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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현이 만난 파워 크리에이터(1)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부사장 

원천 콘텐트로 ‘360도 사업’… 다양한 변주가 ‘아기상어’ 생명력 

사진 김현동 기자
지금까지 이런 동요는 없었다. 유튜브 영상 조회수 79억 뷰를 넘어선 ‘아기상어’ 얘기다. 한국의 동요 콘텐트 기업 스마트스터디의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Baby Shark Dance)’ 영상은 지난해 11월 2일 70억3700만 뷰를 찍으며 2017년부터 1위를 유지해온 루이스 폰시의 뮤직비디오 ‘데스파시토’를 제친 이후에도 매일 1000만 뷰 이상 조회수가 오르고 있다. 이 영상이 담긴 유튜브 핑크퐁 채널에서는 관련 콘텐트 5000여 편이 20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고, 구독자 7000만 명에 누적 조회수는 360억 건에 달한다. 유아동을 위한 동요 율동 영상으로 ‘K콘텐트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견인하고 있는 이승규(47) 스마트스터디 부사장을 만났다.

▎이승규 부사장은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오는 스마트스터디에서 해외 사업 총괄을 맡고 있다.
유튜브뿐만 아니다. 164개국에서 출시된 모바일 앱 시리즈 170여 종은 2억5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112개국 스토어에서 교육 분야 매출 1위에 올랐다.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 ‘아기상어’가 20주 연속 오르고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6위에 오르는 등 음원 시장도 장악했다. 스마트스터디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우주대탐험(Pinkfong Baby Shark Space Adventure)]은 넷플릭스 미국 ‘오늘의 Top 10’ 영화 부문에서 일일 랭킹 5위를 비롯해 전 세계 17개 국가에서 넷플릭스 영화 랭킹 Top 10에 진입했다.

아기상어의 선전에 힘입어 스마트스터디는 최근 5년 새 매출이 11배, 영업이익은 23배로 성장했다. 올봄에는 세계 최대 키즈 채널 니켈로디언과 공동 제작한 TV 애니메이션 [베이비샤크 빅쇼](이하 [빅쇼])도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부터 시작해 내년 초까지 전 세계 방영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연말 북미 지역에서 방송된 [빅쇼]의 크리스마스 스페셜 영상은 이미 북미 케이블TV 유아동 분야 주간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기상어 인기를 처음엔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대박 조짐을 느낀 시점이 언제인가요.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땐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제작한 것 중에 가장 귀에 잘 들어온다고 생각한 정도였어요. 사실 한국 연예인들이 예능에서 많이 커버하기 시작할 때부터 조짐은 느꼈죠. 원곡이 미국 전래동요라, 영어 노래를 먼저 만들고 나서 한국어로 바꾸는 작업을 했거든요. 영어 가사가 입에 더 잘 붙으니 해외에서도 뭔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우연히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베이비샥 챌린지’라는 자발적인 소셜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화제가 됐어요.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거쳐 영국 찍고 미국까지 가는 걸 보면서, 이 인기는 우리가 만든 걸 뛰어넘어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졌다는 걸 깨닫게 됐죠.

아기상어가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는 아닌데, 탄생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아기상어가 동물 동요 앨범 20곡 중 하나인데, 그 앨범 콘셉트가 ‘반 발자국 앞서가자’였거든요. 클래식에서 한 소절을 따오든지 전래동요를 케이팝처럼 편곡하는 식으로, 어디서 들어본 듯한 멜로디를 변주해 발전시키는 ‘익숙한 낯섦’이라는 콘셉트를 택한 거죠. 소재 면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고요. 기존 동요의 귀여운 동물에서 벗어나 공룡이나 상어, 사자처럼 좀 무서운 동물까지 확장한 건데, 두 가지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바이럴 마케팅을 잘한 것 아닌가요.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 아만다 서니가 인도네시아 아침방송에서 부른 걸 시작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챌린지 영상을 올리면서, 단순히 동요가 아니라 나를 드러내는 현상으로 바뀌었어요. 그 현상을 우리가 시작한 건 아니지만 대응을 잘했다 생각해요. 인도네시아에서 조회수가 올라가는 걸 확인한 바로 다음 날 동료 2명이 자카르타로 날아가서 핑크퐁과 아기상어 탈을 쓰고 현지 방송에 출연하고 행사를 뛰며 이게 사실 스마트스터디라는 한국 회사가 만든 노래란 걸 알렸거든요. 스타트업이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아만다 서니는 아기상어를 왜 불렀는지 물어보셨나요.

