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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시장] 팬덤 비즈니스 만드는 ‘팬심’ 

K팝스타 뒤엔 K팬들이 있다 

1인 크리에이터가 직업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팬심’은 크리에이터들과 팬들의 건강한 소통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팬덤 비즈니스 운영 노하우를 가진 MZ세대 경영진과 연륜 있는 개발팀이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마포구 연남동 팬심 사무실에서 만난 (왼쪽부터) 박재우 CTO 이다은 CDO 오태근 CEO 김수진 COO.
팬심을 공동 창업한 오태근 CEO(최고경영자)와 김수진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대학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둘은 정부가 보내주는 핀란드 창업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귀국한 두 사람이 처음 도전한 분야는 VR사업이다. “스티브 잡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오 대표는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 것처럼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달가량 고객 조사를 해보니 시장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VR사업은 피봇을 하고, 원래 관심이 있었던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분야로 눈을 돌렸다.

지금의 팬심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당시 아프리카TV를 기반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크리에이터들을 눈여겨본 오태근 대표는 게임을 특출하게 잘하는 지인을 섭외해 영상 콘셉트를 짜고 직접 편집하며 방송을 운영했다. 인기가 점차 많아지면서 함께 시작한 지인은 프로게이머로 스카우트됐다. 이로 인해 자신감이 붙은 오 대표는 지금의 팬심 사업을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현재 다중채널네트워크(MCN)라 불리는 크리에이터들의 기획사처럼,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나눠 갖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오 대표는 기존 플랫폼들의 폐쇄성에서 기회를 찾았다.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은 플랫폼 내에서 현금 후원만 가능하다. 팬들이 크리에이터에게 선물을 보내려면 주소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필요한데, 여성 크리에이터들은 개인정보를 공개하면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팬심은 2018년 11월 개인정보 노출 없이 선물을 대신 전달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선물 배송을 접수받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셀럽이나 크리에이터들이 개인정보를 공개하면서까지 선물이나 후원을 받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팬심이 새로운 후원 통로를 열면서 댓글과 다이렉트 메시지(DM) 이외에 새로운 소통 창구가 생긴 것이다. 이후 스타트업 투자 액셀러레이터인프라이머로부터 시드머니를, 벤처캐피털 TBT에서 프리A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섰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까지


▎팬심이 팬들을 대신해 보내는 선물 박스.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하기 위해 오 대표가 소개받은 이는 현재 팬심 CTO(최고기술책임자)인 박재우씨였다. 15년 이상 개발 경력이 있는 박 CTO는 당시 NHN에서 나와 개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 CTO는 “오 대표가 찾아와 지금의 팬심 시스템을 설명했는데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주소도, 전화번호도 모르는 제3자(셀럽, 크리에이터)에게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선물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하니까 너무 황당했다(웃음)”고 당시를 회상했다.

1년간 무보수로 시스템 개발에 나선 박 CTO는 팬심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 개인 사업을 접고 팬심에 합류했다. 띠동갑이 넘는 젊은 창업자들의 비전에 호응하는 MZ세대 팬들을 보며 사업 가능성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최근 팬심 웹사이트에서 처리되는 하루 주문 건수는 2년 전 한 달치 주문 건수를 넘어섰다. 주문 건수로만 보면 2년 새 30배 성장했고, 팬심에 등록되어 있는 크리에이터 숫자는 8000명을 넘어섰다. 크리에이터들과 팬들 사이에 새로운 소통 창구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바이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셀럽과 팬들 사이의 심리적 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다. MZ세대는 같은 비용을 들여 ‘덕질’을 하더라도 내 영향력을 더 크게 행사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다양한 플랫폼에서 1인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팬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셀럽들이 이 같은 트렌드를 주도한다. 대형 스타들이 수많은 팬을 상대로 일방적이고 소극적으로 소통하는 기존 문화와는 정반대다. 현시대 셀럽들은 1인 크리에이터로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팬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꾸준히 소통해야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팬들의 니즈를 파악해야 함은 물론이다. 팬심은 크리에이터들이 팬덤을 형성하고 후원을 통해 수익을 올리며 하나의 직업으로서 인정받도록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팬심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세 가지다. 팬들이 직접 준비한 선물을 대신 보내주는 서비스, 팬들로부터 쿠팡 등 온라인숍 링크를 받아 전달하는 구매대행 서비스, 팬심 자체 선물숍을 운영한다.

더 ‘프라이빗’하게

지난해 7월에 출시한 ‘랜선 미션’ 서비스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랜선 미션은 크리에이터와 팬들 간에 크라우드펀딩이 가능한 서비스다. 예를 들어 한 팬이 ‘팬미팅을 해달라’는 미션을 걸면, 여기에 동의하는 팬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이 지불하는 돈의 규모로 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 반대로 크레이이터가 ‘굿즈’를 만들고 싶은데 이를 갖고 싶어 하는 팬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을 경우, 200만원이 모이면 굿즈를 만들겠다는 미션을 걸고, 목표 금액이 모금되면 굿즈를 만드는 방식이다.

박재우 CTO는 “불특정 다수가 다는 댓글과 달리 랜선 미션은 팬들이 지불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원하는 걸 요청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실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한 크리에이터는 혼자 ‘호캉스’를 가서 라이브 방송을 해달라는 랜선 미션을 받았다. 이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미션에 필요한 여행자금을 모금했고, 실제로 해당 크리에이터가 여행지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며 랜선 미션을 완성했다. 반대로 크리에이터가 팬들에게 ‘역조공’하는 경우도 예전보다 늘고 있다.

팬심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이다은 CDO(최고디자인책임자)는 “처음에는 크리에이터에 한정해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앞으로 좀 더 범주를 넓히고자 한다”면서 “모델, 웹툰작가, 유명 창업가 등도 엄연히 말하면 셀럽의 범주에 해당하는 만큼 팬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다. 좀 더 프라이빗한 소통 방식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톡에서 전화번호를 몰라도 대화를 할 수 있고 선물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도 더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팬심을 이용하는 해외 사용자들도 계속 늘고 있다. 오태근 대표는 “K팝의 인기와 함께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느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전 세계에 내 팬이 100명만 있으면 크리에이터로서 먹고 살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더 끈끈하고 건강한 오작교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 투자자의 한마디
“팬심 창업팀을 만났을 때 ‘난 이제 구시대의 문화인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젊은 연예인들과 팬들이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는 시대가 됐고,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 커질 것이다. K팝을 배출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문화산업은 이제 가히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이 됐고, 팬심의 비즈니스 역시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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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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