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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시장] 김인기 코드스테이츠 대표 

“취직하면 갚으세요” 교육비 후불로 받는 스타트업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IT 직군이 커리어 전환의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2년까지 국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인력은 17만 명에 달한다. 2016년 국내 최초로 코딩 부트캠프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한 코드스테이츠는 2020년 상반기 신규 수강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5배 증가했다.

#. 대기업 임원직에서 물러난 57세 남성은 코드스테이츠에서 개발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최고령 수강생으로 퇴직 이후 웹 프론트엔드, 백엔드, 모바일까지 스스로 개발하며 꿈꾸던 개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 드라마 [화정], [내 딸, 금사월], 칸 영화제 상영 작품 주연 등 배우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코드스테이츠의 한 졸업생은 인공지능 스타트업 ‘파운트’를 거쳐 현재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베어로보틱스’에서 개발자로 새 삶을 살고 있다.


코드스테이츠는 국내 최초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코딩 부트캠프다. 부트캠프란 현업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을 배워 IT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하는 훈련소를 말한다. 길게는 1년여 간 진행되는 부트캠프는 실리콘밸리식 교육방식과 커리큘럼을 국내 실정에 맞게 바꿔 문제해결 역량을 갖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육성한다.

코드스테이츠를 창업한 김인기 CEO(30)는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문화관광콘텐츠학과 재학 중에 개발자를 꿈꾸며 코딩을 독학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 없이 재수까지 했는데 우연히 IT·테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전공과 다른 직업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는 2012년 우연히 국내 스타트업계의 유명 인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게 됐다. ‘우리나라는 인턴부터 신입, 경력을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 인력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 곧장 트위터로 ‘일해보고 싶다. 일자리를 소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면접을 본 뒤 마케팅 직군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군복무 2년 동안 코딩을 독학한 그는 코딩 실무 경험을 해보고 싶어 전과, 편입, 학원, 스터디 등 모든 방법을 고려해봤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실리콘밸리의 코딩 부트캠프에 대해 알게 됐다. 당시 미국에선 이미 취업까지 연계되는 코딩 교육기관들이 뜨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실리콘밸리로 넘어가 당시 코딩 부트캠프 중 가장 유명했던 ‘핵 리액터(Hack Reactor)’를 수료한 뒤 한국에 돌아와 2015년 코드스테이츠를 창업했다. 창업에 앞서 그는 코딩 부트캠프 ‘메이크 스쿨(Make School)’ 설립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지금의 코드스테이츠의 중요한 정책이 된 소득공유형(ISA, Income Share Agreement) 시스템을 알게 됐다. ISA 모델은 교육 기회를 먼저 제공한 뒤 취업 후 소득의 일부를 돌려받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이 시장이 이미 5억 달러 규모로 형성되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코딩 부트캠프 ‘람다 스쿨’은 교육비를 후불로 받는 소득 공유 모델로 급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김인기 대표는 코드스테이츠에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해 당장 수강료를 내기 어려워 수강을 포기하는 경우를 방지했다. 취업에 성공하면 소득의 일부를 후불하는 제도는 국내 최초다. 이 중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내는 수강생은 교육비뿐만 아니라 교육 기간 동안 100만원 이상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


2020년 상반기 코드스테이츠의 미래 소득 공유 금액은 전년 대비 140% 이상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2020년 수강생의 86%가 소득 공유 제도로 입학했다”며 “수강생들이 좋은 조건으로 취업할수록, 코드스테이츠의 미래 소득 공유 금액도 커진다. 반대로 수강생이 취업에 실패하면 우리도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득 공유 제도를 운영하는 만큼, 수강생 선발 절차도 까다롭다. 분기마다 수강 희망자가 2000여 명 이상 몰리지만, 100여 가지가 넘는 질문지와 면접 과정에서 의지가 없는 이들은 탈락한다.

이 같은 지원 정책에 힘입어 코드스테이츠를 통해 커리어 전환의 기회를 잡는 이들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코드스테이츠 수강생 중 95%가 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졸업생들의 취업 포지션 비율은 프론트엔드(55%), 백엔드(23%), 풀스택(19%), 데이터사이언스 등을 포함한 기타(3%) 순이다.

김인기 대표는 코드스테이츠의 경쟁력 중 하나로 “오프라인의 유대감, 현장감, 협업 문화를 원격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한 점”을 꼽았다. 김 대표는 “나 스스로도 2년간 독학한 것보다 코딩 부트캠프에서 6개월 동안 압축적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 수강생들도 대학 4년 동안 배운 것보다 3개월, 6개월 동안 집중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한 온라인 강의가 아니라 수강생들 스스로 새로운 교육방법이라고 느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취업률도 높고, 수강생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드스테이츠는 150여 개 IT기업과 다양한 채용 연계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재가 필요한 회사들이 한 달간 구직자들과 일해보고 채용할 수 있는 협업 프로그램도 있다. 특히 지난해 쿠팡이 300여 명에 달하는 개발자를 채용하면서 맞춤형 인재를 찾기 위해 코드스테이츠와 교육부터 채용까지 전 과정을 협업하는 부트캠프를 한 달간 진행하기도 했다. 코드스테이츠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그로스 마케팅, 데이터사이언스 등 4가지 부트캠프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전체 수강생의 86%가 컴퓨터공학 비전공자로 전공자 수를 압도적으로 능가한다.


▎김인기 대표는 “모든 사람이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코딩을 배움으로써 개발과 관련된 각종 업무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기 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코스 외에도 ‘노코드부트캠프’ 등 향후 트렌드가 될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노코드는 코딩을 몰라도 간단하게 서비스를 만들어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도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0.5%만 코딩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노코드가 확산되면 70%가 넘는 사람이 직접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굳이 창업을 하지 않아도 회사를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서비스를 만들어볼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 개발의 대중화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투자자의 한마디
김인기 대표의 실행력과 ‘선교육, 취업 후 소득 공유’라는 훌륭한 제도는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소득 공유 제도는 이미 미국에서 성공한 모델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 한국에 이런 제도를 도입한 곳이 없다는 데 놀랐다. 앞으로는 컴퓨터와 대화하는 언어 ‘코딩’을 배우는 게 국영수를 배우는 것처럼 당연해질 것이다. 국내 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서 배우는 내용과 시장이 원하는 실무 능력은 크게 동떨어져 있다. 코드스테이츠는 그 간극을 메우는 훌륭한 대안교육이라고 생각한다. -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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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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