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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공동경비’ 

 

사업을 하다 보면 2개 이상의 법인을 차릴 때가 종종 있다. 세법상 특수관계라면 법인 간 거래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그중 하나가 ‘공동경비’다.

사업을 영위하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2개 이상의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할 때가 있는데, 개인인 주주 또는 경영자와 법인을 구분하지 못하고 양자를 동일체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내가 운영하는 회사들인데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단순한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법인은 엄연히 법률상 별개의 인(人)이기 때문에, 경영자나 주주의 이익과 별개로 각 법인이 가지는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운영해야 한다. 특히 세법상 특수관계가 성립하는 경우라면 법인 간의 거래는 더욱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되고 그중 하나가 바로 ‘공동경비’에 관한 것이다. 실무상 ‘공동경비’는 빈번하게 세무조사 대상이 되며, 또 자주 과세되는 항목 중 하나이다.

‘공동경비’란 무엇일까? 법인세법은 “법인이 그 법인 외의 자와 동일한 조직 또는 사업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경영함에 따라 발생되거나 지출된 손비”를 공동경비로 본다(법인세법 제26조 제4호).

실무적으로 빈번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공동조직’보다는 ‘공동사업’과 관련된 비용이다. 이는 세법상 ‘공동사업’의 의미가 불분명하기 때문인데, ① 법인세법이나 부가가치세법은 공동사업의 정의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고, ② 소득세법 제43조 제1항에서 “사업소득이 발생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고 그 손익을 분배하는 공동사업”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이 역시 명확하지 않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동일한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와 수입·판매하는 회사가 해당 제품에 대한 공동광고선전비를 분담하기로 하는 정산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위 비용이 ‘공동경비’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세법에 따라 그 배부의 적정성을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7.3.9, 선고, 2016두55605 판결)

특정한 사업을 같이해도 ‘공동경비’

또 최근 조세심판원 역시 ‘닭고기 및 무 공급업’을 영위하는 법인과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업’을 영위하는 법인 간에 치킨 광고비를 법인세법상 공동경비 분담 기준에 따라 배부한 사안에서, 법인세법상 ‘공동사업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더라도 비용 지출의 효과를 함께 누리는 당사자들은 법인세법에 따라 그 비용을 배부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조세심판원 2017. 8. 21. 결정조심2016중2651 결정). 이처럼 법령상 공동사업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결국 ‘공동경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드시 ‘공동사업’ 형태가 아니더라도, 특정한 사업이나 활동에서 발생한 경비 지출 효과가 공동에게 귀속되고, 또 당사자 간에 동 경비에 대한 공동 배부 약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세법상 ‘공동경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 세법은 ‘공동경비’에 관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먼저 법인세법은 공동경비 가운데 ‘과다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법인세법 제26조 제4호 및 법인세법 시행령 제48조). 또 부가가치세법 역시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출의 하나로 ‘분담금액을 초과하는 공동경비’를 규정하여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는다(부가가치세법 제77조).

그런데 문제는 세법상 공동경비 배부 기준이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법인세법은 ① 출자에 따라 특정사업을 공동으로 영위하는 경우에는 ‘출자 비율’에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② 비출자공동사업자 사이에 특수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약정상 분담비율’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③ 그리고 비출자공동사업자 사이에 특수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직전 사업연도 또는 해당 사업연도의 매출액 총액과 총자산가액 비율’ 중 법인이 선택한 비율에 따르도록 하고, 공동행사비 등 특정 비용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를 두고 있다(법인세법 시행령 제48조 제1항 및 법인세법 시행 규칙 제25조 제2항).

관련 규정의 취지는 법령상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납세자가 공동경비를 임의적으로 배분하여 부당하게 소득금액을 조작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법상 공동경비 배부 기준에 의한 분담을 초과하여 부담한 비용은 법인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가가치세법상 매입세액 공제도 어렵다.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면 세법상 일의적이고 획일적인 공동경비 배부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업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법인 간 매출액이 급변했는데, 특수관계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기준’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표적이다(한 번 선택한 공동경비 분담 기준은 선택한 사업연도부터 5개 사업연도 동안 변경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납세자가 경제적 합리성을 좇아 세법상 열거되지 않은 배부 기준을 선택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그럴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공동경비 분담의 결과가 아무리 비합리적인 경우라도 세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세법이 정하는 기준을 적용하여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납세자가 이외에 다른 합리적 기준을 따를 수 없고, 법령 규정 그대로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아 공동경비 배부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했다(대법원 2017. 3. 9. 선고 2016두55605 판결)

공동경비 배부 기준 모호해 주의해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s’s bed)’라는 말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프로크루스테스는 행인을 철로 만든 침대에 눕히고,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표현은 이 신화에서 유래했다. 자신의 원칙이나 기준을 극단적으로 고수하는, 융통성이 부족한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세법 규정은 그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원칙만 강조하다 보면 그에 따른 결과가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극심한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법 문언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다 보니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공동경비와 관련된 세법 규정 역시 현실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미흡하다. 법에 자신을 맞추어 불필요한 과세를 회피하는 방법 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 안재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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