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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1위 여성 부자였던 이사벨 도스 산토스는 왜 파산했나 

 

앙골라 법원은 재임 기간이 길었던 앙골라 전 대통령의 딸인 이사벨 도스 산토스가 횡령과 자금세탁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판결했다. 앙골라 정부는 범죄 자금을 환수하기 위해 도스 산토스의 자산을 동결했다. 포르투갈 정부도 그 뒤를 따랐다.
8년 전 포브스는 이사벨 도스 산토스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추정 재산은 35억 달러였다. 재임 기간이 길었던 앙골라 전 대통령의 딸인 도스 산토스가 막대한 부를 축적한 과정은 국가 재산 약탈의 교본이라고 할 만하다. 현재 도스 산토스와 퇴임한 그 아버지의 제국은 희미한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모국에서 부패 혐의를 받았고, 3개국 법원에서 자산이 동결됐으며, 네 번째 국가에서 미지불 부채에 대한 수억 달러 규모의 소송이 제기됐다. 포브스는 도스 산토스가 약 16억 달러 규모인 자신의 동결 자산에 접근할 수 없으며 이를 돌려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추정한다. 따라서 포브스는 이 자산에 가치를 매기지 않으며, 도스 산토스가 더는 억만장자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포브스는 2020년 1월 자산이 22억 달러로 추산됐던 도스 산토스를 새로 발표된 2021년 아프리카 부자 순위에서 제외했다.

그렇다고 한때 아프리카의 ‘공주’로 불렸던 도스 산토스가 가난뱅이가 된 것은 아니다. 도스 산토스는 두바이에 있는 개인 소유 섬에 주택을 가지고 있으며, 런던에도 주택이 하나 있고 3500만 달러짜리 요트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포브스나 법 집행 당국이 추적하지 못한 은행 계좌와 자산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두바이와 런던을 오가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두바이는 도스 산토스의 남편 신디카 도콜로가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곳이고, 런던은 11월 남편의 장례를 치른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이 있는 곳이다. 도스 산토스는 대변인을 통해 발언을 거부했다.

부자가 되는 길

포브스가 2013년 8월, 앙골라 기자 라파엘 마르케스 드모라이스의 보도에서 밝혔듯이 이사벨 도스 산토스는 1979년부터 2017년까지 앙골라 대통령을 지낸 호세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의 맏딸이다. 에두아르도가 가난하지만 석유가 풍부한 앙골라를 통치하는 동안 도스 산토스는 은행, 시멘트, 다이아몬드, 통신 등 앙골라의 전략 자산 상당 부분을 손에 넣으며 앙골라에서 가장 유력한 기업인으로 떠올랐다. 도스 산토스는 자산 절반 이상을 포르투갈 기업(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앙골라는 1975년에 독립했다)에 유치하면서 국제적인 명성도 높였다. 포브스가 2013년 1월 도스 산토스가 억만장자임을 공개하자 앙골라 정부는 이 소식을 국가의 자존심이라고 널리 알리며 국가가 성장했음을 나타내는 징표로 삼았다.

최대한 추적한 결과, 도스 산토스의 주요 앙골라 투자 전부는 앙골라에서 사업을 하고자 했던 기업에서 뜯어냈거나 도스 산토스의 편의를 봐주는 대통령의 펜대 아래에서 나왔음이 밝혀졌다. 도스 산토스의 이야기는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서 탈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엿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사례다.

포르투갈에서 도스 산토스의 투자를 받은 은행들, 케이블 TV 업체, 엔지니어링 업체 등은 투자 자금의 의문스러운 출처에 눈을 감았다고 전 유럽의회 의원이자 현 포르투갈 사회당 당원, 포르투갈의 대통령 후보인 안나 고메스가 말했다. “도스 산토스가 포르투갈 은행으로 자금을 들여왔을 때 나는 계속 물었다. ‘그 돈은 어디서 나왔나? 왜 도스 산토스가 우리 시스템을 이용해 돈을 세탁하도록 내버려두는 건가?’”라며 고메스는 탄식했다. 고메스는 2016년부터 포르투갈 집행 당국에 돈세탁 혐의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출해왔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2020년 초 도스 산토스는 고메스를 명예훼손 혐의로 포르투갈 법원에 제소했다. 고메스가 도스 산토스의 은행은 자금세탁 기계에 불과하다고 트위터와 TV 방송에서 주장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도스 산토스는 소송에서 패했지만 변호사들이 항소했다.