아직 못 만났어요(.웃음) 다음에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네요. 보통 아기상어를 알게 되는 경로가 두 가지예요. 자기 아이들이 좋아해서 알았거나, 따라 하기 쉬운 춤을 가졌다는 것도 장점이죠. 몸치인 사람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 덕분에 누구나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원히트 원더’ 넘어서는 브랜딩 전략


▎스 마트스터디의 2 대표 브랜드 ‘핑크퐁’. 어린왕자와 여우를 합친 캐릭터다. / 사진:스마트스터디
스마트스터디는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오고, 특히 북미 지역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창업 당시부터 국내 출생률 감소 경향을 읽고 글로벌 시장을 타깃팅한 결과이다. “애초부터 영유아는 무조건 글로벌로 가야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상대적으로 문화적 차이가 덜하니까 현지화 비용도 적게 들죠. 딱히 미주 시장을 노린 건 아닌데 특히 아기상어는 원곡이 북미 쪽 전래동요니까요. 마치 백설공주 잔혹동화처럼 슬픈 느낌의 원곡이지만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비트와 후렴구, 음악이 켜켜이 빌드업되는 케이팝적인 느낌을 집어넣었거든요. 아이들이 들으면 흥겨워서 몸을 움직이면서 자꾸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기본적인 본능에 맞았기에 글로벌에서도 통한 것 같아요.”

코로나19의 타격도 있었을 텐데요.

아무래도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으니 머천다이징과 라이선싱에 영향은 있었지만, 콘텐트 매출 면에서는 오히려 플레잉타임이 늘어나서 어느 정도 보완이 됐어요. 가장 아쉬운 건 공연이죠.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국 100개 도시를 돌았던 라이브쇼 투어가 반응이 좋아서 2차 투어가 예정돼 있었거든요. 공연은 매출도 매출이지만, 아이들이 눈앞에서 경험하면서 애착이 긴밀하게 형성되는 기회잖아요.

사실 아기상어의 성공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폭발적 성장을 빼곤 논할 수 없다. 2011년부터 ‘인기율동동요’라는 모바일 앱으로 매출을 올려온 스마트스터디가 2016년 ‘공짜’ 플랫폼 노출을 시작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채널 구독자에게 관련 영상을 자동 노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2015년쯤 유튜브에서 미국 쪽 동요 딜리버리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는 얘길 들었죠. 우리는 앱에서 매출을 만들던 회사라 처음엔 공짜로 풀기가 망설여지긴 했는데, 워낙 성장하는 플랫폼이니 빨리 올라타서 테스트를 해보기로 한 거죠. 그 시점이 절묘하게 유튜브가 확 퍼지던 때라 기존에 못 만났던 유저를 얻게 됐어요. 앱을 내려받아야 볼 수 있었던 콘텐트가 유튜브에선 몇 곡 듣다 보면 계속 저절로 뜨니까요. 사실 아기상어 영상도 핑크퐁 채널을 구독하면서 여러 영상을 접했던 알고리즘을 통해서 전해진 것이에요. 아기상어가 화려하게 핀 꽃이라면 그 뿌리와 줄기에는 핑크퐁이라는 브랜드로 그동안 우리가 만들었던 곡들의 영향이 녹아 있는 거죠.”

핑크퐁이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와 여우를 합친 캐릭터라면서요.

