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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어그테크 파워 

 


“한국 농업은 끝난 지 오래다.”

다소 과격한 표현일 수 있으나 취재하면서 만난 농업 관계자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건 일종의 사회(?) 분위기 탓이다. 농산물 수입 개방이나 정부 보조금을 줄인다는 얘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식량주권을 뺏긴다며 난리다.

하지만 시장에서 ‘그’ 식량주권은 무색해 보인다. 수입산 마늘이 없었다면 마늘값도 몇 배는 뛰었을지도 모른다. 뭔가 이상하다. 한국 농업이 쌓은 철옹성은 시장 논리로 균열이 가고 있었다. 막고 보자며 버틴 수십 년, 농업 경쟁력은 말라 죽었다. 농업 기술을 이전하겠다며 동남아에 간 정부 연구기관은 더 나은 기술 앞에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글로벌 농업 시장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다. 다우케미컬·듀폰·몬산토·바이엘·바스프·신젠타 같은 글로벌 농화학업계 빅 6 간 인수합병이 있었다. 바이엘은 몬산토를 품었고, 중국 캠차이나는 신젠타를 인수했다. 글로벌 식품가공업체인 네슬레, 펩시코, 칼비까지 농산물 확보에 뛰어들었다.

‘공룡들의 리그’다. 그나마 오랜 기간 고착돼온 산업과 카르텔에 도전하는 건 어그테크(Agtech, 농업과 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뿐이다. 이들은 빅데이터, 5G, 인공지능(AI) 등 ICT 기술 융합을 무기로 달려들었다. 카르텔은 이들을 방해하기보단 품으려 한다. 글로벌에선 벌써 어그테크에 20조원 넘게 투자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초로 기술을 개발해도 성공 사례가 있어야 지원해준다는 식이다. 이것도 뭔가 이상하다. 하지만 한국 어그테크 스타트업은 묵묵히 성공 사례를 만들려고 오늘도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기술 미개척지인 노지용 재배 솔루션을 만드는 스마프, 빛으로 실내재배 시장의 새 지평을 연 쉘파스페이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012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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