무너지기 시작한 제국

도스 산토스의 제국은 아버지가 퇴임한 후인 2017년 9월 취임한 새 대통령 주앙 로렌수의 지도하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로렌수는 악명 높은 앙골라의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했다(국제투명성기구는 앙골라를 부패가 심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로렌수는 취임한지 두 달 만에 도스 산토스를 국영 석유기업인 소난골의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2016년 6월 도스 산토스의 아버지가 대통령일 때 임명한 자리였다.

더 대대적인 조치는 2019년 12월에 나왔다. 부패 수사의 일환으로 앙골라 법원은 도스 산토스 일가와 그 남편이 소유한 자산을 동결했다. 모바일 통신사 유니텔과 여러 은행의 지분도 동결 대상에 포함됐다. 법원은 도스 산토스와 도콜로가 소유한 법인 엑셈 에너지 BV가 소난골에 진 부채(최소 7500만 달러)를 갚기로 약속하고 갚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또 법원은 도스 산토스 부부와 직원 한 명이 앙골라 정부에 최소 11억 달러 손실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2020년 1월 앙골라 검찰총장은 도스 산토스와 도콜로를 횡령 및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

도스 산토스에 대한 심판

같은 달 도스 산토스와 그의 자산에 관련된 대량의 정보가 국제탐사보도협회(ICIJ)가 획득한 70만 건 이상의 문서 꾸러미인 루안다 리크스(Luanda Leaks)에 공개됐다. 이 정보는 도스 산토스가 앙골라 기업의 지분을 부정하게 취득했다는 포브스의 2013년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해주었다. 루안다 리크스는 도스 산토스의 조력자들도 밝혀냈다. 맥킨지와 PwC 같은 컨설팅 및 회계 업체들, 은행가와 변호사 무리들이 도스 산토스가 자산을 획득하고 해외로 옮기도록 도왔다. 지난해 포르투갈 규제 당국은 도스 산토스와 함께 일한 회계감사 기업들을 수사했고 그 과정에서 잠재적인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곳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스 산토스는 포브스 미디어, 포브스의 소유주, 포브스닷컴과도 사업을 했다. 도스 산토스가 소유한 앙골라 소재 기업 잽 미디어는 포브스 앙골라와 포브스 포르투갈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잽 미디어는 앙골라 법원의 자산 동결 목록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루안다 리크스에서 특히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대목이 하나 있다. 2006년 문서들에 따르면 도스 산토스의 남편은 포르투갈의 석유 기업 갈프(Galp)의 지분 9900만 달러어치를 매입하기 위해 소난골에 단돈 1500만 달러만 지불했다. 잔금은 사실상 앙골라 정부의 무이자 대출로 지급됐다. 네덜란드에 등록된 법인 엑셈에너지 BV를 통해 보유한 이 지분의 가치는 현재 5억5000만 달러다. 그러나 ICIJ에 따르면 이 지분은 네덜란드 법원에 의해 동결됐다.

포르투갈 당국은 도스 산토스가 소유한 자산을 환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7월 포르투갈 정부는 도스 산토스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엔지니어링 업체 에파섹을 국영화하는 강수를 뒀다. 도스 산토스는 이 기업의 생존에 무관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투갈 법원은 지난 4월, 도스 산토스가 케이블 TV 및 브로드밴드 기업 노스에 소유한 지분 5억 달러어치를 동결했다. 도스 산토스가 노스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그가 포르투갈 재계 엘리트로부터 얼마나 환영을 받았는지 보여준다. 도스 산토스는 2017년 사망한, 포르투갈의 존경받는 억만장자 벨미루 드 아제베두와의 파트너십인 ZOPT를 통해 노스 지분을 보유했다. 노스 대변인에 따르면 ZOPT 주주들은 현재 파트너십 해소 절차를 진행 중이다.

