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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평판 조회의 진화 

CEO(최고경영자), COO(최고운영책임자), 공기업 사장…. 조직의 ‘머리’를 찾을 때 헤드헌팅사를 거친다. 이 ‘머리’들이 기업에 재배치되면서 혁신이 이뤄진다. 국내 최대 헤드헌팅사 커리어케어는 앞다퉈 인재 영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기업에 새로운 평판 조회를 제안한다.

▎신현만 회장은 국내 최대 헤드헌팅 업체 커리어케어를 이끌고 있다. 최근 종합 인재 평가 검증서비스 ‘씨렌즈’를 내놓고, ‘평판 조회’ 서비스 선진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 채용시장을 비꼬는 말이 있다. ‘한국은 미분사회, 미국은 적분사회’. 한국은 진입장벽이 높은 명문대를 나오면 사회에서 현상 유지가 쉽고, 미국은 사회 진입이 쉬운 대신 끊임없이 성과를 쌓아야만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에는 한국이 ‘미분사회’란 말도 꼭 맞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큰 폭의 연봉 인상과 함께 대규모 채용을 주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경력 채용 사례 하나를 보자.

국내 플랫폼 기업 Q사는 해외마케팅본부 ‘차장~부장급’ 채용에 나섰다. 총 세 후보가 최종까지 올라왔다. A 후보는 명문대 출신에 유관 경력 8년, S전자 출신에 영어도 가능했다. B 후보는 해외 대학 출신에 유관 경력 10년, 물론 직접적인 마케팅 업무 경력은 없었으나 영어는 능통했다. 마지막으로 C 후보는 지방 국립대 출신으로 유관 경력 7년, 소프트웨어 기획 경험도 있었고, 영어도 가능했다.

Q사 경영진은 사실 인터뷰 전부터 A 후보가 마음에 들었다. 결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굴지의 S전자를 다녔던 A를 채용했다. 하지만 팀장으로 들어왔던 A는 1년 후 도망치듯 회사를 떠났고, 경영진도 180도 돌아섰다. 그럼 누굴 뽑았어야 했을까. 정답은 없다. 분명한 것은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편견을 강조하는 ‘확증편향’적 편견이 잘 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람은 외연적으로 이런 사람일 것’이란 조건에 빠져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낼 사람을 찾는 채용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손실이다. 여차하면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로 무장한 기업이 등장해 시장 판도를 뒤엎는 세상이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경력 지원자의 스펙(학력)뿐만 아니라 업무, 조직 적응력, 태도, 신념 등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기업이 중간 관리자급 경력자를 찾을 때 흔히 겪는 일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혁신이 화두가 됐고, C 레벨급 인재를 찾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합니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바이오, 플랫폼 등 첨단기술 분야일수록 인재 유치 경쟁이 심한데, 사람 한번 잘못 들이면 기업이 망할 수도 있죠. 그만큼 조직의 ‘머리’에 해당하는 인재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돼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커리어케어 본사에서 만난 신현만 회장(59)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2시간 안에 끝나는 인터뷰가 자칫 미인대회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우리는 40만 명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업무, 성향, 조직 적합도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헤드헌팅 업체를 이끄는 신 회장은 원래 기자였다. 1988년 대학을 졸업하고 한겨레, 한겨레21 등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2000년부터 커리어케어 전신인 한겨레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맡았고, 2002년 완전히 독립해 커리어케어를 차렸다. 2010년 아시아경제신문 대표를 잠시 맡았다가 2012년 커리어케어 회장으로 복귀해 국내외 주요 기업 5000여 개에 경영자와 핵심 인재를 추천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인재’ 컨설턴트 경력을 살려 『사장의 원칙』, 『보스가 된다는 것』,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등 저술활동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기자 생활하면서 단련된 그의 순발력과 집요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신 회장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며 “결국 인재 경쟁에서 이긴 기업만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커리어케어도 올해 5월 종합 인재 평가 검증서비스 ‘씨렌즈(C-Lens)’를 내놓고 인재 경쟁에 뛰어든 기업들 곁에 섰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갈수록 역할은 명확해지고, 인재 찾기는 더 어려워지는 듯싶다.