창업 초기에 앱으로 스마트폰용 스티커북을 만들었어요. 그때 주인공이 봄이라는 여자애와 퐁이라는 분홍색 여우였어요. 아쉽게도 상업적 반응은 별로였지만 거기서 건진 게 두 주인공을 합쳐 만든 ‘핑크퐁’이에요. 모든 것은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각해요. 지금도 어떤 캐릭터가 나오면 그리스신화 누구 이미지랄까 80년대 어떤 여배우 느낌이라는 얘기들을 하잖아요. 우리 캐릭터도 어디서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에서 가져오려 한 것이죠.

아기상어가 일시적 붐에 그치지 않은 것도 핑크퐁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확장성을 더해간 덕이다. 본업인 동요 콘텐트 개발에 머문 것이 아니라 영상 배급부터 공연 제작,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까지, 원천콘텐트를 이용해 ‘360도 사업’을 벌이며 사람들을 아기상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세계 최대 키즈 채널 니켈로디언과 공동 제작한 [베이비샤크 빅쇼]. / 사진:스마트스터디
“아기상어로 뜨고 보니 대부분의 노래가 짧은 시간 풍미하고 사라진다는 게 가장 큰 위협이더군요. ‘강남스타일’이 너무 좋지만 지금 굳이 찾아 듣지 않잖아요. ‘원히트 원더’에 그치지 않으려면 모든 콘텐트에 새로움을 더해야 하죠. 음악적으로는 국악 버전, 캐롤 버전, EDM 버전까지 만들어서 코첼라 페스티벌까지 진출했고, IP적인 관점에서도 다양한 접점에서 여러 결을 리치하게 만들어가고 있어요. 셀럽도 신비감이 있어야 하잖아요. 요즘 ‘부캐’ 유행도 진부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건데, 햄버거 라이선스부터 공연 제작까지 다양한 컬래버를 하면서 각각의 콘텍스트에 맞게 변주하고 있어요. 우리가 직접 크리에이터이자 퍼블리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미학 전공자인데, 미학 공부가 사업 성공에 도움이 됐을까요.

음악, 영상, 미술사 같은 다양한 예술 이론을 배우면서 예술과 문화에 대한 감수성을 높인 게 콘텐트가 중요한 이 시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 스스로 크리에이터가 아니라도 저의 취향을 가진 상태에서 상대방의 취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조합을 찾는 데도 일종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니켈로디언과 공동 제작한 [빅쇼]는 지난해 KBS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과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캐릭터 룩 자체를 미국 카툰 스타일로 그렸어요. 한국에서 만든 게 짧은 가족 이야기였다면, [빅쇼]는 엄마 아빠도 직업이 다 있고, 아기상어가 단짝 친구도 라이벌도 만나면서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횡적인 사회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들어 있죠.

아기상어의 무한 변신은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터전에 기반하고 있다. 스마트스터디는 2010년 창업 당시부터 자율출퇴근제와 무제한휴가를 고수해온 것으로 유명한데, 실제로 사무실에는 사람보다 인형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여기가 천국이 아니라 정글’이라고 표현했다. “콘텐트업에서 제일 중요한 게 사람이죠.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인은 자율성이라 생각해요. 결국 성과를 내야 하는데 나의 성과를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내가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어야겠죠. 본인이 엄마인 크리에이터들이 기존의 레거시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콘텐트를 자유롭게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아기상어가 탄생한 거라 생각해요.”

전 세계 아이들의 유년기에 지분을 갖게 됐으니, 메시지 전달에도 신경 써야겠죠.

미국에서 콘텐트를 만들어보니 문화적 감수성 면에서 우리가 너무 옛날식 스테레오 타입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흑인이면 전부 고수머리로 그리는 식이죠.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지금 ‘as is’의 세계 모습들, 내가 있는 곳에서 먼 나라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도 관심을 갖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기상어는 바다가 오염되면 살 수 없잖아요. 얼마 전 홍콩 NGO와 1회용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노래를 만들기도 했는데,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를 위해서 힘이 될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유주현은…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일본의 다카라즈카 가극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창 시절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휩쓸던 영광의 기억을 품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살아왔다. 2010년부터 중앙SUNDAY에서 공연을 중심으로 영화, 문학,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을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전달하고자 부단히 글을 쓰고 있다.

202103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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