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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를 없애려는 10억 달러짜리 계획 

 

밀레니얼 세대는 플라스틱 사용을 꺼리며 부채 또한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펌의 맥스 레브친은 젊은이들을 위한 선구매 후지불 패키지를 개발해 억만장자가 됐다.
1986년 4월 26일 10살 소년 맥스 레브친과 그의 가족은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살고 있었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144km 남쪽에 있는 곳이다. 구소련 정부가 재난 규모를 감추려고 총력을 기울일 때 물리학자인 레브친의 모친은 방사능의 위험을 인지하고 즉시 맥스와 그의 형제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크림반도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보냈다. 5년 뒤 레브친의 가족은 단돈 700달러를 들고 유대인 난민으로서 시카고 땅을 밟았다. 루블화가 폭락하면서 정부는 사람들이 나라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돈을 제한했다.

레브친이 공동 설립하고 CEO를 맡고 있는 선구매 후지불 핀테크 기업 어펌 홀딩스(Affirm Holdings)의 주가는 기업공개 당일에 두 배 뛰어 96달러가 됐다. 시가총액은 240억 달러, 레브친의 지분 가치는 25억 달러로 뛰었다.

레브친은 하와이 빅아일랜드에서 포브스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12월부터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곳이다. 이민자 수학 신동인 레브친은 23세에 온라인 결제 혁명을 일으킨 페이팔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옐프를 설립해 2015년까지 회장을 지냈고, 미디어 공유 서비스 슬라이드를 설립해 2010년 구글에 1억8200만 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가임기를 추적하는 앱인 글로우도 설립했다. 페이팔 마피아라고도 불리는 페이팔 창업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억만장자가 됐다. 일론 머스크, 피어 틸, 리드 호프먼의 재산은 오늘날 총합 1900억 달러에 달한다.

이제 레브친도 팬데믹 동안 크게 늘어난 온라인 상거래와 10년 전 가졌던 선견지명 덕분에 마침내 억만장자가 됐다. 신용을 잘못 다뤄 고생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레브친은 경제 대공황에 겁을 먹고 신용카드와 소비자 부채를 꺼리던 밀레니얼 세대의 상식이 잘못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밀레니얼 세대가 신용카드를 싫어하는 이유는 연체 수수료, 대형 은행(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을 생각해보라), 말도 안 되게 대출 액수를 불려나가는 술수 등이었다. 특히 신용카드 리볼빙의 이자가 어떻게 불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더욱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어펌의 이율은 낮은 편이 아니다. 연이율은 대출자의 신용, 판매자가 무이자 결제를 지원하는지 여부에 따라 0~30% 범위에서 책정된다. 그러나 어펌은 연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으며 특정 물품을 구매할 때 내야 하는 총이자를 미리 보여준다. 이는 보통 3개월에서 12개월 사이의 고정된 지출로 표시되며, 규모가 큰 품목을 구매할 때는 최대 4년까지도 이어진다. 소비자들은 어펌을 통해 비싼 물건을 즉시 구입하면서 매달 신용카드로 대금을 지불하면 된다. 이와 달리 카드 소유자가 신용카드로 리볼빙을 할 경우 설령 4달러짜리 라테 한 잔을 구매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이자가 발생한다. 카드 소유자의 약 40%가 리볼빙을 유지하고 있다.

판매점 즉시대출이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다 보니 펠로톤, 미러, 웨스트 엘름 등 고급 브랜드는 어펌을 통해 무이자 할부 거래를 지원한다. 소매점 결제는 9월 30일을 기준으로 지난 12개월 동안 어펌의 매출 5억9600만 달러 중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어펌은 그 12개월 동안 9700만 달러 손실을 봤고, 아직 수익을 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현재 투자자들은 어펌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다. 월드페이의 예측에 따르면 선구매 후지불은 2025년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자상거래 결제 방법이 될 전망이다. 어펌과 그 경쟁사인 스웨덴의 클라르나(Klarna), 호주의 애프터페이(Afterpay)는 2020년 미국 내 거래액 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5년 전 1억 달러보다 크게 증가한 액수다. 한편 미국 신용카드 리볼빙 금액은 꾸준히 감소세이며 카드 사용액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선결제 후지불 기업들은 저마다 이 사업의 미래를 다르게 상상한다. 예를 들어 애프터페이는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거나 이자를 부과하지 않지만 매출의 14%를 레브친이 기겁하는 연체 수수료에서 챙긴다.

IPO 전 자료를 제출할 때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레브친은 “유해한 금융 제품을 판매하고 고객의 실수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의 몰락을 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비싼 물건을 무이자 할부로 제공하지만 고객이 제때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연체 이자율로 뒷통수를 치는 신용카드 모델을 언급했다.

레브친의 활약상

지난 수년 동안 레브친은 자신의 불운한 이민 이야기를 최대한 활용했다. 레브친의 말에 따르면 그가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의 컴퓨터공학 프로그램에 입학한 이유는 레브친이 가고 싶었던 ‘MTI’라는 학교를 고등학교 진로 상담 교사가 몰랐기 때문이었다. 레브친이 어렸을 때 TV에서 봤던 MIT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철자를 잘못 썼던 것이다.

