 나머지 과수나 대단위 재배는 노지의 힘이 필요합니다. 스마프도 ‘스마트’보다 ‘팜(농장)’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였죠.”

지난 11월 13일 인천시 남구 인천IT타워 내 스마프 기업부설연구소에서 만난 채한별(41) 대표가 설명했다. 그는 “노지 재배는 보통 1㏊(1만㎡)가 넘어 사람이 경작하고 급수관·통신선 등 시설을 까는 데 어려움이 많아 노지 환경에 맞는 시설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비슷한 솔루션은 있었지만 주로 330㎡(100평) 안팎의 소형 시설재배 위주로 적용됐기에 노지 환경에 맞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스마프는 ‘스마트 관수관비(물·비료 제공)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른바 ‘노지재배 특화 솔루션’으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기반한 농장관리 시스템을 내놓은 것. 특히 식품가공용 품종의 상품성을 향상하는 데 목표를 두고, 대기업들과 일하기 시작했다. 2018년 국내 이동통신사 SK텔레콤, 제과회사 오리온과 손잡고 오리온 감자 계약재배 농가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SK텔레콤은 IoT 플랫폼과 인터넷망을 제공하고, 스마프는 솔루션 구축과 최적 알고리즘 개발을 맡는 식이다. 오리온은 계약재배 농가 선정과 재배 기술 자문을 지원했다. 지난해부터는 미얀마·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네슬레·펩시코·칼비 등 글로벌 식품 가공 회사들과 논의 중이다. 태국의 경우 국영기업 태국담배공사(TOAT)가 적극적으로 스마프 솔루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채 대표가 귀농했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공기업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귀농을 결심한 그는 충북 지역에 땅을 사고 버섯 재배와 가공업에 뛰어들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지재배의 현실을 깨닫고 어그테크(스마트농업기술) 회사 창업에 나섰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직장인이었다가 귀농해 어그테크 창업까지. 경력이 특이하다.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안정적인 공기업에 다니고 있어 창업을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았다. 그러다 버섯연구소의 원격제어 연구에 참여하게 됐는데, 여기서 만난 청년 농군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뭐에 홀렸는지 버섯을 직접 길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충북 옥천에 땅을 사고 버섯 농장을 꾸리며 귀농을 결심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은 것도 아니고 충북 옥천에 연고도 없었다. 그저 대전 청과물 시장과 가깝다는 이점만 보고 무작정 뛰어들었다. 그땐 엄연한 농장주였다.

직접 접한 현실은 어땠나.

처음에 IoT 기술도 접목하고 생산성을 늘려보자며 여러 가지 희망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었다. 노동력이었다. 스마트팜이라고 시설을 꾸려놨더니 정작 수확에 필요한 건 사람이었다. 버섯을 따고 분류하고 포장까지 사람 손이 필요했다. 수확 시기가 조금만 늦어져도 상품성이 떨어지고 버섯이 썩어버렸다. 버섯을 들고 마트에 납품도 해보고 이리저리 뛰어봤지만 돈은 못 벌었다.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는 일부 농가의 마음이 십분 이해됐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고민했다. 농장을 계속해서 운영할지 말이다. 그러던 중 2015년부터 창의과학축제, 창조경제박람회 등 정부 주관 행사에 참여하게 됐고, IoT 기술이 신기하다며 각종 지원금이 나왔다. 그렇다고 소규모 창업농이 스케일 업을 할 수 있는 묘안이 선 건 아니었다. 하지만 농업 박람회나 전시회에서 만난 농업인들은 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줬다. IoT 솔루션을 소개하는 오픈소스 기업 ‘미디어팜’을 폐업하고 그해 스마프를 창업한 계기였다.

농업인들은 주로 어떤 고민을 했나.

본말이 전도된 경우가 많았다. 어그테크라고 하면 ‘스마트’에 더 방점을 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설 자동화를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농가에선 하우스 창문을 여닫는 리모컨 정도로 쓰고, 고령 농업인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조차 쉽지 않았다. 당장 시설 투자가 어려운 경우 노지재배는 아예 기술 지원 파트에서 빠지는 일이 많았다.