도스 산토스는 영국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 도스 산토스가 지분 25%를 보유한 앙골라의 이동통신 회사 유니텔은 지난해 말 런던에서 도스 산토스를 제소했다. 도스 산토스가 소유한 네덜란드 회사 유니텔 인터내셔널 홀딩스 BV가 2012년부터 유니텔에 지고 있는 채무 다수를 2019년 불이행했다는 게 제소 이유였다. 유니텔은 4억3000만 달러를 돌려받으려 하고 있다.

종합하면 앙골라에 동결된 도스 산토스의 자산은 최소 3억 달러로 추정되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에서 동결 또는 국유화된 다른 자산까지 합치면 약 1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스 산토스가 이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도스 산토스의 집, 요트, 현금 및 기타 자산은 4억 달러 정도 가치가 될 것으로 보이나 유니텔에 4억3000만 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다.

이 소송들은 어떻게 결론이 날까? 지난 8월 이사벨의 형제인 주제 필로메뉴 도스 산토스는 자신이 총괄했던 앙골라의 국부 펀드에서 5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앙골라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 앙골라와 포르투갈에서는 사법 체계가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이사벨 도스 산토스에 대한 소송 결과를 빠르게 확인하기는 어려울듯하다. 국제투명성기구 포르투갈 지부의 카리나 카르발류 총괄 이사는 “몇 년에 걸친 소송이 예상되며, 그동안 앙골라 국민은 빼앗긴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므로 자산 환수와 피해자 보상을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 환수는 일반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검찰이 승리해도 동결된 자산이 앙골라 정부로 돌아가리라는 보장도 없다. 2014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빼앗긴 자산 환수 프로그램 보고서 ‘희박하고 희미한(Few and Far)’에 따르면 환수된 자산(2010~2012년 사이에 고작 1억4700만 달러)과 개발도상국에서 매년 탈취된다고 추정되는 200억~400억 달러 사이에는 격차가 대단히 크다.

앙골라가 2020년 초 도스 산토스를 기소한다고 처음 발표하자 여러 매체에서 앙골라 정부가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도스 산토스는 두바이와 영국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그럼에도 도스 산토스의 삶은 예전 같지 않다. 수아레스 드 올리베이라 교수는 “도스 산토스의 위세가 크게 약해졌다”며 “이 사례는 이런 권위주의 국가의 경우 정치권력에서 경제 권력이 나오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치권력을 잃는 순간 고소당할 수 있다. 세상 속에 취약한 존재로 홀로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결 - 앙골라 법원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다음으로 여러 국가의 법원이 이사벨 도스 산토스와 그의 남편에게 속한 자산을 동결하고 나섰다.

2019년 12월: 앙골라 법원이 이동통신 회사 유니텔과 은행 두 개의 지분 최소 3억 달러어치를 동결하라고 명령했다.

2020년 1월: 앙골라 검찰총장이 이사벨 도스 산토스와 그 남편 신디카 도콜로를 횡령 및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

2020년 2월: 포르투갈 검찰청이 도스 산토스의 국내 은행 계좌 수십 개를 동결했다.

2020년 4월: 리스본 법원이 포르투갈의 통신 및 케이블 TV 회사 노스의 지분 약 5억 달러어치를 동결했다.

2020년 7월: 포르투갈 경제부 장관은 도스 산토스 일가가 약 2억2500만 달러로 추산되는 72% 지분을 보유한 엔지니어링 회사 에파섹 파워 솔루션을 국유화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9월: 네덜란드 검찰은 도스 산토스의 남편(다음 달 사망했다)이 소유한 네덜란드 법인 기업 엑셈 에너지 BV가 어떻게 포르투갈 석유 기업 갈프의 지분을 획득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5억 달러 가치인 갈프의 지분을 포함해 엑셈 에너지 BV가 소유한 자산을 동결했다.

2020년 10월: 앙골라 이동통신 업체 유니텔은 도스 산토스가 소유한 기업 유니텔 인터내셔널 홀딩스 BV가 채무를 불이행했다고 주장하며 런던 법원에 도스 산토스를 제소했다. 유니텔은 대금 4억3000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KERRY A DOL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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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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