그렇다. 한국 기업들은 혁신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기존의 것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신기술, 신사업 등 무언가를 새로 한다는 것은 사람을 새로 뽑고 배치한다는 뜻이다. 경력직 채용은 사람에 비유하면 장기이식과 같다. 이식할 장기가 이식자의 혈액과 각 조직에 적합한지 철저히 검사하고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그렇게 이식해도 100% 성공을 장담할 수 없으며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완벽하게 딱 맞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장기 이식을 대충 할 수는 없지 않겠나.

평판 조회 수요가 그렇게 많은가.

평판 조회 의뢰가 거의 매년 30%씩 늘어나는 것 같다. 과거에는 임원급이나 C레벨급 핵심 인재를 채용할 때 평판 조회를 의뢰했는데, 요즘에는 과·차장급 인재를 찾을 때도 진행한다. 모든 계열사의 경력사원 채용 과정에서 평판 조회를 의무화한 대기업도 있다. 벤처기업, 정부 부처, 공기업들도 평판 조회를 의뢰하는 추세다. 대부분 서류나 면접만으로는 후보자를 제대로 판단하고 검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평판 조회가 뭔가. ‘사람 됨됨이’를 들어보는, 소리 없는 면접이라고 봐야 하나.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체계적이다. 단순히 후보자의 스펙(학력), 과거 경험, 직무 전문성이 담긴 가시적 결과물 등을 확인하는 게 아니다. 편견을 깨는 과정이다. 채용하는 쪽이나 채용을 원하는 쪽 모두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후보자가 문서에 기재한 자기 경험이 온전히 개인적인 산물이라고 과신하거나 반대로 큰 조직을 경험해본 사람이 조직을 잘 이끌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일이다. 씨렌즈를 별도 사업부로 분리해 평판 조회, 평가, 검증 등의 분야로 서비스를 세분화한 까닭이다. 기존의 학력·경력 체크를 넘어 후보자의 업적과 성과가 정확한지, 의미가 무엇인지를 상세히 조사해주겠다는 취지다.

조사 결과를 어떤 식으로 제공하나.


평가 결과를 정량 지표화한 보고서를 제공한다. ‘조사해보니 이랬다’는 식의 첩보(?) 보고가 아니다. 코로나19는 일하는 방식에 일대 변혁을 불러왔다. 회사의 결재 프로세스부터 조직의 보고체계까지 많은 게 달라졌다.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사라지고, 평가 자료는 철저히 정량적인 수치로 공유된다. 씨렌즈 서비스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보고서에 필요 역량을 구조화·정량화·시각화했다. 실제 블라인드 체크를 중심으로 검증해 직무 적합도를 지수화한 심층조사보고서(CLRC), 각 평가항목의 상세 조사 내용을 제공하는 일반보고서(CLRC-N), 평판 조회 핵심 내용만 추려 제공하는 요약보고서(CLRC-S) 등을 기업에 제공한다.

아무리 정량화해도 기업마다 인재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텐데.

분명 ‘그’ 기업만의 문화가 있다. 경력직 채용을 이런 문화적 차원에서 보면 우리 회사와 다른 회사에서 성과를 내던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플랫폼으로 출발한 조직에서 제조업 출신 사람을 뽑는다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특히 C레벨급 채용에서 업계 거물(?)을 채용할 때 문화적 적합성은 매우 중요하다. 비슷한 업종 출신의 인재를 구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낯선 문화에 얼마나 성숙하게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문제와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집요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걸 구조화·정량화·시각화해 기업이 합리적으로 판단하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이다.

헤드헌팅 사업에 몸담은 지 20여 년이나 됐다.