레브친은 대학 졸업 후 실리콘밸리로 가기 전까지 여러 차례 스타트업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암호화 작업으로 틸의 관심을 끌게 됐다. 페이팔에서 레브친은 팸파일럿(PalmPilot)부터 시작했던, 한 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돈을 안전하게 송금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부정행위를 탐지하는 핵심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도 기여했다. 레브친은 페이팔이 2002년 기업공개를 할 때 CTO였다. 그때 페이팔은 여러 차례 펀딩을 마치고 머스크의 스타트업인 X.com과 합병한 상태였다. 몇 달 뒤 이베이가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했을 때 레브친은 자신의 지분 2.2%에 해당하는 3300만 달러를 가지고 회사를 나왔다. 레브친은 슬라이드를 구글에 매각할 때도 비슷한 액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인수한 지 1년 뒤인 2011년에 슬라이드의 서비스를 중단했다.

2012년 레브친은 당시 결제업체 트라이얼페이(TrialPay)의 CEO였던 친구 알렉스 램펠과 함께 스타트업을 구상하면서 페이스북 프로필을 바탕으로 위험을 평가하여 대출을 쉽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안했다. 램펠과 레브친, 팔란티르(Palantir) 공동 설립자 네이선게팅스, 사이클링을 통해 레브친을 알게 된 연쇄 창업가 제프 카디츠는 어펌의 공동 창업자가 되어 대출 알고리즘 개발에 착수했다.

팀이 2014년 자체 대출과 다른 은행 상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했을 때 레브친은 CEO가 됐다. 카디츠는 “은행을 세우려면 돈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데 레브친은 업계에서 유명 인사였다”고 말했다. 2015년 중반까지 어펌은 틸,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등 투자자로부터 대출과 지분으로 3억2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코로나19 이전의 성장 속도는 신통치 않았다. 어펌은 새로운 주요 판매자들과 계약을 하고 2018년 20억 달러 대출을 발행했지만 적자를 냈다. 기업 정보 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2019년에는 대출과 지분으로 11억 달러를 모금했고, 기업가치는 29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팬데믹 덕분에 자금 규모는 충족됐지만 아직 수익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어펌의 미국 내 대출자는 560만 명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9월 30일 기준으로 이전 12개월 동안의 대출 규모는 펠로톤(Peloton)의 약진에 힘입어 53억 달러를 기록했다. 펠로톤은 2000달러짜리 가정용 운동 자전거를 판매해 2019년 여름부터 2020년 여름까지 매출을 거의 3배나 높였다. 3분기 펠로톤은 어펌의 매출 30%를 차지했다. 펠로톤을 제외하면 어펌의 3분기 성장률은 98%가 아니라 61%라고 컴퍼스 포인트(Compass Point) 총괄 이사인 빌 라이언은 추산했다.

어펌이 기업공개 후 8일 만에 기록한 시가총액 260억 달러를 증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12개월 동안 지지부진했던 매출의 44배나 되는 액수다. 대출 업체, 심지어 잘 성장한 결제 업체가 아니라 IT 업체 수준으로 가격이 매겨졌다. 페이팔의 경우 시가총액이 매출의 12배를 넘지 않는다.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레브친은 몇 가지 대담하고 값비싼 행동에 나섰다. 지난 7월에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의 미국 내 판매점에 독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따내기 위해 자사 지분의 5%를 쇼피파이 측에 보증금으로 제공했다. 현재 그 가치는 20억 달러에 달한다. 12월에는 캐나다의 선결제 후지불 업체인 페이브라이트(PayBright)를 2억64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 사이 경쟁사들은 어펌의 판매자 수수료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애프터페이는 4~5%, 클라르나는 3~4% 수수료를 부과하는 데 비해 어펌은 판매자에게 약 6% 수수료를 부과한다. 그리고 신용카드 업체들도 반격을 시작했다. JP모간 체이스, 시티 등 기존 금융 업체도 다른 카드 사용액에 이자를 부과하지 않고 큰 거래액을 작은 할부로 쪼개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출 지형이 바뀌면서 이율은 결국 올라갈 것이고, 현재는 4% 정도로 낮은 수준인 어펌의 기본 이율도 높아질 것이다.

한 가지 부문에 집중하며 시작한 다른 핀테크와 마찬가지로 어펌도 결국은 자사의 투명한 수수료를 믿는 충성고객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판매하며 수익을 내고자 할 것이다. 지난 6월 어펌은 최저 금액과 수수료 없이 수익률은 높은 저축예금 계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 IPO로 거머쥔 12억 달러를 들고 무엇을 할까? 어쩌면 밀레니얼을 겨냥한 새로운 종류의 신용카드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리볼빙은 이제 그만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빚을 청산하기 시작하면서 리볼링 대출은 2020년 11%나 감소했다. 그동안 리볼빙 외 소비자 대출은 4% 늘었다.

- JEFF KAUFL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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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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