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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크 인더스트리즈의 비밀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 코크 인더스트리즈는 원유 유통과 정제 사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원자재 거래, 섬유, 비료, 펄프, 화학, 건축자재, 금융, 전자부품 등을 망라한다. 코크 가문이 대그룹으로 성장한 비밀을 풀어보자.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Wichita)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코크 인더스트리즈(Koch Industries)’는 미국의 대표적인 비상장 가족기업이다. 코크 인더스트리즈는 미국 비상장 기업 중 매출액 순위에서 카길(Cargill)과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대기업 집단이다. 정유 엔지니어링 회사로 출발한 코크 인더스트리즈는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비롯하여 비료, 유리, 고무, 광물, 소재, 전자부품, 자동차부품, 의료기기, 제지, 필터, 에너지 및 산업 솔루션, 금융투자, 축산까지 매우 다각화된 사업분야에 걸쳐 수많은 자회사를 두고 있다.

2020년 매출액은 1150억 달러(약 135조원)이며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전 세계 직원은 12만2000명에 달한다.

코크 인더스트리즈는 ‘코크 형제(Koch Brothers)’로 알려진 코크 가문이 3세대에 걸쳐 지분의 84%를 보유하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코크 형제는 현재 회장으로 있는 찰스 코크(Charles Koch, 1935~)와 데이비드 코크(David Koch, 1940~2019)를 지칭하는데, 이 둘은 코크 인더스트리즈 지분을 각각 42%씩 보유하고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하며 성장시켜왔다. 코크 형제는 각각 세계 부자 순위에서 항상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성공한 기업가로 유명하지만, 미국 보수정치의 강력한 후원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미국 자유주의 보수정치의 대표적 싱크 탱크인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를 설립하기도 했다.

코크 인더스트리즈는 1940년 코크 형제의 부친인 프레드 코크(Fred Koch, 1900~1967)가 설립했다. 프레드 코크는 MIT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 루이스 윙클러(Lewis Winkler)와 1927년 새로운 방식의 효율적인 원유 정제 공정을 개발한 엔지니어였다. 이들이 개발한 신기술에 위협을 느낀 당시 미국 정유회사들이 특허소송을 제기하자, 이들은 1930년대 소련 등 다른 나라에 가서 이 신기술을 적용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프레드는 미국으로 돌아와 1940년에 ‘우드 리버 정유회사(Wood River Oil and Refining Company)’를 설립해 1946년 오클라호마의 록아일랜드 원유수집정제 시설을 인수했다. 이후 우드 리버는 ‘록아일랜드 정유회사(Rock Island Oil & Refining Company)’로 이름이 바뀌었다.

프레드 코크는 슬하에 아들 넷이 있었는데, 장남 프레데릭(Frederick Koch, 1933~2020), 차남 찰스 현 회장, 쌍둥이 형제 빌(Bill Koch, 1940~)과 데이비드이다. 1세대 창업주 프레드가 1967년 사망하자 회사의 지분은 네 형제에게 분할 상속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회사 지분의 84%를 차남 찰스와 막내 데이비드 두 형제만 각각 42%씩 갖고 가업을 승계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나머지 지분 16%는 누가 보유하고 있는가? 코크 인더스트리즈의 성장 과정과 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살펴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장남인 프레데릭은 예술 분야 후원에 적극적이었으며, 회사 경영에는 관심이 없었다. 차남인 찰스는 MIT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하고 경영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다가 1961년에 록아일랜드 회사에 들어와서 아버지를 도와 회사 경영에 나섰다. 5년 뒤인 1966년에 찰스는 32세 나이에 회장직에 올랐고, 1년 뒤 부친 프레드는 세상을 떠났다. 찰스는 1968년 부친 프레드를 기념하며 회사 이름을 오늘날의 코크 인더스트리즈로 바꾸었다.

사명 변경과 함께 1968년 코크 인더스트리즈는 정유 엔지니어링 중심의 회사에서 대규모 정유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찰스는 ‘유니온 오일(Union Oil of California, 현재 셰브론의 자회사가 된 UNOCAL의 전신)’이 보유하고 있던 ‘그레이트 노던 오일(Great Northern Oil Company)’의 지분을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유니온 오일이 아주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바람에 인수 협상이 중단됐다.

1년 뒤인 1969년 유니 온 오일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지분 매각을 추진하게 되는데, 이때 그레이트 노던 오일의 지분 35%를 이미 갖고 있던 하워드 마셜(Howard Marshall, 1905~1995)을 설득하려고 했다. 예일대 로스쿨 교수 출신으로 당시 미국 최고의 석유산업 전문가이자 경영자였던 마셜은 이 상황에서 오히려 찰스 코크와 의기투합해 역으로 그레이트 노던 오일의 최대 주주가 됐다. 나아가 코크 인더스트리즈는 유니온 오일이 보유한 잔여 지분까지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마셜은 자신의 그레이트 노던 오일 지분을 코크 인더스트리즈로 넘기고, 코크 인더스트리즈 주식 16%를 받았다. 이 주식 스와프를 통해서 마셜이 확보한 코크 인더스트리즈 주식 16%의 현재 소유주는 마셜의 아들인 피어스(Pierce Marshall, 1939~2006)의 미망인 일레인(Elaine)과 그녀의 두 자녀를 수혜자로 하는 신탁이다.

한편, 코크 2세대 중 막내인 데이비드도 형 찰스와 마찬가지로 MIT에서 공학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컨설팅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1970년에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1년 뒤인 1971년에는 데이비드의 쌍둥이 형제 빌이 회사에 들어왔다. 이후 10년간 찰스, 데이비드, 빌 등 세 형제는 회사를 함께 성장시켰다. 그런데 1980년에 빌이 이사회를 장악하려고 시도하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이때 큰형 프레데릭은 빌의 편에 섰고, 찰스와 데이비드는 한 편이 되었다. 캐스팅 보트는 결국 하워드 마셜과 그로부터 각각 4% 지분을 증여받은 그의 두 아들인 하워드 주니어와 피어스가 쥐게 됐다. 하워드 주니어는 빌의 편에 섰지만, 아버지 하워드와 피어스는 찰스와 데이비드 편에 서면서 결국 찰스와 데이비드가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후 프레데릭과 빌이 보유한 주식은 모두 회사가 인수했고, 찰스와 데이비드가 각각 지분 42%를 보유하며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하게 됐다. 한편, 하워드 마셜은 빌 코크의 편에 선 장남 하워드 주니어에게 준 코크 인더스트리즈 주식 4%를 회수했다. 결국 16% 주식은 모두 그의 둘째 아들 피어스 마셜의 몫이 됐다.

이후 찰스와 데이비드 코크 형제는 지금까지 40년 동안 코크 인더스트리즈를 함께 운영하는 전통을 만들어냈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19년 데이비드 코크가 사망하고 찰스 코크는 올해 86세가 되면서 경영권 승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찰스의 장남인 체이스(Chase Koch, 1977~)가 부친을 이어 경영권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드 코크의 자녀들은 아직 어린 관계로 이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코크 두 형제 간에 형성된 끈끈한 협력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202111호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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