특정 기업명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이제 한국 기업 중 헤드헌팅을 활용하지 않는 곳은 없다. 초기엔 외국계 헤드헌팅 업체가 주도했지만, 한국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믿음으로 밀고 왔다. 그렇게 달려온 결과 40만 명이 넘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숙련된 컨설턴트 100여 명이 한국 산업계를 종횡무진으로 다니며 인재를 찾고 있다. 오랜 시간 이 일을 하다 보니 기자로 뛸 때와 비슷한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을 인지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기도 하는 이른바 정보 통계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정보 통계 비즈니스가 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흔히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영웅이 한순간에 ‘짠’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다. 영웅 일대기를 그린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어릴 때부터 남다른 면을 강조하고, 어떤 과제를 맡아도 그만의 방식으로 소화한다. 그렇다.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일해온 업무 방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확증 편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에 히스토리를 더 면밀히 분석하고 역량을 검증하거나 조직문화 적합도를 평가하는 과정은 기업을 사는 인수합병 과정처럼 까다롭기까지 하다.

기자 활동이 도움 됐나.

물론이다. 1990년대 후반 한겨레21 경제 팀장으로 일하면서 이 업계를 처음 접했다. 취재를 명분(?) 삼아 한 헤드헌팅 회사에 내 이력을 등록해봤는데, 그날 밤 헤드헌터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한 통신사의 비서실장 자리를 제안했다. 취재로 끝나기는 했지만 참 신기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헤드헌팅이라는 업과 인연이 있었던지, 언론사 자회사의 한 사업 부문으로 있던 헤드헌팅 사업부를 맡게 됐고, 결국 따로 떼어 지금의 커리어케어로 키우며 살았다. 순발력·집요함·근성, 취재원을 찾고 관리하는 기자의 능력은 헤드헌팅 업무와 비슷한 게 많다. 실제 우리 임원 중에는 기자나 PD 출신이 꽤 있다.

경영자로서의 고민을 담거나 조직생활에 관한 책도 썼다.

누구나 성공한 사장, 보스가 되려고 하고, 몸값을 한껏 올려 이직하고 싶어 한다. 시장이 커지고 돈이 넘쳐나면서 굉장히 잘나가는 사람들을 찾는 수요는 커지고, 이들을 데려가는 곳이 많아지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생긴다. 좋은 사람과 조직을 찾는 것보다 궁합(?)이 맞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인재가 제대로 조직에 이식되고 그의 능력을 흡수해 혁신이 일어난다.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고객사의 성공 사례 등을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해 펜을 들었다. 잭 웰치가 GE를 바꾼 것도 사람을 바꿔야 기업 가치가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 경영진이 인사(人事)로 골머리를 앓는다.

과거엔 신입을 뽑아 제대로 길러보겠다거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연수원을 지어 ‘내 사람’ 만들기에 집착했다. 하지만 몇 번의 위기를 거치고,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시대가 변했다. 교육도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기업 입장에서 기존 직원을 교육하는 것과 적합한 경력자를 찾아 데려오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투자 대비 효과가 좋을지 따져봐야 한다. 사람이 중요하다면서 채용에 인색한 기업이 곱씹을 부분이다. 인재는 스스로 교육을 받는다. 공부하라고 교육한다고 인재가 되는 게 아니다. 경영자의 핵심 자질은 채용한 인재의 우수한 자질을 조직화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재 경영을 고민하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역시 정답은 없다. 해외 기업 사례를 소개하는 것으로 조언을 대신하고자 한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성과와 책임만 완수하면 최고의 자유를 누린다. 개발자나 컨설턴트도 다른 회사 직원보다 생산성이 1200%나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아마존은 지원자들의 업무 능력보다는 아마존의 기업가치와 리더십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평가한다. ‘기준평가관’ 제도까지 둬 기준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면 원천 차단한다. 구글은 채용 대상자에게 미션을 줘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도 계속 바뀌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 회사가 왜 ‘그’를 영입했고, ‘그’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인식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정하은 인턴기자·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2108호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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