왜 그랬나.

생각해봐라. 노지는 그야말로 맨땅이다. 배선이 잘돼 각종 시설을 깔 수 있는 사무실이 아니라 그야말로 땅바닥에 자동화 시설을 배치해야 한다. 그렇다고 전류가 흐르는 구리선을 매장하며 노지 스마트팜을 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직접 농장을 찾아 IoT 솔루션을 세일즈하러 갔다가 느낀 바였다.

어떤 농장이었나.

10㏊(10만㎡) 정도 되는 파밭이었다. 노련한 농장주가 가장 먼저 소개한 시설은 30여 개 관수·관비 밸브와 펌프가 있는 곳이었다. 밭마다 연결된 밸브를 시간에 맞춰 열면서 물과 비료를 적정량 공급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파가 썩고, 덜 주면 말라 죽었다. 수매 가격도 톤당 책정되는데, 면적당 생산량에 따라 품질을 추정하기도 했다. 밸브 하나를 스마트폰으로 조종하거나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건 진정한 스마트팜이 아니구나 싶었다.

노지는 지구가 만든 스마트팜


▎스마프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관수관비(물·비료 제공) 솔루션’을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 오리온과 일했고, 글로벌의 경우 펩시코 태국지사와 태국담배공사가 스마프 솔루션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그때부터 노지재배를 파고들었나.

그렇다. 곧바로 연구에 들어갔다. 크게 세 개 축이었다. 진흙 바닥이 될 수 있는 노지에서 작동하는 펌프와 밸브, 토지의 형질을 분석하고 물과 비료를 흡수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센서, 두 장비를 컨트롤하는 기지국 장비 등이다. 일단 펌프는 별도의 전력 공급이 없어도 혹독한 환경에서 가동될 수 있게 개발 방향을 정했다. 토지 센서를 개발하기 전에는 작물 종류에 따라 토양마다 물과 비료가 스며드는 정도를 측정해 데이터화했다. 밭 겉면은 말라 보여도 속은 수분이 충분한 경우도 있다. 물과 비료를 제대로 주려면 토양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순서다. 기지국 장비는 센서 정보를 취합하고 펌프에 명령을 내리는 식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통신시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전력 장거리 통신 시스템인 IoT 전용만 ‘로라(LoRa)’ 기술을 활용했다.

오리온, SK텔레콤과 손잡은 바 있다.

대규모 노지재배에 적합한 감자를 연구하면서 관련 기업을 찾고 있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글로벌 1위가 펩시코, 2위가 일본 칼비 3, 4위 정도가 오리온이더라. 스마프는 SK텔레콤의 소셜 임팩트기업 1호였고, 교육과 컨설팅을 받고 있었다. 담당자를 설득해 당시 감자 가공식품 부문에서 대기업인 오리온과 연결해달라고 부탁했다. 오리온이 계약한 밭에서 솔루션 효과를 실증하면 될 것 같았다. 2018년 3월 오리온감자연구소에 가서 설득했고, 돌아오는 길에 당장 실증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효과가 있었나.

그렇다. 그해 4월 곧바로 SK텔레콤, 오리온, 스마프 3사가 업무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업에 돌입했다. 경북 구미에 있는 오리온 감자 계약재배 농가에서 약 4개월간 실증 재배에 돌입했다. 감자(직경 7~8㎝, 감자칩 생산 적합용) 입고량이 29% 증가했고, 전분 밀도는 7% 상승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처음엔 몰랐는데, 오리온에서 반색했다. 생산량은 둘째치고 품질이 좋아지니 출고 단가가 올랐다. 전분 밀도가 높아지면서 기름에 튀기면 생기는 검은 반점도 사라졌다. 감자 농사가 생각보다 어렵다. 감자 단가가 떨어지면 농가들도 다음 해 감자 농사는 접기에 식품 가공업체는 언제나 계약재배 농가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터라 오리온이 더 좋아했다.

