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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10) 

‘클럽하우스’의 성공 방정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서비스 안의 모든 사용자는 나이, 인종, 성향 등에 구애받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는 대명제를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이든 서비스 안에서 함께 어우러져 잘 지낼 것 같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보이는 패턴은 조금 다르다.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는 유명인이 늘면서 대중의 관심도 폭발하고 있다.
세대와 인종, 국경, 성향 등에 따라 사용하는 서비스가 다르고 주제와 포맷에 따라서도 사용자들의 시각과 접근법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모든 음식이 다 차려진 대형 뷔페 같은 메가 SNS(페이스북, 카카오 등)가 이미 존재하지만, 맛보고 싶은 음식에 따라 기분에 따라 사람들은 여러 맛집(트렌디한 SNS 서비스)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요즘 그 맛집을 찾아다니는 SNS 팔로워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새로운 SNS의 이름은 바로 ‘클럽하우스(Clubhouse)’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등 유명 인사들이 직접 참여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서비스가 생긴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안데르센 호로이츠(페이스북 투자사)와 같은 유명 VC로부터 1조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과연 이 서비스가 뭐길래, 이토록 사람들에게 FOMO(fear of missing out: 지금 놓치면 뒤처진다)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음성으로 소통하는 SNS


▎아이폰 앱스토어에 뜬 클럽하우스 다운로드 창.
우선 클럽하우스의 구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영상(유튜브나 틱톡 등)이나 문자(트위터)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는, 이 앱이 음성 기반 소셜 서비스라는 점이다. 방을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대화방을 만들 때 프라이버시 세팅을 통해 모두에게 완전히 공개된 오픈 대화방을 만들지, 내가 팔로우하는 지인 중심 방을 만들지, 선택된 소수만 참가하는 비공개 대화방을 만들지 결정한다. 그리고 이 공개 설정 여부가 대화방의 형식을 좌지우지한다.

공개 대화방은 라디오 방송처럼 활용될 수 있고, 비공개 대화방은 전화 통화처럼 사용될 수 있다. 서비스 안에 보이는 대화방의 주제는 다양하다. 전문적인 이야기부터 사소한 잡담까지 방을 만들고 참여하는 사용자들 마음이다. 방에 입장하면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참여자가 되어 자유롭게 대화한다. 하지만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청취자 모드로 편하게 듣기만 해도 된다. 원하는 주제를 검색하거나 관심 있는 사용자를 따라 이 방 저 방을 옮겨 다니며 편하게 소통하는 것이 본질이다.

클럽하우스의 사용자 경험은 음성 기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됐다. 단순하다 못해 제한적인 요소도 많다. 대표적으로 앱 안에서 사용자들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 사용자가 본인 계정에 연동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주제의 방을 찾기 위해서는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떤 대화에 참여하는지 관찰하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러한 제한적인 사용자 경험은 초창기 트위터(140자 글자 수) 혹은 틱톡(60초 영상)의 모습과 닮은 점이다.

이처럼 제한적이면서 특이한 클럽하우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너 서클(Inner-circle; 귀속된 집단)의 높은 문턱. 이 서비스는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 누구든 앱스토어(현재는 아이폰만 가능)에서 앱을 내려받아 가입할 수 있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이미 그 앱 안에 들어와 있는 사용자가 새로운 사람을 초대하거나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 새로 입장한 사용자의 프로필에는 누가 그 사람을 초대했는지 표시된다. 누가 누구의 이너 서클인지 공공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사용자가 입장한 후에 기본 지급되는 초대권은 두 장이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의 관계망이 형성된다. 서비스 안에 들어온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클럽에 들어가 자신의 서클을 넓혀나가야 한다. 누가 더 ‘인싸’인지를 부추기는 구조가 기본 콘셉트다. 내가 어떤 인싸 사용자의 친구고 내 이너 서클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남들이 모르던 최신 정보 혹은 쓸 만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사람들 사이의 인맥 형성 경쟁은 치열하다.

둘째, 심플한 사용자 경험이 가져오는 적은 피로도. 요즘 SNS는 단순한 일상의 공유를 넘어 뉴스, 쇼핑, 교육, 업무 등을 포괄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발전했다. 덩치가 커진 만큼 신경 쓸 것도 너무 많아졌다. 페이스북 메인 피드(Feed)를 보면 정보의 홍수로 인해 마치 사람들로 붐비는 뉴욕 타임스퀘어나 서울 강남역 사거리를 지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정보도 분명 존재하지만, 함께 노출되는 과잉 정보와 상업 광고들은 사용자를 압도한다. 유튜브도 웬만한 영상 하나를 광고 없이 끝까지 보기가 어렵다.

이에 반해 클럽하우스는 아직 광고 노출에 대한 부담이 없는 만큼 사용자 입장에서 콘텐트 자체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다. 그리고 앱이 제시하는 제한적인 사용자 경험 덕분에 사용자의 간섭은 최소화된다. 선택적 정보의 습득과 교류는 서비스 사용 시 피로도를 줄여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르며 서비스에 감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강한 귀속감과 아날로그 감성

셋째,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적절한 조화. 음성은 인간이 지닌 가장 아날로그적인 형태의 의사소통 수단이다. 클럽하우스는 아날로그 기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해 ‘사람 사이의 연결’이라는 SNS의 대명제를 풀어나간다. 아날로그를 거쳐 간 기성세대뿐 아니라 살면서 아날로그적 방식을 경험하지 못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조차 아날로그에 묘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 가령 고성능 5G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루는 현 시대에 과거 2G 휴대폰을 일부러 찾아 사용한다. 또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스트리밍 받아 들을 수 있는 환경이지만 예전 LP판을 일부러 찾아 듣기도 한다.

현재 디지털 네이티브의 주된 소통 수단으로 여겨지는 문자 기반 소통은 음성 기반 소통 자체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했다기보다 적절한 소통 창구를 제공하지 못했던 기존 SNS의 잘못은 아닐까? 클럽하우스가 바로 그 빈틈을 잘 공략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모른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인해 클럽하우스는 생긴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근래 보기 드문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는 SNS 분야 인기 순위 1위에 올랐고 일본에서는 무려 부동의 1위 라인(Line)을 제쳤다. 이러한 전 세계적 사용자 증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으로 이들에게는 수익화 압박과 커뮤니티 관리 및 테크 인프라 확장과 같은 험난한 숙제가 계속 터져 나올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이나 BTS와 그들의 팬클럽 ‘아미’ 같은 메가 플레이어들이 서비스에 들어와 그들의 운영 모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또 투자자들의 수익화 압박으로 성급한 비즈니스 모델이 하나둘 적용되기 시작하면 서비스의 본질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성공적 서비스가 그래왔듯, 위험을 기회 삼아 발전해나간다면, 클럽하우스는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 이상인 MS 디렉터는…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현재 미국의 디지털 디자인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딜로이트컨설팅 뉴욕스튜디오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그는 현재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서 디자인 컨버전스 그룹을 이끌고 있다.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 속해 있는 55개 서비스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모든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202103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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