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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빅3’ 올라탄 K-스타트업의 질주 

 

포브스코리아는 지난 6년간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에 선정된 한국의 젊은 기업가들이 어떻게 성장해나가고 있는지 분석했다. 선정 이후 더욱 승승장구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성장세가 둔화됐거나 얼마 못 가 사업을 접은 사례도 있었다. 선정 이후 크게 성장한 이들의 공통점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뒤 한눈팔지 않고 성장 가능성을 100% 믿으며 사업에만 몰두한 이들이었다.

▎이승윤 래디쉬 대표
“Today’s disrupters and tomorrow’s brightest stars(오늘의 파괴자들과 내일의 밝은 별들).” 포브스가 2011년 최초로 ‘30 Under 30’ 리스트를 발표하며 내건 문구다. 포브스 편집부는 누가 기존의 룰을 파괴하고 혁신을 이뤄낼지, 20년 뒤에 당신이 누구를 위해 일하게 될지, 현재 떠오르는 20대 샛별들 중에 누가 진정한 미래 스타가 될지 독자와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질문에 부합하는 후보자 수천 명이 명단에 올랐고, 그해 360명이 30세 이하 리더로 최종 선정됐다. 이후 포브스는 매년 산업군별로 30세 이하 리더를 30명씩 선정해오고 있다.

포브스는 올해부터 사회적기업가(Social Entrepreneurs) 카테고리를 없애고 소셜임팩트(Social Impact)와 소셜미디어(Social Media)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SNS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면서 그동안 리스트에 없었던 인플루언서, 유튜버, 틱톡커, 인스타그래머 같은 타이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시아 속 한국의 위상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포브스 30세 이하 리더’ 리스트는 2016년부터 유럽과 아시아로 보폭을 넓혔다. 포브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국가별로 30세 이하 리더를 선정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한국의 벤처·스타트업 업계에도 대규모 투자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더 브이씨에 따르면 2016년 약 2조8000억원대였던 투자금액은 2019년 18조원을 돌파하며 4년 만에 9배 가까이 성장했다.

폭발적인 벤처·스타트업 투자 붐으로 포브스 리스트에서 한국의 존재감도 커졌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아시아 국가에서 총 1563팀이 선정된 가운데 가장 많은 유망주를 배출한 국가는 인도(330팀), 중국(275팀), 한국(144팀), 일본(133팀), 호주(128팀), 싱가포르(103팀), 인도네시아(87팀) 순이다.

한국에서는 2016년 13팀, 2017년 31팀, 2018년 23팀, 2019년 28팀, 2020년 25팀, 2021년 23팀 등 144팀이 선정됐으며, 역대 선정 인원은 총 192명이다. 성비를 분석한 결과, 남성 121명, 여성 71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1.7배가량 많았다. 최연소 유망주는 2018년 13세 나이로 선정된 피겨스케이팅 선수 유영이었으며, 스포츠 선수와 아티스트를 제외하면 2016년 의약품 중개 플랫폼 바오바브코리아를 설립했던 김민준씨가 2017년 17세 나이로 최연소 선정자 타이틀을 가져갔다.

‘대박 M&A’의 주인공


▎윤자영 스타일쉐어·29CM 대표
최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이는 2016년 30세 이하 리더로 선정된 이승윤씨다. 그가 2015년 설립한 영미권 모바일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는 최근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약 5000억원(4억4000만 달러)에 인수됐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 웹소설의 북미 시장 선점을 위해 오리지널 콘텐트 IP(지식재산권)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웹소설계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래디쉬가 수혜를 본 것. 래디쉬는 스마트폰에서 5~10분 분량의 연재소설을 쓰고, 공유하며, 작가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스토리 플랫폼으로, 1만여 개가 넘는 IP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래디쉬 IP를 활용해 전 세계에 통하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제작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정치철학경제학부를 졸업한 이승윤씨는 재학 중 옥스퍼드대학교 역사상 첫 동양인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으로 뽑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6년 유일한 한국인 여성 CEO로 30세 이하 리더에 이름을 올린 윤자영 스타일쉐어·29CM 대표도 무신사와 3000억원대 규모 M&A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두 회사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K패션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무신사는 인수 후 직원 고용 승계 및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남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MZ세대의 패션 놀이터로 성장한 무신사가 10~20대 여성이 메인 소비층인 스타일쉐어를 품으면서 더 큰 지지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자영 스타일쉐어·29CM 대표는 “국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세대별·취향별로 개성이 뚜렷한 팬덤을 만들어온 세 서비스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더 큰 시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다”며 “동시에 기존 고객에겐 변치 않는 만족을 줄 수 있도록 각 서비스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약 중인 차기 유니콘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2017년 30세 이하 리더에 선정된 김병훈, 이주광씨도 에이프릴스킨을 국내 1위 D2C(Direct to Customer) 기업 에이피알(APR)로 키워냈다. 두 사람은 2014년 에이프릴스킨을 공동 창업한 이후 국내 1세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성공한 화장품 브랜드로 키워냈다.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메디큐브, '포맨트' 등 뷰티 브랜드를 론칭하고, 스트릿 패션 브랜드 '널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글램디'를 연이어 선보였다. 2017년에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에이피알로 사명을 변경했다. 에이피알은 중간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 전략에 주력한 결과,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2199억원 가운데 온라인 매출 비중이 68%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매출도 전년 대비 2.5배가량 늘었다.

에이피알은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 일상화로 화장품 분야가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 트러블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오히려 성장을 일궈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무역의날 ‘3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했고, 최근 ‘국가대표 수출기업’으로 선정됐다. K-뷰티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에이피알은 현재 김병훈씨가 단독대표로 이끌고 있으며, 공동 창업자인 이주광씨는 지난해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 ‘무신사’ 등 여러 브랜드의 고문 및 투자 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新산업의 리더


▎임형철 게임베리 대표
모바일 광고 플랫폼 게임베리를 창업한 임형철 대표도 2017년 선정 이후 더욱 성장한 케이스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1년 게임베리를 설립한 그는 2017년 30세 이하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게임베리는 광고 데이터 최적화 기술을 활용한 광고 플랫폼 ‘정글엑스’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광고주들은 정글엑스가 분석해주는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하는 매체에 광고를 노출하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게임베리는 광고와 기술을 결합한 애드테크(Advertising technology) 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했다. 그 결과, 현재 50여 개국에서 2000여 개 서비스가 게임베리의 광고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 선정 ‘아시아태평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37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한국인이 창업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몰로코’가 애드테크 분야 최초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데 이어 게임베리가 글로벌 애드테크 시장에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
2018년 선정자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이는 국내 3위 규모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을 설립한 차명훈씨다. 화이트해커 출신 보안전문가인 차씨는 2014년 블록체인과 임호화폐를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시장을 구축하고자 코인원을 세웠고,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1억원과 155억원을 달성했는데, 특히 거래 수수료 매출이 1년 만에 200% 이상 증가했다. 올해로 창립 7주년을 맞은 코인원의 누적 거래액은 180조원을 넘어서며 업계 선두인 업비트, 빗썸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

차 대표는 단순 가상자산거래소 역할에 그치지 않고 탈중앙화 금융 산업인 디파이(de-fi), 가상자산 관련 재테크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사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에 등장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대기업들은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산업과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의 경우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Non-Fungible Token)’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포브스도 미디어 업체 중 최초로 유명 디지털 아티스트가 작업한 표지를 NFT 형식으로 경매에 부쳤는데 3억원 이상에 판매됐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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