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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훈 당근마켓 CTO 

전 세계 ‘동네’를 엮는 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출 제한으로 활동 반경이 거주 지역으로 좁혀지면서 동네 중심 커뮤니티인 ‘하이퍼로컬’ 서비스가 급부상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주일에 1000만 명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지역생활 커뮤니티로 거듭난 당근마켓이 트래픽 급증에 대응하며 해외 4개국에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정창훈 당근마켓 CTO를 만나 물어봤다.

▎ 사진:당근마켓
당근마켓 CTO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달라.

주로 인프라나 사내 기술의 기반이 되는 서비스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CTO지만 전사의 개발자들과 같이하기보다는 주로 인프라나 공통기술과 관련된 쪽을 담당하고 있다.

2015년 김용현·김재현 대표와 함께 당근마켓을 공동창업했다. CTO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창업 스토리가 덜 알려진 것 같은데.

창업 전 네이버에서 오랜 시간 지도와 로컬 서비스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고, 두 공동대표 역시 로컬에 관심이 많았다. 김재현 대표와는 네이버에서 같은 팀으로 일한 적이 있다. 김 대표가 창업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난 네이버에서 지역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 영역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금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 대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 대표와 카카오에서 같이 일했던 김용현 대표까지 합류해 판교 지역 IT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중고 직거래 서비스 ‘판교장터’를 시작했다.

‘금맥’ 같은 아이디어라고 느낀 이유는.

네이버에서 지역서비스를 하면서 롱테일(틈새시장)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인터넷 검색을 하면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 트래픽을 다 가져간다. 그런데 지역별로 보면, 동네마다 사용자들의 관심사가 달라서 검색 순위 1위부터 100위까지 놓고 봤을 때 인지도가 높다고 꼭 순위가 높은 건 아니었다. 검색 목적이 우리 동네 빨래방을 찾고 싶은 것이지 네이버 검색 결과 전국 1위 업체를 보고 싶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동네 정보들을 잘 연결하면 정말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당근마켓 전신인 판교장터에서 타깃층을 확대해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는데.

처음 판교장터를 시작했을 때는 그 지역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에게도 개방해달라고 요청을 하더라. 아기 엄마 3명이 찾아왔던 게 시작이었다. ‘회사원들이 중고거래를 하면 얼마나 하겠냐, 주부들이 많이 한다’고 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판교장터 고객군인 ‘회사 이메일이 있는 사람들’은 100만 명이 채 안 됐는데, 타깃을 바꾸니 예상 고객이 1000만 명으로 늘었다. 그때 방향을 틀면서 ‘당신 근처’의 앞 글자를 따 당근마켓으로 이름을 바꿨다. 개방을 했더니 거래량이 10배 넘게 늘었다. 이후 서비스 지역을 판교에서 분당으로, 점차 전국으로 넓히게 됐다.

경쟁사와 비교해 당근마켓 서비스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흔히들 당근마켓의 경쟁사를 중고나라나 번개장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당근마켓의 경쟁사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다. 우리는 로컬 커뮤니티 서비스를 지향한다. 동네 사람들끼리 중고거래를 넘어 일상을 나누고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교류하는 지역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고거래는 그런 연결을 만들어내는 서비스의 한 부분일 뿐이다. 다시 말해 당근마켓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지역 안에서 다양한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 진정한 ‘하이퍼로컬’을 실현하고, 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당근마켓에서는 중고거래 외에 ‘동네생활’이나 ‘내 근처’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단히 소개해달라.

‘동네생활’은 우리 동네 이웃들을 연결해 다양한 소식들을 주고받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창구다. 동네생활의 ‘같이해요’를 통해서 이웃들이 함께 만나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 ‘분실/실종센터’에서 동네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줄 수도 있다. 또 동네 토박이들만 아는 맛집이나 좋은 병원을 추천한다. ‘내 근처’는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의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네 카페, 이사, 동네 구인구직, 과외/클래스, 농수산물, 부동산, 중고차, 세탁 등 동네생활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다양한 연결을 제공하고 있다.

작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법


당근마켓은 처음부터 클라우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새로운 세대에 속한다. 기업들이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를 겪는데 비해 당근마켓은 2015년 창업 시점부터 AWS(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를 도입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던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기능이 이미 AWS에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 당시에는 AWS가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AWS 솔루션을 사용하면 당근마켓 엔지니어들이 직접 개발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온프레미스(On-premise):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같은 원격 환경이 아닌 자체 서버에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

창업 7년 차인 지금 클라우드 활용 방법이 어떻게 달라졌나.