글로벌 기업에도 뭔가 내밀 게 생겼겠다.

맞다. 실증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스타트업 입장에서 땅을 사거나 감자 재배 농가와 매입 계약을 맺을 수도 없었기에 소중한 데이터가 생긴 셈이다. 이제 글로벌 1위인 펩시코를 만나야겠다 생각하고 지난해 펩시코 아시아 지부가 있는 태국으로 떠났다. 한 해 절반을 태국과 미얀마에서 보냈던 것 같다. 동남아가 생각보다 선진 농업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감자칩용 감자도 그렇지만, 전분을 만드는 카사바, 팜유가 되는 기름야자 같은 경우 시장 규모만 수십조원에 달한다. 일찍이 글로벌 식품 가공기업들이 진출하다 보니 대규모 작물 재배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 관심이 많다.

태국담배공사와는 어떻게 만났나.

감자 데이터를 가지고 펩시코와 미팅하다 엉뚱하게 손잡은 케이스다. 스마프를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태국담배공사 담당자였던 농장주의 선배가 우연히 동석했다. 펩시코는 검토해보겠다고 했는데, 태국담배공사는 당장 같이하자고 했다. 실증 사업도 곧바로 이뤄졌는데 연초의 니코틴 함량이 증가했다. 사실 데이터만 봐서 정말 좋아진 건지 몰라서 긴장했는데, 태국담배공사 측에서 고무돼 있더라. 이 농도 몇 퍼센트가 연초값을 몇 배 좌우할 정도로 큰 변화라고 했다. 태국담배공사는 스마프 솔루션을 도입하는 계약 농가에 일부 자금을 지원했고, 우리가 받을 솔루션 대금의 일부도 수확이 끝나면 상승분을 나누는 식으로 잎담배 농가의 부담을 덜어줬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태국담배공사와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프 사업에 가장 큰 도전은 뭔가.

기후변화다. 다들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나선 이유도 기후변화였고, 이겨내야 하는 도전도 기후변화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바나나는 수차례 품종이 바뀌었다. 20~30년 전 품종은 멸종됐고, 다른 품종이 대체했다. 2017년엔 일본 홋카이도에서 감자 농사가 흉작이어서 시중에 감자 가공 식품이 3개월간 유통되지 못한 일도 있었다. 2018년에는 탄자니아 캐슈너트 농장이 대량 도산했고, 러시아의 밀, 파키스탄의 양파까지. 글로벌 식품 가공회사는 여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농업데이터 수집, 관수·관비, 병해충 방제 등 연구에 수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비즈니스 기회가 되겠다.

그렇다. 강우량, 토질, 병충해 양상이 바뀌다 보니 해마다 재배 최적화 방법이 달라진다. 태국담배공사와 최근 중점적으로 병충해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담뱃잎의 생육단계를 120개로 분리해 병충해 피해가 클 때와 맞춰봤다. 잎 색상만 잘 분석해도 담배나방이 많아지기는 시기를 알 수 있겠더라. 코로나19로 왕래가 어렵지만, 태국담배공사 직원들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작물 데이터를 보내준다. 그만큼 농업이 곧 산업인 대기업들은 스마프 솔루션이 돈이 된다는 걸 단번에 알아본다.

앞으로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마프 솔루션을 도입해도 생산량이 몇 배나 늘어나는 일은 없다. 토지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농가 수익에 도움이 된다.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벼와 밀처럼 노지재배 농가들이 기술 혜택에서 소외돼 있었고, 기후변화로 멸종되는 작물도 많았다. 내 농사 잘 지어보겠다고 시작한 일이 남 농사 돕다가 일이 커진 셈이다. 감자, 담배에서 얻는 데이터를 무기로 커피 같은 대단위 작물 연구도 해보고 싶다. 바람이 있다면 우리 솔루션을 구성하는 밸브, 관수·관비 모듈, 토양센서, 게이트웨이, 기상대, 앱 등에서 얻는 데이터가 농장 자동화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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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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