회사가 성장하면서 클라우드 활용 방법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기본적인 기능만 썼다면 이제는 단순한 기능보다는 더 좋은 기능들을 활용한다. 클라우드는 ‘툴 박스(tool box)’ 같아서 망치만 필요한 사람은 망치만 꺼내 쓰고, 능력이 좋은 사람은 드릴이나 더 좋은 장비를 가져다 쓸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고거래 활성화, 우리 동네 정보에 대한 니즈들이 늘어나면서 트래픽이 급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술적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코로나19 전부터 트래픽이 많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AWS 아마존 다이나모DB를 이용하고 있어 우리가 특별히 대응할 건 없었다. 아마존 다이나모DB는 사용자수가 1억 명에서 10억 명으로 늘거나, 데이터 처리 건수가 100억 건에서 1000억 건으로 급증해도 지연 없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 흔히 개발을 한 번 하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100만 명일 때 잘 작동하던 것이 1억 명이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됐다.

AWS 클라우드를 쓰면서 인상적인 서비스가 또 있다면.

컨테이너 환경에 신기능을 많이 배포하다 보니 아마존 EKS(Amazon Elastic Kubernetes Service)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당근마켓 안에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현재 90개가 넘는 서비스가 실행되고 있는데 아마존 EKS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 시에도 인프라 관점에서 쉽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

설명이 좀 어렵다. 국내 서비스를 해외에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게 클라우드 환경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온프레미스 서버를 쓰는 경우, 해외에 진출하려면 인프라팀이 먼저 가서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를 계약하고, 서버를 세팅한 후에 현지에서 네트워크 계약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클라우드를 쓰기 때문에 내일이라도 바로 세팅할 수 있다. 또 해외 서비스를 접을 때도 현지에서 서버를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영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 4개국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었다.

비용 절약 차원에서 클라우드보다 온프레미스를 선택하는 기업들도 있는데.

서비스 특성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당근마켓은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에 더 적합하다. 서비스 규모가 변하지 않는 회사라면 온프레미스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우리는 핵심 서비스 개발에 엔지니어들을 투입하고, 인프라 쪽은 비용을 써서 커버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 그런데 온프레미스의 경우, 관리하는 사람들의 인건비를 얹어야 한다. 요새 흔히 말하는 ‘비싼 엔지니어’들의 몸값까지 고려하면 클라우드가 결코 비싼 게 아니다.

AWS 클라우드로 인프라 운영을 최적화한 후에 해외 진출을 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해외 진출을 하면 개발자들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한국은 시간대가 하나인 단일 타임존인데 미국의 경우 타임존이 4가지나 된다. 이런 변화를 서비스에 다 녹여내면서 한국 서비스는 한국 상황에 맞게 계속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기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에 개발자들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클라우드 찾아 떠나는 개발자들

이제는 대기업뿐 아니라 규모 있는 스타트업들도 클라우드 환경 도입을 고려하고 있고, 처음부터 클라우드 환경에서 시작하려는 기업도 많다. 당근마켓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 클라우드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면.

개발자들도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한다. 대기업들은 온프레미스 환경인 곳이 많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안 된다. 개발자 채용 시 면접을 볼 때도 클라우드를 쓰고 싶어서 이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는 클라우드 환경을 갖춘 회사가 개발자 채용에 더 유리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클라우드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개발만 잘하면 해외에도 서비스를 쉽게 내볼 수 있다. 능력만 되면 내 서비스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지역에 빨리 선보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인 것 같다.

채용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CTO로서 가장 큰 챌린지가 개발자 채용일 것 같다.

그렇다. 뛰어난 분들을 채용하는 것, 그리고 그분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 젊은 사람들이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기 때문에 내가 기술적인 트렌드를 먼저 알고 제안하기는 힘들다. 대신 그들이 원하는 일을 막힘없이 할 수 있게 잘 도와주는 것, 혹은 그들이 결정하기 힘든 일을 책임지고 지원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와 중고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시장 변화에 어떤 기술적 혁신을 도입하고 있는지.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서비스 초기부터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자체 AI 머신러닝 기술로 주류, 담배, 동물, 가품 등 거래 금지 품목에 해당하는 게시글이 노출되지 않도록 AI가 실시간 필터링하는데,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으로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다. 전문판매업자들의 활동이나 사기 시도 등도 AI 기술로 차단하고 있다. 범법 행위를 저지른 회원도 영구적으로 차단한다.

사용자들이 늘면서 ‘노쇼(No-show)’도 늘었는데 해결 방안이 있다면.

‘노쇼’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전화나 문자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14일 ‘당근전화’ 기능을 출시했다. 채팅방 내에서 바로 전화를 걸 수 있는 기능이다. 노쇼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진 않겠지만 이런 노력들이 꾸준히 반영되다 보면 조금씩 해소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이나 서비스가 있나.

‘로컬 커머스’와 ‘당근페이’를 준비 중이다. 먼저 하반기부터 로컬 커머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이커머스 시장이 온라인 비대면 거래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당근마켓은 모바일로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을 연결해 동네의 좋은 가게들을 발견하고, 이용자들의 발걸음이 실제 오프라인 가게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다.

당근페이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때 결제까지 심리스하게 연결하려고 한다. AI 고도화와 개인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더 힘쓸 예정이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202108호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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